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한국판 뉴딜은 정책 플랫폼, 어느 정부라도 가야 할 길"

이경태 기자입력 : 2021-01-13 16:37
스스로 디지털화·그린화 통해 산업 경쟁력 향상 시켜야 '부품-조립'의 산업구조에서 '소재-부품-제품-장비'의 세트형 구조 전환해야

장지상 산업연구원장.[사진=산업연구원 제공]



"한국판 뉴딜은 정책 플랫폼의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디지털화, 저탄소, 포용경제 등을 담고 있는 만큼 향후에 어느 정부가 출범하더라도 반드시 가야 할 길입니다."

지난 12일 본지와 비대면 인터뷰를 진행한 장지상 산업연구원장은 한국 경제와 산업의 방향에 대해서는 확고한 생각을 전했다.

그는 "경제 체질을 바꿔나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특히, 저탄소 경제를 일궈나가야 하는 시기에 기업이 나서기에는 여러모로 부담이 크지만, 환경문제에 방어적이고 소극적이었던 그동안의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면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적극적으로 변화를 수용하고 기술을 개발해 새로운 사회에 적응해야 수출도 늘어날 것이라는 게 장 원장의 조언이다. 장 원장에게 한국 산업의 미래를 물었다.

- 급변하는 국제사회 속에서 우리나라가 해결해 나가야 하는 이슈는 무엇인지, 또 포스트 코로 나 시대를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말씀해달라.
 
"백신이 국내외에서 효과적으로 접종되는 최상의 시나리오가 전개된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올해 안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권을 완전히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이후 국내 산업은 본격적인 포스트 코로나 문제들을 직면하게 될 것이다. 단순히 코로나19 이전 상태로 복귀를 목표로 해선 안 된다. 디지털화(化)와 그린화(化)가 전 세계적으로 속도를 내는 만큼 국가 간 산업 경쟁과 정책 경쟁이 격화될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 자신의 힘으로 디지털화와 그린화를 통해 산업 경쟁력을 얼마나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인가가 미래 산업발전과 국민 삶의 질을 결정할 것이다."

- 대한민국의 성장을 향한 정책의 중심에는 한국판뉴딜이 있다. 한국판뉴딜을 통해 산업전반에 어떠한 변화가 생기고 어떻게 대응해 나가야 할지.
 
"올해엔 코로나19의 충격으로부터 반등해 경기 회복을 가시화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기의 초석을 다지는 중요한 해가 될 것이다. 이렇다 보니 한국판 뉴딜은 과거 미국의 뉴딜처럼 위기 극복을 위한 초석 역할을 맡을 수 있을 것이다. 한국판 뉴딜을 통해 우리나라는 추격형 경제에서 선도형 경제로, 탄소의존 경제에서 저탄소 경제로, 불평등 사회에서 포용 사회로 도약하는 대전환을 이루게 될 것이다. 앞으로 정부의 노력도 중요하나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업과 민간 부문의 적극적 참여와 역할이 주된 관건이 될 것이다. 한국판 뉴딜 실행 과정에서 정책과 자원이 효율적으로 사용돼야 한다. 기획, 입안, 수행, 평가, 개선 등 일련의 과정이 구체적이면서 일관되게 진행돼야 한다. 발전이 단순히 수치 목표의 달성이 아니라, 산업의 생태계와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개돼야 한다. 사회 구성원으로부터 의견 수렴과 컨센서스, 갈등 완화를 중시할 필요가 있다."

-바이든 시대로 접어들어도 미·중 갈등이 앞으로 더욱 본격화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바이든 시대에는 직접적인 통상정책 뿐만 아니라 다른 정책도 통상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미국 외교정책도 통상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이는 바이든 미 대통령이 커리어의 대부분을 정치인으로서 지낸 직업정치인이며 그 중에서도 외교분야를 전문으로 하고 있는 점에 기인한다. 바이든 시대에는 동맹국을 포섭해서 중국을 포위하는 방식으로 견제정책을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미국은 첨단기술의 중국유출을 최대한 막는 것에 중점을 두고 첨단기술 및 정보통신 분야에서의 대중 견제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중과의 관계에서 가져야 할 확실한 원칙은 자유무역의 원칙에 대한 존중과 확산에의 기여가 될 것이다. 기존의 한-미 동맹관계를 굳건히 유지하되 경제분야에서는 자유무역의 원칙에 입각해 중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의 시정을 위주로 보조를 맞춰 나가야 할 것이다."

- 지난해 무역 1조 달러 달성이 무산됐다. 아쉽게 4년 연속 1조 달러를 달성하지는 못했다. 다만, 여전히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것은 무역이다. 무역 시장의 규모가 더 확대되도록 하려면 어떻게 산업구조 재편이 이뤄져야 할지 궁금하다.

"산업구조의 재편을 생각할 때, 제품을 중심으로 한 전통적인 접근에서 벗어나야 한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것을 새로운 산업으로 보고, 새로운 제품을 추가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습관에서 벗어나야 한다. 산업 성격에 맞는 포지셔닝을 생각해야 한다. 방향성을 말한다면, 제조와 생산의 탁월한 경쟁력(엑설런시)으로 특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예컨대 스마트폰에서 애플과 삼성의 협력을 미래차에서 재현하는 방식이다. 또 제조 엑설런시를 넘어 제조의 서비스화를 포함한 비즈니스모델의 근본적인 변화도 지향해야 한다. 해외시장 진출도 전통적인 수출, 수출+투자 모델과는 다른 접근법이 필요하다. 무역-투자-서비스 연계망으로서 GVC를 구축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산업 현장에서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문제는 규제다. 특히나 대기업에 대한 규제와 법 제도가 기업을 위축시키고 있다.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무엇인가.

"우리나라 규제관리시스템은 규제선진국인 영국이나 호주의 규제관리시스템과 비교해보아도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필요한 제도는 대부분 갖추고 있다. 그러나, 기업이나 시장에서 규제개선에 대한 만족도가 낮게 유지되고 있는 것은 결국 규제관리시스템이라는 제도 자체의 정립에만 효과가 있었고, 그 제도의 운용을 통한 시장의 만족도는 도외시됐다. 제도의 효과적 운용을 위해서는 현재 도입된 상태이지만, 제대로 수행되지 않고 있는 규제영향평가제도의 실질적 활용이 중요하다. 정확한 규제영향분석에 기반을 두고 도입 규제의 가치환산과 각 분야에 대한 영향평가가 있어야 우리나라의 규제개혁도 적시에 제대로 된 실질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대기업에 대한 규제와 법 제도가 기업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평가가 있는데 이에 대해서도 규제 도입 전 제대로 된 사전영향평가가 필요하다."

- 한국 수출의 중심에 놓인 제조업이지만, 이마저도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되기 십상이다. 또다시 제조업 르네상스를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도 필요하고 경제사회 전반의 산업 구조 변화에 대한 공감대도 형성돼야 한다. 미래 먹거리 산업 창출 등 제조업분야의 미래 전략을 어떻게 설계해나가야 할지 궁금하다.

"지난 20년간 성장주도-수출주도 산업이 거의 변화가 없었고, 최근 들어 자동차, 통신기기, 디스플레이 등 고기술 산업군도 성장이 정체된 상태다. 이제부터라도 혁신에 기초한 성장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제조업이 혁신역량과 전략적 민첩성을 강화한다. 플랫폼 기반 신성장동력산업의 육성을 위해서는 이들 산업으로의 진입과 역량 확보 속도를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인수합병 등을 통해 현재 취약한 혁신역량을 민첩하게 강화하고 내외부 지식역량의 융복합화를 통한 비즈니스 모델 혁신도 일궈야 한다. 생산·운영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부품-조립’ 중심의 산업구조를 ‘소재-부품-제품-장비’의 세트형 산업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제조의 서비스화를 위한 요소기술 개발 및 비즈니스 모델의 설계·확산으로 미래형 산업구조로의 변화에 대비할 필요도 있다."

- 문재인 정부들어서 대외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가 신남방 정책이다. 앞으로 신남방 정책을 펼 때 어떻게 해나가야 할 지를 말씀해달라.

"신남방지역이 세계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부상하면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일본은 신남방지역에서 경제 협력의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을 주도하고 있다. 중국은 일대일로 정책을 통해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 있으며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ECP)을 체결했고 미국도 글로벌 공급망의 탈중국을 목표로 경제 번영 네트워크(EPN)를 추진중이다. 우리나라는 부족한 자본과 기획능력을 극복하기 위해 소프트파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소프트파워는 하드파워(군사력, 경제력)과 달리, 달리 문화, 교육·지식, 과학기술·ICT, 평화·교류, 환경생태·에너지, 외교, 정부·제도, 언론, 기업, 복지(의료, 주거, 행복도)를 통한 국제관계의 주요 수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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