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종량세 1년, '빈익빈부익부'에 양극화된 수제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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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 기자
입력 2021-01-19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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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량세 개정으로 전년대비 최대 40% 매출 신장

  • 편의점 진출 못한 소규모 업체 '고사위기'

  • 지역 소규모 수제맥주 '온라인판매' 허용해야

CU 편의점에 진열된 수제맥주.[사진=BGF리테일 제공]


52년 만의 주류세 개정으로 지난해 국내 수제맥주 시장에 훈풍이 불었지만 '빈익빈부익부'라는 양극화를 빚는 등 업체마다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소매(편의점) 유통채널 확보에 성공한 업체는 승승장구 하는 반면 전문펍 중심으로 하우스맥주에 공을 들이던 업체는 '고사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업계는 편의점 시장 진출에 실패한 소규모 업체의 경우 ‘온라인 판매’ 허용 등 정부의 구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19일 국세청과 한국수제맥주협회에 따르면 국내 수제맥주 시장규모는 지난해 기준 633억원 가량으로 추산되며, 향후 5년간 연평균 30%씩 성장해 2024년에는 4000억원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수제맥주 시장은 지난해 1월부터 술에 세금을 매기는 방식이 기존 종가세(가격)에서 종량세(용량)로 바뀌면서 날개를 달았다.

수제맥주는 소규모 제조 방식 탓에 원가가 높아 종가세 체제에서 많은 세금을 내야 했다. 유예기간이 끝난 뒤 7월부터 종량세가 본격 시행되자 모든 맥주의 리터당 세금이 같아지면서 수제맥주 브랜드들이 기존 대비 20~30% 저렴한 가격으로 시장에 풀렸고, 수입맥주만 누리던 ‘4캔에 1만원’ 프로모션이 봇물쳤다.

GS25와 CU, 세븐일레븐 등 주요 편의점이 국산 수제맥주 업체와 협업해 컬래버 상품을 출시한 것도 톡톡한 효자 역할을 했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로 혼술·홈술 시장이 커지면서 수제맥주 라인업도 다양해졌고, ‘일본맥주 불매운동’까지 더해지며 국내 수제맥주 호황에 불이 붙었다.

편의점 업체 가운데 GS25는 ‘광화문·제주백록담·경복궁·남산’ 등을 선보였다. CU는 ‘곰표 밀맥주·말표 흑맥주’로 히트를 쳤고, 세븐일레븐도 ‘유동골뱅이맥주’로 각광을 받았다.

편의점에 진열된 곰표밀맥주.[사진=CU 제공]

제주맥주와 현대카드가 출시한 아워에일.[사진=제주맥주 제공]


◆ '제주·곰표·골뱅이', 수제맥주 새지평 열다
국내 수제맥중 업체 중 제주맥주는 업계 최초로 올해 코스닥시장 상장을 추진할 만큼 성장세를 달린다. 지난해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한 제주맥주는 2015년 제주브루어리라는 이름으로 제주도 한림읍에서 창립했다. 

제주위트에일, 제주펠롱에일 등이 히트작이다. 제주맥주는 2019년 매출 151억원에 영업손실 91억원, 당기순손실 118억원을 냈지만, 상반기에만 14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제주맥주는 올해 상장과 함께 첫 흑자 전환도 기대하고 있다. 제주맥주가 추진하는 상장은 ‘테슬라 요건 상장’으로, 적자 기업이라도 성장성이 있다면 상장을 허용해주는 특례제도다.

세븐브로이의 ‘곰표맥주’도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편의점 CU 유통망, 밀가루 회사 대한제분의 ‘곰표’ 브랜드, 주세법 개정으로 인한 ‘가격 경쟁력’ 등 삼박자가 들어맞았다.

곰표맥주는 출시 3일 만에 생산물량 10만개를 완판하고, 일주일 만에 누적 판매 30만개를 돌파했다. 맥주는 수제맥주업체 세븐브로이 양평공장에서 생산된다. 세븐브로이는 국내 1호 수제맥주 면허기업이다. 2017년 청와대 기업인 초청 호프미팅 때 공식 만찬주로 선정된 바 있다.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는 '첫사랑 IPA', '성수동 페일에일' 등 식약처 등록 기준 약 40종의 시그니처 수제맥주를 판매한다. 대표제품인 에일맥주 '첫사랑'은 누적 판매량이 50만잔을 넘었다. 세븐일레븐이 골뱅이 가공캔 업체인 유동골뱅이와 손잡고 내놓은 '유동골뱅이맥주'도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유동골뱅이맥주는 더쎄를라잇브루잉이 공급한다.

유동골뱅이맥주[사진=세븐일레븐 제공]
 

편의점 입점 국내 수제맥주 현황[출처=각사]

◆편의점 진출못한 소규모 업체, ‘고사직전’
국내 수제맥주 업계는 작년 한해 종량세 호재로 30~40% 매출이 전년 대비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종량세 덕분에 편의점 소매시장 진출 계기가 생겨 전체 실적을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이른 바 '전문펍' 시장은 전멸했다. 업체가 영세해 편의점 시장에 진출하지 못한 곳은 경영난이 가속화 하고 있다.

한국수제맥주협회 측은 국내에 있는 154개 수제맥주 업체 중 사실상 소규모인 100여개 이상의 업체가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여기에 틈새를 파고드는 대기업의 수제맥주 시장 침투에 대해서도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오비맥주가 수제맥주 업체 핸드앤몰트를 인수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업계 안팎에서는 정부가 소규모 업체들의 줄도산을 막고, 제품 다양성을 살리기 위해 지역 수제맥주 업체에 대해 '온라인 판매 허용' 등 일시적인 구제책을 제시해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주류세 개정으로 수제맥주 업체에 훈풍이 불어온 것은 맞지만 상대적으로 소규모 업체는 편의점 진출 등에 실패하며 더 주저 앉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며 “코로나에 존폐 위기를 겪는 지역 소규모 업체를 위한 온라인 판매 허용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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