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세자매' 김선영 "연기에 항상 진심…공감 없이 시작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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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21-02-0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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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세자매' 김선영 [사진=리틀빅픽쳐스 제공]


연기에 있어서 언제나 진심이다. 어떤 배우가 '진심'으로 연기하지 않겠냐마는 배우 김선영에게는 가장 기본이자 가장 어려운 시작점이다. 그는 캐릭터를 이해하고 그를 온전히 받아들이지 않으면 연기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마치 엉킨 실타래를 보듯 막막한 기분이 든다는 것이다. 실마리를 찾고 하나씩 풀어가다 보면 인물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고 그의 행동들을 이해하게 된다. 차근차근 문제를 풀어가기 위해, 김선영은 '진심'을 무기로 쓴다.

"저는 (캐릭터를) 공감하고, 이해하지 않으면 연기를 시작하지 못해요. 그 인물의 얼굴 상태며 손톱, 액세서리, 바지, 신발 질감까지…. 전체적인 '룩'을 잡고, 인물의 심경을 이해하면서 몰입하기 시작하는 거죠."

영화 '세 자매' 역시 마찬가지였다. 겉으로는 전혀 문제없어 보이는 세 자매가 말할 수 없었던 기억의 매듭을 풀어가는 이야기 속, 첫째 희숙 역을 맡은 김선영은 캐릭터를 이해하고 접근하고자 노력했다.

"희숙은 모든 걸 제 탓으로 돌리는 인물이에요. 어떤 갈등이나 곤란한 지경에 처했을 때 내 탓으로 돌리고 미안해하죠. 우리도 사실 그런 순간들을 겪곤 하잖아요. 그런 감정을 느낄 때가 있어요. 연기할 때, '내게도 이런 순간이 있었지' 생각하고 연기해요. 그럼 이해가 가요. 이 캐릭터에게는 매 순간 그렇다는 게 문제지만요."

희숙은 손님 없는 꽃집을 운영한다. 반항하는 딸과 가끔 찾아와 돈만 받아 가는 남편 때문에 바람 잘 날 없는 인생을 살고 있다. 상처가 곪아 속이 문드러져도 입에 밴 "미안하다", "괜찮다"라는 말로 버티며 살아가는 인물. 어느 순간 괜찮은 척하던 그의 모습 뒤 가려져 있던 모든 것들이 흔들리며 단번에 폭발하게 된다.

"희숙은 사실 '연기하고 싶다'라는 캐릭터는 아니었어요. 아픈 부분이 많았어요. 역할 자체가 선뜻 하기에는 마음이 너무 아프고 힘들잖아요."
 

영화 '세자매' 김선영 [사진=리틀빅픽쳐스 제공]


영화를 연출한 이승원 감독과 김선영은 오랜 동료이자 부부다. 극단 나베의 대표인 김선영은 작가이자 연출자인 이승원의 작품을 누구보다 사랑한다고. 오랜 시간 함께 호흡하면서 서로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척하면 척이에요. 정말 말이 잘 통하는 작업자죠. 시나리오 작업 단계부터 희숙 역할에 관해 이야기를 많이 했고, 인물에 관해 심도 있게 연구해왔죠. 그래서 촬영할 땐 오히려 역할에 관해 의견이 충돌하거나 조율하기 힘들지 않았어요. 깔끔하게 촬영할 수 있었죠."

희숙은 갈등 또는 고통을 직시하지 않고 회피하는 인물이다. 그는 어긋나는 딸과 폭력적인 남편 사이에서 고통을 느끼지만, 감정을 드러내거나 폭발하지 않고 누른다. 결국 그가 분노를 해소하는 건 나뭇가지, 장미꽃의 가시 등으로 자신을 상처 내는 일 뿐. 인물의 성격과 그가 처한 고통을 여실히 드러내는 장면이다.

"희숙의 성격을 보여주는 장면이죠. 갈등 또는 고통을 직시하지 않고 회피하려고 해요. 나를 속이는 거죠. 드라마, 예능을 보며 시간을 보내는데 그것으로도 고통을 삭이지 못하면 방향을 틀어버리는 거예요. 몸의 고통이 마음의 고통을 이겨버리니까요."

희숙의 삶은 고통 자체다. 딸 보미와의 관계는 아슬아슬하게 느껴질 정도. 그간 많은 캐릭터를 소화, 여러 아이의 엄마 역할을 해왔지만, 보미와 희숙의 관계는 낯설고 독특했다고.

"제가 유독 딸, 아들이 많죠. 그런 역할을 주로 해왔어요. (고)경표부터 최근 (지)창욱, (김)유정이까지. 정말 자식 같고 애정을 쏟으며 연기했죠. 특히 '편의점 샛별이' 때는 헤어지는 게 아쉬워서 눈물이 나더라고요. 지금도 아들, 딸 하면서 연락을 해요. 하지만 (김)가희는 조금 달랐어요. 극 중에서도 보미 눈치 보느라 바쁘고 말 거는 것도 어려워서 쩔쩔매서 그런 걸까요? '우리 딸'이 아니라 조심스럽게 '가희야, 그런 게 아니야' 하는 식으로 말하게 되더라고요. 하하하. 관계가 조금 특별했죠."
 

[사진=리틀빅픽쳐스 제공]


그렇다면 실제 김선영은 어떤 엄마일까? 그는 호탕하게 웃으며 "멋진 엄마"라고 자신했다.

"딸에게 가끔 물어요. '엄마는 어떤 엄마야?' 그럼 딸이 그래요. '멋있는 엄마지!' 하하하. 전 그런 엄마예요. 엄마의 행복이 최고의 교육이라고 생각하죠. 개인의 행복을 추구해요. 하하하. 그게 제 교육 방침이죠."

영화 속 세 자매는 가정 폭력 속에 자라났고 그 누구에게도 사과받지 못해 어긋나버린 인물들이다. "어른들이 사과했다면 아마 많은 것이 달라졌을 것"이라는 이승원 감독의 말이 영화 전반에 깔려있다. 김선영에게도 "어른으로서, 아이에게 사과해본 적이 있느냐"라고 묻자 그는 "며칠 전에도 했다"라고 답했다.

"어휴, 수도 없죠. 며칠 전에 남편과 딸이 케이크 가게에서 마카롱을 사 왔더라고요. 냉장고 안에 있던 걸 허락도 없이 제가 먹어서 (딸이) 단단히 화가 났었어요. 진심으로 재차 사과해서 용서를 구할 수 있었죠."

그는 "부모는 계속해서 공부해야 한다"라며, 자신만의 양육 철학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런다면 "앞으로 세상은 더욱 나아질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아이에게 사과하는 게 뭐 어렵나요? 하지만 우리 부모님 세대는 그런 교육을 받지 못했으니까요. 자식 앞에서는 늘 완벽해야 한다고 생각하셨던 분들이에요. 저도 이승원 감독의 메시지에 공감하고 있고, 앞으로는 더욱 좋아질 거로 생각해요."
 

영화 '세자매' 김선영 [사진=리틀빅픽쳐스 제공]


드라마 '응답하라 1988'부터 '원티드' '쇼핑왕 루이' '이번 생은 처음이라' '로맨스는 별책부록' '동백꽃 필 무렵'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 '원라인 '소통과 거짓말' '해피뻐스데이' '허스토리' '말모이' '내가 죽던 날' 등에 이르기까지. 김선영은 쉬지 않고 작품활동에 매진해왔다. 그가 쉬지 않고 작품 활동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사람들이오. 좋은 사람들과 함께 힘을 나누는 게 중요해요. 그들의 좋은 것들을 내 것으로 만들고 훔쳐다 쓰곤 해요. 하하하. 그들 덕에 연기하고 있는 거예요."

그는 긴 미래를 꿈꾸는 것보다 당장 맡은 것들을 해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솔직한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저는 꿈이 없어요. 당장 오늘, 내일 촬영이 중요해요. 그것들을 해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죠. 어떻게 보면 그게 제 꿈인 셈이에요. 하루하루 주어진 것들을 완벽하게 해내려고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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