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효백의 新아방강역고-15] 천안(天安)은 황제국가의 도시 이름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강효백 경희대 법무대학원 교수
입력 2021-01-08 07: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天'이 앞에 나오는 도시이름…황제국가만이 붙일 수 있는 특권

  • 천안은 ‘황제가 백성을 기쁘게 하여 천하를 안정시키는 곳’이라는 뜻

강효백 경희대 법무대학원 교수

◆'하늘 천(天)'이 앞에 나오는 도시 이름은 황제국가만이 붙일 수 있는 특권

한국, 중국, 일본, 베트남 등 한자문화권 국가 도시 이름 가운데 하늘 ‘천’이 앞에 나오는 도시는 단 세 곳이다.(1)* 한국의 천안(天安), 중국의 텐진(天津)과 텐수이(天水). 일본과 베트남에는 단 한 개도 없다.

하늘 '천'이 뒤에 나오는 지명은 한국의 순천(順天), 옛 중국의 봉천奉天(지금의 랴오닝 성 중심도시 선양(瀋陽)과 베트남 중부의 투어티엔후에성(承天顺化省 Tỉnh Thừa Thiên – Huế)의 투어티엔(承天)이라는 마을 뿐이다.

대한민국(북한지역 포함)의 도·시·군·구 뿐만 아니라 읍·면·동(2)* 이름에 하늘 천(天)이 붙은 지명은 충청남도 천안(天安)시 단 하나 뿐이다.

중국에는 천안문은 있어도 천안은 없다. 남한 땅의 96배 광활한 중국땅에 하늘 천 자가 앞에 붙는 두 도시 중 유명한 텐진 직할시의 지명은 '천자(天子)가 다니는 나루터'라는 뜻이다.

간쑤(甘肅)의 텐수이시 지명은 삼황오제의 천황(天皇)이자 동이족의 두령인 복희(伏羲)씨 탄생지에서 나왔다. 텐수이는 희황고리(羲皇故里)의 별칭을 갖고 있으며 지금도 매년 음력 정월 16일 복희씨의 탄생일에 성대한 제사를 지내고 있다.

그런데 천안시 홈페이지를 비롯 각종 온·오프라인에는 천안이라는 지명은 '하늘 아래 편안한 곳'이라는 의미로 지었다고 밋밋하게 적고 있다. 그런데 하늘 아래 가장 편안한 곳이 천안 한 군데 뿐인가?

고려 태조 왕건 황제에 끝까지 저항한 사람들은 지금 천안의 목천지역민이다.

강희맹, 서거정이 편찬한 지리서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를 보자. 고려 태조가 고려를 건국하자 목천(木川) 지역 사람들이 순응하지 않고 끝까지 저항하자 왕건이 그 곳 사람들에게 동물의 이름으로 돼지 돈(豚), 코끼리 상(象), 소 우(牛), 사슴 장(獐)등의 성씨를 부여하자, 그 후손들이 돈(頓), 상(尙), 우(禹), 장씨(張氏)로 개성(改姓)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그러나 태조왕건은 목천 부근에 930년 황도 개경에 비견되는 제2수도를 건설하며 천안(天安)으로 명명한다. 이는 고려왕국 개국 익일 918년 7월 26일 자신을 구오통림지극 황제로 등극을 선포한 '군주와 백성이 다 함께 모든 것을 새롭게 바꾸려 한다'는 함여유신(咸與惟新)의 대개혁과 대 포용정책의 위대한 실천이다.

-태조가 행차하여 천안부를 설치하다 -『고려사』 세가 1권, 930년 8월 미상

천안부(天安府)는 태조 13년(930) 왕건이 산(태조산)에 올라 오룡쟁주의 지세를 살피고 동·서도솔을 합하여 천안부로 만들고, 도독을 두었다 -
『고려사』 『고려사』 56권 11志 지리 양광도 천안부 연혁

◆천안은 ‘황제가 백성을 기쁘게 하여 천하를 안정시키는 곳’이라는 뜻


그런데 천안시 홈페이지를 비롯 각종 온·오프라인에는 천안이라는 지명은 하늘 아래 편안한 곳이라는 의미로 지었다고 밋밋하게 적고 있다. 그런데 하늘 아래 가장 편안한 곳이 천안 한 군데 뿐인가?

천안의 천天은 황제(皇帝emperor)를 뜻한다. 안(安)은 형용사보다 동사로 쓰이는데 여기서는 태조 왕건의 ‘함여유신’의 정신 즉 백성을 기쁘게 하여(樂意be happy to)와 천하를 안정시키다(安着stabilize)를 뜻한다. 즉 천안은 황제가 백성을 기쁘게 하여 천하를 안정시키는 곳을 의미한다.

부연하자면 천(天)은 단순히 ‘하늘’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天이 단순히 하늘을 뜻한다면 天이 앞에 붙은 도시 이름이 수도 없이 많았을 것이다.

고려 황제의 집무실(정전)의 명칭앞에 천자국만이 쓰는 하늘 천을 붙였다. 제1정전 연경전을 '천복전', '천성전'으로, 제2정전 수덕궁을 '천덕전', '천령전'으로, 제3정전 구제궁의 정전을 '천흥전'으로 불렀다.

고려제국 수도인 개경의 모든 문에도 '하늘 천'을 붙여 불렀다. 천우문', '승천문', '통천문', '좌우조천문', '천복문', '천덕문이라 불렀다. 만월대를 '천지(天墀)', '천구(天衢)', '천문(天門)'이라 불렀다.

고려의 조정을 천조 '천정(天庭)'이라 하였다. 여진들이 고려에게 조공하였을땐 '조천(朝天)'이라 하였다. '조천'은 신하가 황제를 알현할 때 쓰는 표현으로 '하늘을 받든다.'란 뜻이다.

황위를 '구천지위(九天之位)', '천위(天位)'라 했다. 고려 황족의 결혼을 '천인(天姻)'이라 하였다.

또한 태조 친위군을 천군(天軍)이라고 하고 후삼국통일 최후의 결전 일리천 전투에서 천무군대장군등으로 칭호를 붙여 최후의 승전을 이루었다. 『고려사』 세가 2권 936년(태조 19년) 9월 8일(음)

◆천안 출토 청동상의 주인공은 왕건이 확실시 된다.

 

(왼쪽) 개성출토 왕건 청동상 (오른쪽) 천안 출토 완건(추정) 청동상[사진=강효백 교수 제공]

2016년 6월 머리 부분만 남아있는 청동상(크기 9.11㎝)이 목천읍의 한 산 중턱에서 발견됐다. 당시 개성에서 출토된 청동 왕건상과 유사한 관을 쓰고 있는 점에서 왕건상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출토된 청동상은 관(冠)을 쓴 머리부분(頭部)만 남아 있으며 크기는 높이 9.11cm, 두부 8.41cm, 측면 5.82cm, 폭 6.82cm다. 관의 중앙에는 금박산으로 불리는 오각형의 산이 있으며 그 안에 王 자가 새겨져 있다.

이를 두고 국내 학계에서 왕건상이 맞다 아니다 논쟁이 치열하다. 이에 대해 필자는 위에서 말한 천안의 황제국가만이 붙일 수 있는 지명이라는 근거와 함께 아래와 같이 천안출토 청동상이 <금박산으로 불리는 오각형의 산이 있다>는 대목에 착안, 비교 분석한 결과 왕건상이 확실시된다고 비정(比定)한다.

중국 최고 권력의 상징 톈안먼(天安門)은 5개의 통로를 뚫은 성벽 위에 목조 누각을 지은 대표적인 성문 건축이다. 9·5의 수를 사용하였는데 이는 황제를 위한 구오지존(천자의 자리로 황권을 상징)과 지극히 높아 위가 없는 지극의 뜻을 상징한다.

또한 중국 역대 황제가 쓰는 통천관(通天冠)은 고산관(高山冠)이라고 하는데 시대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반드시 금박으로 된 산이 앞으로 기울여 있고 관 위에 메미 무늬(선문·蝉纹)가 장식되어 있다


◆◇◆◇◆◇각주

(1)*한·중·일, 베트남 뿐만 아니라 태국·라오스·캄보디아·미얀마·레이시아 등 동남아 국가들의 도시를 전수분석했으나, 도시이름 앞에 하늘을 의미하는 단어가 붙은 도시는 한국의 천안(天安), 중국의 톈진(天津)과 톈수이(天水), 단 세 곳 뿐이다.

(2)*서울시 서대문구 천연동(天然洞)이 있으나, 이는 주변에 자연적으로 생긴 천연(天然)못이 있던 곳으로 연유된 지명으로 천자(황제)는 물론 하늘 천과도 관련이 없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