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8차 당대회 톺아보기] ①김정은 ‘반성’으로 시작···길어진 일정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정혜인 기자
입력 2021-01-11 06:4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北 제8차 당대회 2016년 이후 5년 만에 개최

  • 김정은 5일 개회사로 시작…일주일째 이어져

  • 金, 사흘간 당 중앙위 사업총화 보고…이례적

  • 5개년 경제계획 내놨지만…"새로운 것 없다"

  • '신중모드' 결정서 채택도 예상보다 지연돼

조선중앙통신은 10일 전날 열린 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당 중앙위원회 사업총화 토론과 당 중앙검사위원회 사업총화, 당 규약 개정이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개정된 당 규약에는 국방력 강화 내용이 명시됐다.[사진=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공식 집권 10년 차에 열린 북한 노동당 제8차 대회가 기존 예상보다 길게 이어짐과 동시에 북한의 이례적 행보가 포착돼 눈길을 끌었다.

당초 통일부를 비롯해 대북 전문가들은 지난 제7차 당 대회와 비교해 이번 당 대회가 3~4일간 진행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지난 5일 개막한 제8차 당 대회는 11일까지 일주일째 이어진다. 
 
◆‘반성·비판’ 이어졌지만···해법은 글쎄

김 위원장의 개회사로 시작한 제8차 당 대회는 반성과 비판이 이어졌다.

김 위원장은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사흘간 이어진 당 중앙위원회 사업총화 보고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 등 제7차 당 대회 결정사항을 관철하지 못한 부분에 대한 자아비판과 함께 제8차 당 대회 결정관철을 위한 결의를 다지는 데 집중했다.

그는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이 “거의 모든 부문에서 엄청나게 미달됐다”면서 경제정책 실패를 공식 인정하고,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천명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전체적으로 사회주의 경제건설과 관련해 문제점 지적 중심으로 상당히 세부화된 과업 제시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번 제8차 당 대회에서는 문제점을 냉철하게 분석평가하고, 실천방도나 과업을 제시하는 데 주력했다”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은 “사회주의 건설에서 부단한 새로운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 투쟁하는 우리의 노력과 전진을 방해하고 저애(저해)하는 갖가지 도전은 외부에도, 내부에도 의연히 존재하고 있다”면서 “결함의 원인을 객관이 아닌 주관에서 찾고 경험과 교훈, 범한 오류를 전면적으로 깊이 있게 분석·총화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당 전원회의와 정치국 회의에서도 경제정책 실패를 시사했었다. 그러나 전국의 당 대표자들이 모인 자리인 당 대회에서 공개적으로 실패를 인정한 것은 처음이다. 이번 당 대회에서 경제난 극복을 위한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하고, 이를 도약의 계기로 삼겠다는 김 위원장의 의지 담긴 행보였다.

이 때문에 북한이 새롭게 내놓을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에도 시선이 집중됐다. 지난 9일 북한은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눈에 띌 만한 ‘새로운 한방’은 없이 기존의 자력갱생 기조를 유지했다.

북한의 국가경제발전과 연관되는 대미(對美)·대남(對南) 정책도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 남북 합의 이행 등 기존의 노선을 되풀이했다.
 

지난 9일 북한 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당 중앙위원회 사업총화 토론과 당 중앙검사위원회 사업총화, 당 규약 개정이 이뤄졌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0일 보도했다. 사진은 박봉주 당 부위원장(왼쪽부터),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최룡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김덕훈 내각총리.[사진=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신중해진 北···사업총화만 3일, 길어진 대회 일정

제8차 당 대회는 이날까지 일주일째 계속된다. 북한의 당 대회는 1차(1945년)·2차(1948년)·7차(2016년) 때는 4일간, 6차(1980년)는 5일간, 3차(1956년)는 7일간, 4차(1961년)는 8일간, 5차(1970년)는 12일간 진행됐었다.

북한은 사업총화 보고가 종료된 지난 9일인 대회 5일 차 회의까지도 당 대회 결정서를 채택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이 5~7일 사흘에 거쳐 사업총화 보고를 하고, 당 대회 참석자들이 8~9일 이틀 동안 토론을 벌인 뒤에도 결론을 못 낸 셈이다.

이와 관련 조선중앙통신이 전날 오전까지만 해도 당 중앙위원회 사업총화 보고의 결론이 담긴 결정서가 새로 선거된 제8기 당 중앙지도기관이 ‘다음 대회’에서 심의·채택하겠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이번 당 대회 결정서가 제9차 당 대회에서 채택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전날 오후 조선중앙통신이 해당 기사에서 ‘다음 대회’ 표현을 삭제하고, 조선중앙TV 보도에서도 “의견을 종합한 다음, 대회에서 심의하여”라고 언급해 제8차 당 대회 기간 결정서가 채택될 것임을 시사했다.

나흘 일정으로 열린 지난 제7차 당 대회에서는 김 위원장의 개회사와 사업총화 보고가 이틀 만에 마무리되고, 3일 차 회의에서 결정서가 채택됐다. 그러나 이번 당 대회에서는 5일 차 회의까지도 결정서 초안조차 작성되지 않은 것이다.

이런 북한의 행보는 김 위원장의 경제실패 인정과 연관해 평가할 수 있다. 대북제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쉽게 해결되지 않는 대외환경 속에서 섣부른 결정서 채택으로 또다시 실패 인정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내포됐다는 의미다.

이번 당 대회에서 결론을 내리면 5년 뒤인 제9차 당 대회까지 해당 방침을 유지해야 하는 만큼 다음 행보를 결정하는 것에 신중하게 접근하려고 한다는 얘기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