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재 칼럼-하이브리드角] 2036년 미국, 러시아…한국의 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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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 논설위원
입력 2021-01-26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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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대 여성-흑인-시인 미국 대통령 탄생할까

  • 러시아는 '포스트 푸틴' 시대 예고

  • 한국 개헌하면 23대 대선, 25대 총선 동시 가능


▶어맨다 고먼(Amanda Gorman)은 지난 21일 열린 미국 46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깜짝 스타'가 됐다. 그는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을 ‘훔쳤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큰 주목을 받은 젊은 시인이다. 고먼은 5분 30초 동안 아름다운 몸짓, 당당한 목소리로 자작시 ‘우리가 오르는 언덕’(The Hill We Climb)을 읊어 젖혔다.

"날이 밝아오면 우리는 끝나지 않는 어둠을 밝힐 빛을 어디에서 찾을 지 스스로에게 물어보겠지요…노예의 후손, 홀어머니 손에 자란 깡마른 흑인 소녀가 대통령이 되는 꿈을 꾸는 그곳"

분열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미국 민주주의 위기를 극복할 희망을 담담하게, 때로는 열정적으로 풀어냈다. 미 캘리포니아주 LA 빈민가 출신, 발음 장애를 가졌던 22세 흑인 여성이 가장 명예로운 시인인 계관시인(桂冠詩人)에 올랐다. 청년 계관시인 타이틀에서 수식어 '청년'을 지워냈다.

▶이 시인은 시에서도 적었듯이 대통령의 꿈을 꾼다. 불과(혹은 무려) 15년 뒤인 2036년 37세가 되면 미국 대통령에 도전할 거라며 흥미로운 논란을 만들고 있다. 미 대통령 피선거권은 35세 이상이라 그가 도전할 수 있는 첫 대선의 해가 바로 2036년이다.

2016년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패배한 힐러리 클린턴은 취임식 직후 트위터에 고먼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며 ‘고먼이 203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길 학수고대 한다’고 썼다.

대통령 취임식 후 CNN 인터뷰에서 진행자인 앤더슨 쿠퍼가 이 트윗을 인용하며 고먼에게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쿠퍼는 활짝 웃으며 “고먼 대통령, 듣기 좋습니다. 어때요?”라고 묻자 그는 “좋아요. 대통령 여사(마담 프레지던트)지요. 정말 멋진데요”라고 화답했다. 두 사람은 농담 반 진담 반 투였지만 기실 2036년은 미국 포함 주요 강대국에 새로운 리더십이 등장할 해다.
 

[바이든 미 대통령 취임식장. 어맨다 고먼(왼쪽)과 힐러리 클린턴 부부. 사진=힐러리 클린턴 트위터 캡처]


▶2036년 러시아에서도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1952년생, 올해로 한국 나이 70세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만 84세가 되는 해다. 러시아는 지난해 7월 1일 개헌안 국민투표를 통해 원래 2024년까지인 푸틴의 임기를 2036년까지 연장할 수 있게 했다. 투표율 64%에 찬성 78%, 반대 21%.

푸틴은 이제 러시아를 최장기간 통치하는 명실상부 ‘21세기 차르’에 등극했다. 사실상 무제한 연임이 가능한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 역시 2036년이면 만 83세가 되기 때문에 미-중-러 각국 새 지도자가 한 해에 동시에 등장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2036년 대한민국은 어떨까. 어둡고 우울한 전망이 많다.
가장 빨리 늙는 나라, 가장 빨리 인구가 줄어드는 나라가 될 거라는 예측이 나온 지 꽤 됐다. 2019년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인구 특별추계 2017~2067년’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2017년 707만 명에서 2025년 1000만 명을 넘겨 전체 인구 20%를 넘는다. 이후 가속도가 붙어 2036년에는 30%가 될 전망이다.

15년 후 2036년이면 국민 10명 중 3명이 65세 이상 노인이라는 말이다. 노령화와 맞물린 초저출산으로 인구는 갈수록 줄어 몇 백 년 뒤 대한민국은 사라진다. 2014년 국회입법조사처가 합계 출산율(가임여성 1인이 낳는 자녀) 1.19명을 기준으로 예측했을 때 한국인은 2750년 멸종한다. 2019년 합계 출산율 0.918을 대입하면 그 시간은 확 줄어든다.

▶우리가 개헌을 해야 하는 이유는 적지 않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소멸되지 않게, 한국인의 삶을 지속 가능케 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가장 크다. 여기에 △안정적인 정치 시스템 장착 △상생경제 패러다임 마련 △코로나19 이후 변화 대비 △한반도 평화 정착 △글로벌 기후 위기 대응 등 개헌을 위한 명분, 실리가 차고 넘친다.

만약 가까운 미래에 개헌을 하면 2036년 4월이나 5월쯤에는 25대 총선과 23대 대통령 선거를 한 번에 치를 공산이 크다. 2036년은 세계 질서가 재편되는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차근차근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문재인 정부는 남은 1년 4개월 동안 개헌 논의를 본격화하고, 21대 국회는 앞으로 3년 3개월 임기 내에 개헌을 마무리해야 한다. 15년 뒤 암울한 디스토피아의 미래를 그저 손 놓고 멍하니 맞아서야 되겠는가.

고먼이 반색하며 한 '대통령 여사'라는 말이 가볍게 들리지 않는다. 미국 정치권은 벌써부터 20대 초반 흑인 여성 작가를 15년 뒤 대통령 후보 중 한 명으로 키우기 시작한 듯 하다.

그렇다면 한국은 2036년을 향한 첫 걸음으로 개헌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갈 길이 멀고 아무리 험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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