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침묵 속 엇갈린 한·미의 시각…"당분간 관망"vs"도발, 기정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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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입력 2021-01-27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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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CSIS "北 협상 대신 미사일시험 나설 수도"

  • 국립외교원 "北, 협상 문 닫히는 거 원치 않아"

북한이 지난 14일 저녁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노동당 제8차 대회를 기념하는 열병식을 진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5일 보도했다. 열병식에 참석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검은 털모자를 쓴 채로 만족한 듯한 웃음을 짓는 모습이다. [사진=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공식 취임에도 침묵을 이어가는 북한을 두고 한·미 간 엇갈린 해석이 나와 주목을 받는다.

한국 내에서는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새로운 대북(對北) 전략이 수립되기 전까지 북한이 관망하고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미국 내에선 북한이 이미 바이든의 대북정책 방향을 판단하고, 북·미 협상 대신 미사일 시험에 나설 거란 인식이 강한 듯하다.

27일 미국의소리(VOA)는 미국 워싱턴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를 인용해 “미국의 전문가들은 올해 북한이 미사일 도발에 나설 것을 전망했다”면서 “바이든 정부의 아시아 정책 우선순위에 한·미·일 삼각 공조 복원이 포함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빅터 차 CSIS 한국석좌는 26일(현지시간) CSIS의 ‘아시아 전망 2021’ 토론회에서 북한이 과거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몇 주안에 미사일 시험을 한 적이 있다고 언급하며 “경험상, 역사상 북한이 미사일 시험에 나설 것이라는 점은 기정사실”이라고 말했다.

차 석좌는 북한이 최근 열린 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핵과 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전략 핵무기 개발 계획을 공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이 바이든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으로 판단했을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북한이 바이든 대통령을 통해 “그들이 싫어하는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을 생각한다”면서 미사일 시험 등 도발 행위로 존재감 부각에 속도를 낼 것으로 내다봤다.

수미 테리 CSIS 선임연구원도 앞서 “북한의 8차 당 대회와 열병식을 지켜본 뒤에 북한이 점진적이고, 체계적으로 (미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매우 커졌다”면서 “북한의 도발이 다가오는 만큼 바이든 행정부는 현안이 많더라고 북한 문제를 우선시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9일 오후 청와대 접견실에서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를 접견하고 안동소주를 선물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반면 한국 내 전문가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대북정책이 명확해지기 전까지 북한의 관망 모드가 계속될 것이라며 올해 상반기까지 북·미 간 눈치 게임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통일부 고위당국자는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관련해서 북쪽 매체가 직접 언급하지 않는 것은 (북한이 미국) 상황을 지속적으로 관망한다는 것”이라며 “그것 자체가 하나의 메시지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자신들이 관망한다는 거 자체가 하나의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는 듯하다”면서 “역으로 미국 측에서 평양을 향해 어떤 태도와 정책 방향으로 나오는가 좀 더 주시하겠다는 것으로 해석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 역시 “북한과 미국 모두 초기 도발로 인해 협상의 문이 닫히는 걸 원하지 않는다”며 “(북·미 관계가) 6개월 정도는 ‘눈치게임’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라는 북한의 뜻은 변함이 없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협상으로 어렵게 만들어진 북·미 간 소통 공간이 사라지는 것을 북한도 원하지 않기 때문에 북한이 쉽게 도발에 나서지 않을 거란 얘기다.

북한 대외선전매체 메아리가 25일 공개한 북한 내 금연운동 사진 속 북한 주민들이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다. [사진=메아리 홈페이지 캡처]

한편 차 석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전염병) 상황이 북한의 외교전략에 변수가 될 것이라고 했다.

차 석좌는 “북한이 지난해 코로나19로부터 살아남았을지 모르지만, 진짜 문제는 올해”라며 북한의 봉쇄 방역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북한이 미사일, 탄도미사일 시험을 고집하고 있지만, 전염병은 북한 내부를 불안정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북한의 대미(對美)전략이 전염병 상황에 따라 변화할 것으로 예측했다.

북한은 전염병 확산이 본격화되던 지난해 1월부터 현재까지 경제적 충격에도 불구하고 북·중 국경을 봉쇄하며 바이러스 유입에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가 전날 전한 전 세계 전염병 누적 확진자 수 1억25만9000여명(26일 오전 10시 기준), 누적 사망자 214만8000여 명의 통계치를 인용해 “지금이야말로 각성하고 또 각성하고 분발해 비상방역전을 더 결사적으로 벌여야 할 때”라고 전했다.

북한 관영매체가 만 하루 만에 국제 통계를 인용해 전염병 소식을 전한 것은 북한이 그만큼 전염병 상황에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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