[아주 돋보기] 실리콘밸리 창업자들의 아름다운 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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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일용 기자
입력 2021-02-04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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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 이사회 의장으로 물러나 민간우주기업 경영

  • 빌 게이츠 MS 창업자, 자선활동에 집중... 최근엔 코로나19 대항해 백신 전도사 활동

  • 래리 페이지 구글 창업자는 날아다니는 자동차에 관심

[사진=우한재 기자, whj@ajunews.com]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구글. 세상에서 제일 잘나가는 실리콘밸리 4대 기업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아이디어와 영감으로 무장한 창업자가 사세를 키운 후 능력 있는 후계자에 회사를 맡기고 은퇴한 점이다. 후계자는 창업자의 그림자를 쫓지 않고 자신만의 경영 방식으로 제2의 전성기를 열었다. 전 세계 모든 기업이 본받을 기업 운영의 모범 사례다.

4일 IT업계에 따르면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미국 시애틀시 자택 차고에서 3대의 PC로 아마존닷컴을 창업한 지 27년 만의 결정이다.

아마존은 지금 역대 최고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작년 4분기 시장 예상치인 1197억 달러를 웃도는 1255억 달러의 분기 매출을 기록했다. 처음으로 분기 매출 1000억 달러를 돌파한 것이다.

최고의 순간, 베이조스 CEO는 무대를 떠난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는 직원들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아마존이 가장 혁신적인 모습을 보이는 지금이 CEO를 바꿀 최적의 시기다. 오는 3분기 앤디 제시 아마존웹서비스(AWS) 대표에게 CEO 자리를 물려주겠다"고 밝혔다.

그가 당장 아마존을 떠나는 것은 아니다. 베이조스는 CEO 사임 후에도 아마존 이사회 의장(회장)직을 유치하며 아마존의 장기 경영 전략 수립 등 핵심적인 역할을 할 계획이다.

하지만 아마존 경영에 관여하는 비중을 점점 줄이고, 대신 아마존과 별개로 보유한 민간우주기업 '블루오리진', 언론사 '워싱턴포스트', 자선기금 '데이원 펀드' 등을 운영하며 제2의 인생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IT 업계에선 특히 블루오리진을 주목하고 있다. 블루오리진은 총 14번에 걸쳐 무인 우주발사체를 쏘아 올리며 유인 우주비행 성공을 향해 다가서고 있다. 일론 머스크가 보유한 스페이스X에 이어 두 번째로 민간 우주여행 시대를 열 기업으로 꼽힌다. 인터넷에서 성공을 이룬 베이조스가 급성장하고 있는 민간 우주산업에서도 성공 신화를 재현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박수칠 때 떠난 실리콘밸리 창업자가 베이조스만 있는 것은 아니다. 빌 게이츠 MS 창업자, 래리 페이지 구글 창업자도 CEO 자리를 후계자에 물려주고 두 번째 인생을 찾아 나섰다.

1975년 폴 앨런과 함께 MS를 공동 창업한 빌 게이츠는 2000년 CEO 자리를 사내 이인자인 스티브 발머에게 물려줬다. 업계에선 그가 미국 정부와 오랜 반독점 소송으로 지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MS 회장 겸 최고소프트웨어아키텍트(CSA, 최고기술책임자)를 역임하다가, 2008년 회장 자리에서도 물러나 은퇴했다. 2020년 3월에는 이사회에서도 손을 떼며 MS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이 되었다.

현재 게이츠는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을 운영하며 자선 활동에 힘쓰고 있다. 게이츠 이사장은 MS를 떠난 이후 지속해서 기부했음에도 주가 상승으로 자산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자산을 자녀들에게 물려주지 않고 사회에 환원할 것을 약속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 이후에는 '백신 전도사'를 자처하며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사비 17억5000만 달러를 관련 기업과 연구소에 기부하기도 했다.
 

[사진=우한재 기자, whj@ajunews.com]


구글의 공동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는 2015년 인도 출신 엔지니어 순다르 피차이에게 구글 CEO 자리를 물려주고 지주사인 알파벳의 공동 대표로 물러났다. 이후 자율주행차, 예방의학 등 미래 기술을 연구하는 구글 X 연구소를 운영하다가 2019년 12월 알파벳 대표 자리까지 피차이에게 넘기고 은퇴를 결정했다. 그의 나이 47살 때의 일이다.

이후 페이지는 비행 자동차를 만들려는 스타트업 '지에어로(Zee.Aero)'와 '키티호크(Kitty Hawk)'에 투자하며 실리콘밸리의 초기 투자자로 활동하고 있다.

애플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는 앞의 두 사람과 조금 사정이 다르다. 자의로 은퇴를 결정한 둘과 달리 잡스 전 애플 CEO는 2011년 10월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자신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고 물류(SCM) 전문가인 팀 쿡 애플 부사장에게 애플 CEO 자리를 물려줬다.

네 기업은 창업자의 유산에 연연치 않고 시장 변화에 맞춰 회사의 주력 비즈니스를 바꾸며 창업자가 운영할 때보다 더 크게 도약하는 데 성공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떠나기 전 회사를 이끌 적임자를 물색한 창업자의 안목이 적중한 셈이다.

팀 쿡 애플 CEO는 이전까지 제조업의 상식이던 제품 생산 공장 운영을 하지 않고, 대신 물류 최적화로 이윤을 극대화했다. 아이폰, 아이패드, 맥 등 잡스가 남긴 사업 모델을 지속해서 개선하고, 콘텐츠·서비스 구독을 애플의 새 먹거리로 키워냈다. 애플은 현재(4일 기준) 시가총액 2조2500억 달러로,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발머에 이어 MS의 3대 CEO가 된 인도 출신 엔지니어 사티아 나델라는 윈도 대신 클라우드 중심으로 사업 모델을 개편했다. 애저, 마이크로소프트365, 팀즈 등 클라우드 사업의 잇따른 성공으로 모바일 대응 실패로 한때 한물간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던 MS를 애플에 이어 두 번째로 거대한 IT 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순다르 피차이는 크롬 웹 브라우저를 성공시킨 공으로 구글 CEO에 올랐다. 그는 검색엔진으로 시작한 구글을 안드로이드, 유튜브, 지메일(지스위트) 등 다양한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합 IT 기업으로 키워냈다. 최근에는 클라우드 사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며 아마존과 MS의 뒤를 쫓고 있다.

아마존을 물려받게 된 앤디 제시도 클라우드 전문가다. 1997년 아마존이 스타트업이던 시절 합류한 제시는 2003년 AWS 클라우드 서비스 기획과 출시를 지휘한 인물이다. 이 공으로 AWS CEO에 임명된 후 아마존을 명실상부 전 세계 1위의 클라우드 업체로 성장시켰다.
 

[사진=아주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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