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字를 넘어 신의 속나를 보라

황호택 논설고문·서울시립대 초빙교수입력 : 2021-01-27 16:49
황호택 릴레이 인터뷰 ③ 오강남 교수 <上>

 

           
아주경제와 유튜브 채널 '다석의 생각교실'이 공동 기획한 '내가 본 다석, 내가 들은 류영모'의 두 번째 인터뷰이는 비교종교학으로 명망이 높은 캐나다 리자이나 대학교 오강남 명예교수다. 코로나 19로 오 교수가 한국에 오지 못하고, 나를 비롯한 취재진이 캐나다로 갈 수도 없는 상황에서 줌(Zoom)을 이용해 인터뷰가 이뤄졌다.
대학을 갓 졸업한 유수민 인턴기자가 카카오톡 통화로 오 교수에게 줌 작동법을 코치하기 시작한 지 몇 분 만에 오 교수의 얼굴이 화면에 나타나고 목소리가 들렸다. 음성 전달에서 캐나다와 서울 사이에 0.5초 정도의 시차가 있었으나 큰 불편은 없었다. 서울의 아주경제 스튜디오와 캐나다 밴쿠버에 있는 오 교수의 서재를 연결해 화상 인터뷰를 두 시간 동안 진행하면서 세상이 '코로나 이전(BC·Before Corona)'과 '코로나 이후(AC·After Corona)'로 달라졌음을 실감했다. 캐나다로 두 사람이 출장 인터뷰를 갔더라면 5박6일 걸릴 일을 두 시간으로 단축한 것이다.
-'황호택 릴레이 인터뷰'는 다석을 연구한 학자, 다석의 가르침을 직접 받은 제자 등 10 여명을 연속으로 만날 계획입니다. 인터뷰를 종이신문, 인터넷, 유튜브를 통해 보도하고 나중에 책으로 펴내려고 합니다. 인터뷰를 4개 매체에 활용하는데요. 여기는 지금 아침 10시인데 캐나다 밴쿠버는 몇 시입니까?
“오후 다섯 시입니다.”
나는 2년 전 캐나다 밴쿠버를 방문해 부차트 가든 등을 주마간산으로 둘러본 적이 있다. 밴쿠버 섬(Vancouver Island)은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태평양 연안에 있다. 남한 면적의 3분의 1 정도 되는 큰 섬이다. 기후가 온화하고 풍광이 아름답다.
-오 교수님의 최근 저서 <진짜 종교는 무엇이 다른가>를 읽었습니다. 이 책에서 세계적인 종교인 57명을 다루었더군요. 한국인으로는 류영모 함석헌 두 분이 들어있던 데요.
“한국에도 원효 지눌 이퇴계 이율곡 최수운 등 사상가들이 많지만 내가 두 분을 선정한 이유는 한국 종교의 가장 큰 특색인 기복(祈福) 종교를 타파하는데 영향을 줄 수 있는 분들이기 때문입니다. 다석학회 회장 정양모 신부는 ‘인도가 석가를, 중국이 공자를, 그리스가 소크라테스를, 이탈리아가 단테를, 영국이 셰익스피어를, 독일이 괴테를 각각 그 나라의 걸출한 인물로 내세울 수 있다면 한민족이 그에 버금가는 인물로 꼽을 수 있는 분이 바로 다석 류영모’라고 말했습니다. 좀 과한 것 같지만 다석 류영모의 위상을 잘 얘기해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석 류영모 선생한테 직접 배우신 박영호 선생은 ‘다석은 인류의 스승으로 손색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다석을 말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분이 함석헌 선생입니다.”

-오 교수님은 표층(表層)종교와 심층(深層) 종교를 구분하는 말이나 글을 많이 쓰는데요. 코로나 때문에 교회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집합을 금지시키고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기복신앙으로 번성한 표층종교의 종말을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요. 표층종교와 심층종교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제가 늘상 하는 비유가 있습니다. 다섯 살 정도까지는 산타가 정말로 사슴이 끄는 썰매를 타고 와서 굴뚝을 통해 집안으로 들어오고, 착한 일을 한 아이들에게 벽난로 옆에 달린 양말에 선물을 넣어주고 간다는 이야기를 문자 그대로 믿습니다. 이런 믿음은 어린아이의 정신 발달 과정에 필요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아이들한테는 그것이 1년을 기다리는 이유고, 착한 일을 하게 하는 동력이 됩니다.
그러나 이 아이가 자라 어머니가 양말에 선물을 넣는 것을 눈치 채면서 산타 이야기를 문자 그대로 믿는 대신 '산타 이야기는 식구들 사이에 서로 사랑을 나눈다는 뜻이구나, 나도 선물을 받지만 말고 부모님이나 동생에게 선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한 단계 올라가는 겁니다.
아이가 철이 들면 '산타 이야기는 가족 사이에 사랑을 베풀 뿐 아니라 온 동네에, 혹은 더 넓은 사회, 좀 더 넓게 세계의 불우한 이들에게도 사랑을 베풀어야 한다는 뜻이구나' 라고 깨닫게 됩니다. 좀 더 성숙하면 '불우한 사람들에게 물질적으로만 사랑을 베푸는 것만이 다가 아니라, 억울한 사람들이 없게 해야 한다, 환경을 위해 일을 해야 한다'는 식으로 활동 범위를 넓힐 수 있습니다. 산타 이야기는 하늘이 내려오고 땅이 화답하는 천지합일(天地合一), 신이 내려오고 인간이 화답하는 신인(神人)합일을 상징하는 이야기라는 깨달음으로까지 나아갈 수 있습니다. 어른이 되어서도 아이들의 산타클로스 믿음 수준에 머물러있다면 일종의 '종교적 발달장애'라고 할 수 있지요.
표층종교는 이기적인 나를 잘 되게 하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종교입니다. 헌금이나 보시를 하더라도 나와 내 식구가 현세와 내세에서 잘 되기 위해서, 기도를 할 때도 내가 잘 되도록 비는 것입니다. 이에 반해 심층종교는 이기적인 나 중심주의를 극복하고 내 속에 있는 신성, 불성, 참 나를 찾으려는 것입니다. 기도를 하더라도 나 혼자와 가족만 잘 되기만을 비는 것이 아니라 온 인류가 함께 잘되기를 바라는 결의를 다지는 심정으로 하는 것입니다.”
-성경의 말씀을 한 자 한 획도 가감 없이 믿어야 한다는 문자(文字)주의가 표층종교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말을 하던데요. 문자주의가 왜 문제가 되는 거죠?
“류영모 선생은 이기적인 나를 '제나'라고 하고 내 속에 있는 참나를 '얼나'라고 했습니다. 제나에서 얼나로 바뀌는 것, 이를 제나에 죽고 얼나로 살아나는 죽음과 부활이라 할 수 있는데, 류영모 선생은 이를 '솟남'이라 하셨습니다. 류영모 선생님의 경우 어느 종교든지 이렇게 제나에서 얼나로 솟나게 해주는 종교는 모두 유익하다고 봅니다.
표층종교는 무조건적인 믿음을 강조합니다. 교회나 절에서 한 얘기를 무조건 믿는 것은 맹신 광신, 미신으로 흐를 위험이 있습니다. 무조건적 믿음은 인간이 원래 가지고 있는 독립적 사고 능력을 박탈할 위험성이 있습니다. 심층종교는 이와 달리 이해와 깨달음을 강조해요. '보고 깨달아라'는 것이죠. 선입견이나 고정관념에서 해방돼 무엇이 바른지를 계속 추구하는 종교, 열린 종교입니다. 무엇이나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는 마음'입니다. 새로운 눈뜸입니다. 부처님도 '무조건 믿지 말고 실험해보고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받아들여라', 이런 말을 했습니다.

'자기 종교만 옳다'는 근본주의는 폭력

표층종교는 신은 하늘에 있고 인간은 땅에 있다는 식으로 신과 인간, 신과 세상을 분리하여 생각합니다. 이른바 이원론적 세계관입니다. 신의 초월(超越)만을 강조하지요. 심층종교는 신이 밖에도 있지만 내 안에도 있다고 봅니다. 어느 면에서는 신의 초월보다 신의 내재를 더 강조합니다. 신이 우리 속에 있는데, 우리 속에 있는 신이 바로 나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므로 결국 '신과 나는 하나'라고 봅니다. 이런 사상을 강조하는 신관을 범재신론(汎在神論 ·panentheism)이라고 하는데, 동학(東學)이 이런 신관을 잘 나타내주고 있습니다. 한울님이 따로 계시지만 우리 속에 한울님을 모시고 있다…시천주(侍天主)라 합니다. 그리고 '내 속에 있는 한울님이 나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끝내 나와 한울님은 하나다' '인간이 바로 신이다' 하는 것이 인내천(人乃天)입니다. 한 가지 더 말씀드리면 동학에는 '나만 한울님이 아니다. 내 이웃도 한울님이다' 하는 ‘사인여천(事人如天)’의 정신도 있습니다.
표층종교는 문자주의를 고집합니다. 성경이나 여러 경전에 있는 말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심층종교는 이와 대조적으로 '문자 너머를 보라', 류영모 선생님 용어로 '속나를 보라'고 합니다. 깨달음을 통해 신을 경험하는 일은 너무나도 엄청나 도저히 문자로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종교 경전은 결국 상징이나 은유를 통해 그 경험을 표현할 수밖에 없습니다. 상징적 은유적인 문자는 그 경험으로 인도하기 위한 수단이지 그 경험 자체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이런 걸 무시하고 '문자 그대로 믿어라' 라는 것은 성경의 진의를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지요. 선불교에서는 불립문자(不立文字)라고 합니다. 문자에 매이지 말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지금 현재의 한국 기독교의 다수는 근본주의자들입니다. 근본주의자들은 성경에 나온 것이면 문자 그대로 믿어야 한다고 합니다. 불교에서는 문자를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이라고도 표현합니다. 손가락만 보고 있으면 안 되고 그 손가락이 가리키는 달을 보는 경험을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표층종교는 자기만 진리를 독점하고 있다고 생각해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배타적으로 대합니다. 독선적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현 프란체스코 교황은 자기들만 옳다고 주장하는 '근본주의자들은 그 자체로 폭력적'이라고 했습니다. 남을 자기들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올바르지 못한 것이지요.”
-미국에서는 제일 큰 동창회가 교회 졸업동창회라는 말도 있다던데요. 교회 신자가 감소하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는지요? 교회보다 훨씬 재밌는 것이 많기 때문인가요?
“교회가 문자주의에 매달리면 그 문자주의를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우주가 6일 만에 창조되었고, 하나님께 기도해서 태양 보고 '서라' 했더니 태양이 섰다, '죽은 사람이 살아났다'는 것을 성경의 문자 그대로 믿으라고 하면 요즘 믿을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요? 심청전을 보면 심청이가 물에 빠져서 용궁에 갔다가 연꽃에 실려 송나라 황후가 되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심청전의 메시지가 중요한 거지, 용궁이 정말 있느냐는 건 중요하지 않아요.
성경의 메시지가 오늘날의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가, 이것이 중요한 거지 이를 표현하기 위한 장치들을 그대로 믿으라고 하는 것은 현대인에게 통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소위 가나안 교인들이 많다고 하는데, 가나안은 '안 나가'를 거꾸로 한 말이라고 합니다. 가나안은 성경에 나오는 지명인데… 미국의 보수적인 목사가 쓴 책 제목이 입니다. 지금 기독교인이 죽고 나면 기독교인이 없어진다는 거예요.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교회도 졸업한다는 말도 있습니다. 그래서 교회 동창회라는 말이 나온 거예요. 미국은 그래도 서방국가 중에 기독교인들이 많은 셈입니다. 북유럽 쪽은 기독교인이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특히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북구의 제일 잘 산다는 세 나라에는 실질적으로 '신이 없는 사회'라는 겁니다. 기독교는 결혼식이나 장례식 때나 필요하지 그 외에는 별로 상관없는 사회가 된 거예요.”

   다석 류영모와 그를 따르는 제자들. 왼쪽부터 방수원 현동완 류영모 김흥호 함석헌.
 


-이 인터뷰의 문패가 '내가 본 다석, 내가 들은 유영모'지요. 평북 정주의 오산학교에서 스승과 제자로 만난 함석헌과 다석의 관계에 대해 말씀을 해주시죠.
“함 선생이 오산학교에 다닐 때 다석이 교장으로 오셨어요. 그 전에 평교사로 가서 한 몇 년 가르치다가 오산학교를 그만두고 나올 때 다석은 표층적(表層的)인 기독교를 버렸습니다. 두 살 아래인 동생이 병들어 죽게 되었는데 아무리 기도를 해봐야 효험이 없어 기복신앙이 소용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톨스토이가 죽으면서 붐이 일었을 때 다석도 톨스토이에 관심을 갖고 그를 연구했습니다. 그 무렵 노자의 도덕경과 불경을 배웠습니다.
함석헌 학생이 교장으로 온 다석에 대해 강렬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다석도 함 선생을 특별한 제자로 생각했습니다. 다석이 일제의 간섭으로 1년 만에 교장 노릇을 못하고 떠나게 되었습니다. 그 때 함 선생이 배웅하러 나가는데 다석이 '내가 오산에 왔던 것은 함, 자네 한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였던가 보네'라고 특별한 관계임을 말했습니다. 그 후에 계속 사제 관계를 유지했는데 나이는 10살 차입니다. 생일이 똑같습니다.”
함석헌은 “내가 부족하지만 이만큼 된 것도 다석 선생님이 계셨기 때문”이라는 말을 자주 했다. 당대에는 함석헌이 세속적으로 다석보다 유명했다. 그가 입만 열면 "다석이 나의 스승"이고 말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다석을 알게 됐다. 오 교수는 캐나다와 한국에서 여러 번 함석헌을 만나 깊게 교류하면서 다석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오 교수는 다석을 만나지 못한 것을 ‘천추의 한’으로 생각한다고 책에 썼다.
-말년에 두 분 관계에 묘한 갈등과 결별이 생깁니다. 다석 제자인 박영호 선생이 쓴 <다석 전기>에 보면 함 선생의 여자 문제에 관한 이야기가 자세히 나옵니다. 종교 지도자로서 여자 문제는 흠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수님께서 세계 종교인 57명의 반열에 함 선생님을 올린 뜻이 궁금합니다.
“조금 곤란한 질문인데 나름대로 대답을 해보겠습니다. <진짜 종교는 무엇이 다른가>에 거론된 사람 중에 여자 문제와 관계된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20세기 가장 위대한 신학자 겸 종교학자로 꼽히는 폴 틸리히도 여자 문제 때문에 구설수에 올랐습니다. 20세기 가장 위대한 실존철학의 대가 마르틴 하이데거, 인도의 정신적 지주로 알려진 마하트마 간디도 여자 문제가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성리학의 대가 퇴계 이황도 마찬가집니다.

함석헌의 스승으로 이름 높아진 다석

함 선생님의 문제를 알지만 그런 문제보다는 함 선생님의 심오한 사상, 실천력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누구에게나 공과(功過)가 있는데 저는 공을 보고 그 공을 우리가 본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토론토에 사는 목사님이 나 보고 '폴 틸리히가 여자 문제가 있는데 왜 자꾸 인용하느냐'고 물었습니다. 폴 틸리히의 깊은 통찰은 내가 종교를 보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중요합니다.”
-다석이 오산학교를 기독교 학교로 바꿔놓고, 설립자인 남강 이승훈 선생을 기독교인으로 만들고서 정작 본인은 나중에 교회에 나가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함석헌 선생이 한때 따르던 무교회주의와는 어떤 연관이 있는지요? 다석이 교회에 나가지 않는 것과 탈(脫)종교화 현상은 다른 건가요?
“다석은 미리 깨달은 거죠. 문자주의적 믿음이 현대에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안 거죠. 계몽주의 이전 시대에서는 목사나 신부, 종교 지도자들이 하는 말을 거의 그대로 믿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계몽주의 시대가 지나가고, 현대 과학 생물학이나 심리학 같은 학문이 발달하고, 특히 인터넷 속에서 정보가 쏟아져 나오는데, 2천, 3천년 전의 세계관과 패러다임에 입각해서 만들어진 교리를 강요하는 종교는 설득력이 있을 수 없죠. 지금 그런 걸 강조한다면 그것은 사상누각(沙上樓閣)입니다. 더 이상 지탱하기가 힘들죠.
그런데 류영모 선생은 무교회주의자는 아니었어요. 함석헌 선생이 처음에는 김교신 등 무교회 사람들과 같이 <성서조선> 운동을 했습니다. 함석헌 선생도 무교회주의에 처음에는 호응했지만 나중에는 결별합니다.
일본인 기독교 사상가 우치무라 간조(內村鑑三)의 신학은 소위 '십자가의 신학'이라고 합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보혈로 얻은 구원에 대한 감사’를 강조합니다. 그러나 십자가에 대한 류영모 선생님의 해석은 완전히 달라요. 류영모 선생은 사상을 풀어갈 때 천(天) 지(地) 인(人) 삼재(三才)를 가지고 풀이합니다. 예를 들어 십자가에서 세로로 선 것이 사람이고 가로로 누운 것은 땅, 위의 점은 하늘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십자가는 무엇이냐, 인간이 땅을 뚫고 하늘로 올라가는 것을 상징하는 표시'라고 풀이합니다. 대속(代贖)신앙이 아니라 자속(自贖)신앙을 강조합니다.
요한복음 3장 16절은 '하느님이 세상을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인데 정통 기독교에서는 '하나님이 이 땅에 자기 아들 예수를 보내서 예수가 죽음으로서 예수를 믿은 사람들이 영생을 얻는다'는 식으로 해석합니다. 다석은 그게 아니예요. 하나님이 자기의 씨(신성)를 각 사람 속에 심어줬다고 해석합니다. 우리 속에는 전부 신성이 있고, 불교에서는 그걸 불성, 유교에서는 인성이라고 합니다. 우리 속에 있는 참나, 얼나 이런 것이 있다고 하는데, 그것이 하늘에서부터 주어진 씨라고 보는 것이죠.”
-미국에는 교회 신자들이 더 건강하고 오래 산다는 말도 있습니다. 일요일마다 교회에 나가며 예배를 드리면 스트레스가 줄고, 가깝게 지내는 교우도 생기고, 술 담배를 멀리하고, 성경 말씀을 생각하며 나쁜 유혹에 덜 빠지고… 그런 착한 신앙도 기복신앙, 표층 종교라고 비판할 수 있는 겁니까?

가나안 교인과 안나가 교인

“저는 교회의 공동체적 요소를 좋게 생각합니다. 서로 가깝게 지내면서 돕고, 우의를 다짐하는 것은 좋습니다. 제 형님도 미국 LA에 사는데 교우들이 모여서 매일 아침 골프 치러 가고…. 세상에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는 모임은 교회 말고는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부모형제나 일가친척도 그렇게 자주 만나지 않지요.
그러나 교회에서도 여러 가지 이해관계로 갈등과 소란이 일어나는 것이 현실입니다. 목사 편과 장로 편, 오래된 신도와 새 신도 편 등으로 편을 갈라 싸우는 일도 비일비재합니다. 상당수 교인들이 교회 때문에 스트레스가 더 쌓인다고 호소합니다. 그래서 '가나안' 교인들, 거꾸로 '안나가' 교인들이 많아지는 것이지요.
교인들이 오래 산다는 말이 정확한 통계에서 나온 말일까요. 교회에 안 나가는 북유럽 나라들의 평균 수명이 더 길 것 같은데요.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제가 LA 어느 목사님에게서 들은 바에 의하면 목사 사모들의 경우 생명보험비가 더 높다고 하더군요. 스트레스가 아주 높기 때문이죠. 목사 사모라는 특수 위치 때문에 자기의 전공을 살리지도 못한 체 교회에 묶여 있어야 하고, 남편 목사가 여신도들에 둘러싸여 있는 것도 신경 쓰이고, 그렇다고 불평할 수도 없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결국 교회가 사교적이고 즐겁기 만한 모임이 아니고, 자기들의 이기적 '제나'를 추구하는 투쟁의 장소가 되기 쉽습니다. 이상적인 '얼나'를 찾는 장소로 적합한지 다시 생각해봐야죠.”(인터뷰어 황호택 논설고문·정리=박하늘 인턴기자)
 
<오강남 교수 약력>
- 1941년 출생
- 1965년 서울대학교 종교학과 학사
- 1967년 서울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 석사
- 1970년 서울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 박사과정 수료
- 1976년 캐나다 맥마스터대학교 대학원에서 '화엄의 법계연기 사상에 관한 연구'로 종교학 박사(Ph.D)
- 1980~2006년 캐나다 리자이나대학교 비교종교학 교수
- 1986, 2011년 서울대학교 객원교수
- 1990~98년 미국종교학회 한국종교분과 공동의장
- 1991~96년 북미한국인종교학회 회장
- 저서 "도덕경"(1995, 개정판 2010), "장자"(1999년), "예수는 없다"(2001, 개정판 2017년) "진짜 종교는 무엇이 다른가"(2011, 개정판 2019)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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