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스가, 4개월짜리 '단명' 총리?...'스가·아베·이시바' 기싸움 3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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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입력 2020-12-14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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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벚꽃모임 비위' 아베의 반격·궁지몰린 스가·눈치보는 이시바

  • '당 기반 취약' 스가의 유일한 동아줄 니카이 간사장이 핵심

"졸리다, 왠지 졸리다. 최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의 피로는 극치에 달해있다. 연일 눈꺼풀이 무겁고 졸린 눈을 하고 있는 스가 총리의 신경을 거스르는 요인이 하나 더 늘었다. 아베 신조 전 총리의 부활극 때문이다."

지난 12일 일본 대형 출판사 고단샤가 운영하는 온라인매체 겐다이비즈니스가 최근 스가 총리 관저의 분위기를 묘사했다. 스가 총리는 9월16일 취임 후 3달 만에 두 번째 내각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10월 취임 한 달 만에 정부 비판 성향 학자의 학술회 임명 거부 문제로 집권 위기 수준인 30%대로 고꾸라진 지지율을 겨우 회복했던 스가 총리는 이달 다시 40%대에 접어들며 지지율 붕괴 국면을 맞고 있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와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사진=AP·연합뉴스]

 
코로나 확산세에도 웃으며 "가스입니다"...궁지 몰린 스가

12일 마이니치신문과 사회조사연구센터가 공동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에서 스가 내각의 지지율을 지난달 7일 조사 대비 17%p(포인트) 급락한 40%를 기록했다.

더 큰 문제는 스가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여론이다. 이달 내각 비지지율은 전월보다 13%p나 치솟으며 49%를 기록했다. 한달 사이 내각 지지 여론과 비판 여론이 역전했을 뿐 아니라, 취임 후 처음으로 비판 여론이 지지세를 넘어섰다.

우선, 스가 내각은 10월 말부터 급증한 일본의 코로나19 3차 유행세에도 경기 진작을 위해 국내여행 장려 사업인 '고 투(Go To) 트래블'을 강행한 것이 지지율 급락의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두 달 가까이 가라앉지 않는 확산세의 주요 요인으로 고투 트래블이 지목받는 가운데, 스가 총리는 해당 사업이 감염 확산세를 촉진했을 가능성을 '증거가 없다'며 부인하고 있어 비판 여론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를 정면 돌파하기 위해 전날인 11일 스가 총리가 온라인 동영상 사이트 '니코니코'에 출연해 "안녕하세요. 가스(스가 총리의 별명)입니다"라며 밝게 웃으며 발언한 것은 오히려 불붙은 비판 여론에 기름을 껴얹은 격이었다.

현재 일본 코로나19 유행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쏟아지며 현 내각의 안이한 상황인식을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일각에선 지난 4월 내각의 비상사태 발효 당시 아베 전 총리가 집에서 반려견을 품에 안고 노래하는 영상을 트위터에 올렸던 상황에 빗대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 화들짝 놀란 스가 내각은 이날 뒤늦게 고 투 캠페인 잠정 중단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으나, 이미 상황은 너무 늦어버린 것처럼 보인다.

이에 대해 마스조에 요이치 전 도쿄 도지사는 12일 일본비즈니스(JB) 프레스에서 '스가 총리의 비극'이란 제목의 기고문을 통해 "스가 총리 주변에는 권력에 빌붙어 으스대고 무능력한 측근들만 있다"면서 스가 내각에서도 관료들의 윗선 눈치 보기를 뜻하는 '손타쿠'(忖度) 행정이 일상화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스가 총리도 아베 전 총리와 마찬가지로 '친구 정치'와 '측근 정치'를 일삼는다"면서 "산사태를 일으키는 폭우를 맞은 스가 총리와 측근 모두가 제대로 판단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 같다"고 분석하며 '단명 내각'의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지난 11일 일본  온라인 동영상 사이트 '니코니코'에 출연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사진=유튜브/ANN 캡처]

"스가가 창백해지고 있다"...유일한 당내 동아줄 '니카이' 공략하는 아베

'벚꽃을 보는 모임 전야제'와 관련한 선거자금법 위반 혐의로 일본 도쿄지방검찰 특수부의 칼날이 겨눠진 아베 전 총리의 반격도 스가 총리를 향한 구심력을 약화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지병인 대장염 악화를 이유로 갑작스럽게 사임했던 아베 전 총리는 퇴임 후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정력적으로 공개활동을 재개했다.

퇴임 후 한 달 사이 태평양전쟁 A급 전범 위패를 합사한 야스쿠니 신사를 두 차례나 참배하며 극우세력의 지지세 결집을 다졌고, 이후 자신의 자민당 파벌인 호소파 인사들과의 만남을 늘리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달 11일에는 자민당 의원들이 구성한 '포스트 코로나 경제 정책을 생각하는 의원 연맹'의 회장으로 취임하며 본격적인 외부 활동에 나서기도 했다. 이는 앞선 아베 전 총리의 지지단체인 '아베노믹스를 성공시키는 모임'의 이름을 바꾼 것이다.

해당 모임에서 호소다파 의원들은 "아베 전 총리가 3번째 내각으로 집권해 파벌을 이끌어야 한다"는 아베 대망론을 주장한 데 이어, 한 식사 자리에서 아베 본인이 "나 같으면 내년 1월 중의원을 조기 해산하고 총선에 돌입할 것"이라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후 11월24일 친 정부 성향의 요미우리신문과 NHK는 아베 총리의 벚꽃 모임 전야제 의혹을 보도했고, 관련 사건으로 아베 전 총리의 비서 2명과 20명 이상의 지역구 지지자를 조사 중이던 도쿄지검 특수부는 수사의 칼날을 아베에 직접 겨눴다.

결국 지난 3일 특수부는 해당 혐의를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규정법 위반으로 규정하고 해당 행사를 조직한 정치단체인 '아베 신조 후원회'의 대표이자 아베 전 총리의 공설1비서를 입건했다.

같은 날 특수부는 곧이어 '의견 청취'라는 명목으로 아베 전 총리에 대한 직접 수사 방침까지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일본 아사히신문 산하 잡지인 아에라와 겐다이비즈니스 등은 아베 전 총리의 목줄을 조여오는 일련의 사건이 스가 총리의 묵인 아래 검찰이 아베를 직접 겨냥한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요미우리신문의 최초 보도의 출처가 바로 총리 관저였다는 것이다. 아베 내각 아래에서 10년 가까이 정치 비위 사건을 제대로 조사할 수 없었던 도쿄지검 특수부를 비롯한 일본 검찰이 아베를 향해 칼을 갈고 있었고, 이를 들은 스가 총리는 모르는 척 암묵적으로 검찰에 수사 승인을 내렸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11일 겐다이비즈니스는 아베와 스가가 9년 동안 내각에서 함께 일해왔지만, 서로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치 귀족 출신인 아베와 아베의 맹우 아소 다로 현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이 평범한 신분 출신으로 정치적 입지를 다져온 스가를 은근히 무시해왔으며, 결국 중의회 조기 해산과 관련한 아베의 발언이 스가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것이다.

아울러 매체는 스가 역시도 아베 총리의 비위 사건으로 영향을 받겠지만, 정치 생명이 사실상 끝날 수도 있는 아베에 비해서 피해는 적다는 셈도 마쳤다고 지적했다.

다만, 매체에 따르면, 아베 총리 측이 그냥 당하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자민당 내에서 특별한 파벌을 형성하지 않아 지지기반이 취약한 스가 총리의 약점을 공략한 것이다.

스가 총리는 지난 9월 당 총재 선거부터 당내 2인자이자 아베 총리의 호소다파 뒤를 잇는 세를 자랑하는 니카이파를 주도하는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의 큰 도움을 받았다. 이에 집권 후 스가 총리와 맹우 관계를 맺은 니카이파는 주요 내각 자리를 휩쓸었고, 아베의 호소다파는 더욱 설 곳을 잃었다.

겐다이비즈니스는 아베가 반격을 위해 고 투 트래블 사업을 공격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아베 내각에서 고 투 트래블 사업을 처음 출범했는데, 당시 니카이 간사장이 해당 정책을 주선했다는 점을 파고 든 것이다.

니카이 간사장이 실각할 경우 자연스럽게 당내 기반이 없는 스가 총리도 실각할 가능성이 높아지기에, 스가 총리가 자연스레 '창백해지고 있다'고 매체는 지적했다.

한편, 이와 같은 상황에서 자민당 내 반 아베 대표주자이자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의 주가가 높아지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겐다이비즈니스에 따르면, 호소다파와 니카이파의 내부 암투에 눈치를 보고 있는 당내 의원들이나 파벌 싸움에 반감을 가지고 있는 젊은 의원들이 자진해서 이시바 전 간사장을 찾고 있다는 것이다.

한 젊은 의원의 증언에 따르면, 이시바 전 간사장은 이들에게 "당이란 각 파벌에 복종하는 것이 아닌 모두가 함께 만드는 것"이라면서 "파벌 같은 것을 생각하지 말고, 언제든지 이곳에 오면 언제든지 환영"이라고 말해 따뜻하게 맞아줬다고 한다.
 

아베 신조 전 총리와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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