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심판까지? 축구계 인종차별 발언·사건 다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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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재 기자
입력 2020-12-09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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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계에 또 다시 인종차별 논란이 불거졌다. 9일 프랑스 파르크 데 프랭스에서 열린 PSG와 바샥셰히르의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H조 6차전에서 대기심의 인종차별 발언에 분노한 바샥셰히르 선수단이 경기 보이콧을 선언한 것이다. 

전반 15분경 카메룬 출신 피에르 웨보 바샥셰히르 코치가 루마니아 출신의 대기심 세바스티안 콜테스쿠에게 인종차별적 언어 사용에 대해 항의하는 과정에서 주심 오비디우 하테간(루마니아)으로부터 퇴장 명령을 받았다. 이때 바샥셰히르 벤치에 앉아 있던 뎀바 바(프랑스)가 콜테스쿠 대기심에 항의하며 공식 해명을 요구했고, PSG의 네이마르(브라질)와 킬리앙 음바페(프랑스)도 이에 동조했다. 결국 바샥셰히르 선수단과 코치진은 경기를 보이콧 하고 그라운드를 떠났다. 
 

피에르 웨보(왼쪽) 바샥셰히르 코치가 주심에 항의하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축구는 세계 각국에서 영입된 선수들로 이뤄진 팀 스포츠인만큼 '인종차별'에 그 어떤 종목보다 민감하다. 하지만 인종차별 논란은 해마다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지금까지 일어난 인종차별 논란들을 되돌아보면 흑인 선수들은 물론 아시아계 선수들조차 인종차별주의자들의 주된 공격 대상이었다.
 
루이스 수아레스, "난 검둥이하고는 말 섞지 않아"

파트리스 에브라(왼쪽)와 루이스 수아레스(오른쪽). [사진=EPA/연합뉴스]

2011년 10월 안필드에서 열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의 경기에서 당시 리버풀 소속이던 수아레스(우루과이)는 볼 경합 과정에서 맨유의 수비수 파트리스 에브라(프랑스)를 걷어찼다. 에브라가 왜 걷어찼느냐고 묻자 "네가 검둥이니까"라고 답했다. 발끈한 에브라에게 수아레스는 "검둥이와는 말 섞지 않아"라고 맞받아쳤다. 수아레스는 당시 흑인을 비하할 때 쓰이는 'negro'라는 단어를 2분 사이에 7차례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건으로 수아레스는 8경기 출전징계를 받았다.
관중들이 던진 바나나, 쿨하게 씹어 삼킨 다니엘 아우베스

다니엘 아우베스는 인종차별 앞에서 가장 '힙한' 모습을 보여줬다. [사진=온라인커뮤니티]

2014년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35라운드 바르셀로나와 비야레알과의 경기에서 나온 사건. 한 인종차별주의자가 경기 도중 유색 인종에 대한 차별의 의미로 경기장에 바나나를 던졌다. 바나나가 향한 곳에 서있던 것은 코너킥을 준비하던 브라질 출신의 베테랑 수비수 다니엘 아우베스였다.

이 때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아우베스는 그라운드에 떨어진 바나나를 주워들고 맛있게 먹고는 곧바로 코너킥을 차올렸다. 이 사건에 분노한 여러 축구 스타들이 자신의 SNS에 인종차별 반대 퍼포먼스 사진을 올렸다. 그들은 모두 바나나를 들고 맛있게 먹는 '셀카'를 올리며 아우베스의 용감한 행동에 지지를 보냈다. 
 

다니엘 아우베스의 쿨한 행동에 다른 선수들도 일제히 지지를 보냈다. 브라질의 필리피 쿠치뉴(왼쪽)과, 지난날 인종차별 논란의 주인공이기도 했던 루이스 수아레스(오른쪽). [사진=루이스 수아레스 트위터]

마리오 발로텔리, "인종차별 행위는 사람을 파괴한다" 

각종 기행으로 '악동'의 별명을 얻었지만, 그 역시 인종차별의 희생양이기도 했다. [마리오 발로텔리 인스타그램]

가나 출신의 이민자 부부에게서 태어난 발로텔리는 가난을 이기지 못한 부모의 뜻에 따라 이탈리아 가정에 입양됐고, 어릴 때부터 피부색으로 일찌감치 인종차별에 시달려야 했다.

특히 19살 때인 2009년 유벤투스에서 뛸 당시에도 경기장에서 팬들로부터 인종차별적인 조롱을 담은 응원가를 들어야 했다. 이에 유벤투스는 무관중 경기 징계를 받기도 했다.

'그라운드의 악동'으로 유명했던 마리오 발로텔리(이탈리아)는 과거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 중 '축구계에서 인종차별이 가장 심한 곳'으로 이탈리아를 손꼽았다.
 
손흥민=불법 DVD나 파는 아시아인?

토트넘에서 맹활약 중인 손흥민은 스타 플레이어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차례 인종차별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홋스퍼에서 맹활약 중인 손흥민도 인종차별을 당한 적이 있다. 문제의 발언은 지난 7월 토트넘과 아스널의 '북런던 더비'를 중계하던 유튜브 채널 'AFTV'에서 나왔다. AFTV는 아스널 팬들이 만든 채널로 구독자는 118만명에 달한다.

날 아스널 팬 7명이 모여 해당 경기를 생방송으로 관람하던 도중,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활약한 손흥민이 후반 추가 시간 교체되자 출연자 중 한 명이 "DVD가 나간다"고 말했다. 'DVD'는 아시아계 선수에 대한 인종차별적 용어다. 아시아계 이민자들이 불법으로 복사한 DVD를 가판대에서 판매하는 행위를 두고 이들을 조롱하듯 부르는 말이다.
"박지성, 너희 나라에서는 개를 먹지"

과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오랜 시간 헌신적 플레이로 사랑받았던 '언성 히어로' 박지성. [사진=연합뉴스]

"Park, Park, Wherever you may be, You eat dogs in your home country! But it could be worse, You could be a Scouse, Eating rats in your council house"

(박지성, 박지성, 네가 어디에 있든지, 고향에 가면 넌 개고기를 잡아먹지! 하지만 더 끔찍할 수도 있었으니 괜찮아. 빈민가에서 쥐를 잡아먹는 리버풀보다는 훨씬 나으니까!)

위 내용은 영국 프리미어리그 맨채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팬들이 축구선수 박지성을 '응원'하기 위해 부른 ‘개고기 송’의 가사다. 일각에서는 한국인들을 비난하거나 인종차별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지만, 정작 맨유 팬들은 어디까지나 박지성을 응원하는 목적으로 이 노래를 불렀다고 주장한다.

한편 박지성은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 중 이 노래에 대한 감상을 묻는 질문에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이영표, "우리는 비하 당하기도 하고, 비하 하기도 한다"

2005년 아스널과 경기에서 상대 파브레가스를 제치고 드리블하는 이영표. [사진=AFP/연합뉴스]

한국 축구의 '리빙 레전드' 이영표 역시 선수 시절 경기 중 인종 차별을 많이 겪었다고 고백했다. 유튜브 채널 '슛포러브'에 출연해 "나도 그런 말을 많이 들었다. 눈(찢는 행동)도 그랬고. 스로인을 내가 전담해 관중들이 바로 뒤에 붙어 있어 하는 말이 다 들린다. 그때 그런 발언들을 많이 한다. 원숭이 소리도 낸다"며 씁쓸했던 과거의 단면을 돌아봤다.

하지만 이영표는 "우리를 비하했다는 것에 대해서만 목소리를 내지 말고, 우리도 그러지 말아야 한다"고 일침했다. 정작 한국에서도 중국이나 동남아시아를 무시하거나 차별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음을 지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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