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욱 장관·원인철 의장이 뭉갠 22사단 北 월책 허용 사건...전문가들 "나사 풀림 해명 말 안돼" 성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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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래 기자
입력 2020-12-07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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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OP 과학화경계시스템 업계 관계자들 합참·육군 해명 조목조목 반박

  • '육안 점검 한계' vs '오작동 또는 미작동, 관제센터 통해 즉각 파악'

  • '철주 이용해 감지 못해' vs '하중 28㎏ 이상 무조건 감지'

육군 22사단 GOP 과학화경계시스템과는 무관. [사진=연합뉴스]


군 당국이 육군 22사단 북한 남성 월책 허용 사건의 원인으로 지목한 'GOP 과학화경계시스템의 감지 유발기 내부 나사 풀림' 해명에 대해 관계 업계가 "말이 안 된다"고 성토했다. 

오히려, 합동참모본부(합참)와 육군의 '나사 풀림 해명'으로 인해 미작동 또는 오작동이 많은 감지 유발기의 작동 신호를 일부러 꺼놓는 '루프' 행위 가능성만 부각됐다고 지적했다. 

김성도 육군 본부 군참부장은 '육군 22사단 월책 허용 사건'에 대해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GOP(일반전초) 과학화경계시스템의 경보가 울리지 않은 원인은 월책시 철주(철제 기둥)를 이용함에 따라 광망에 일정 수준의 하중이 가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또 상단 감지 유발기에 하중이 가해졌으나 기능상 결함(나사 풀림)으로 인해 정상 작동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육군 22사단이 위치한 동부전선 GOP 과학화경계시스템 설치 및 유지보수와 관련된 업체 관계자들은 "타당성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오히려 "해당 감지 유발기에서 지속적으로 오작동이나 미작동 신호가 잡히다 보니 애초에 루프시켜놨다는 게 더 가능성 높은 이야기"라고 입을 모았다.

◆'육안 점검 한계' vs '오작동 또는 미작동, 관제센터 통해 즉각 파악'

A업체 관계자는 "상단 감지 유발기에 기능상 결함이 생기면, 해당 부대 '관제센터'에 미작동 또는 오작동 신호(시각, 청각)가 반드시 감지된다"며 "(군의 설명대로) 나사 풀림으로 정상 작동되지 않았다면 관제센터에서 이를 몰랐을 리 없다"고 밝혔다.

북한 남성에 월책을 허용했을 당시, 문제가 된 감지 유발기로 인한 오작동 또는 미작동 신호는 해당 부대 관제센터에 잡히지 않았다. 기능상 육군 22사단 GOP 과학화경계시스템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는 뜻이다. 

실제로 육군 22사단 월책 허용 사건 사흘 뒤인 지난달 6일, 군 관계자는 아주경제에 "해당 부대가 자체 조사한 결과 광망이 정상적으로 작동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실이 같은 날 공개한 GOP 과학화경계시스템 실무 관련 군(軍) 간부와 통화 내용도 마찬가지다. 실무자 A씨는 "모두 확인해보니까 (광망이) 정상적으로 모두 작동이 됐었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넘어온 건가'라는 강대식 의원실 질문에 A씨는 "우리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라며 "군 수뇌부에서도 그것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후 군 당국은 '감지 유발기 내부 나사가 풀렸기 때문에 육안 점검에서 발견되지 못했다'는 해명을 내놨다.

B업체 대표는 이에 대해 "GOP 과학화경계시스템 결함은 눈으로 보고 파악하는 아날로그 체계가 아니다. 오작동과 미작동 신호가 관제센터에 반드시 잡히기 때문에 육안 점검에 의존해 정비하지 않는다"며 "설명하는 이가 GOP 과학화경계시스템 오작동 또는 미작동 파악 체계를 전혀 모르거나, 반대로 설명을 듣는 사람들이 GOP 과학화경계시스템에 대해 전혀 모른다고 생각해 군이 엉터리로 설명한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22사단 내부에 정비 점검을 전담하는 곳이 있다. 이들 중 상사나 준위 계급의 정비반장은 베테랑"이라며 "외부 업체들은 특수 계약에 따라 군에서 요청할 때만 1시간에 1인당 2만원을 받고 출입 절차를 거쳐 GOP 과학화경계시스템을 정비하고 나온다. 그간 (GOP 과학화경계시스템이) 오작동되거나 미작동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빈번하게 부대를 출입해 정비했다. 올해 역시 코로나19에 상관없이 정비를 해왔다"고 말했다. 

앞서 군 당국은 나사가 풀린 철책 '상단 감지 유발기'에 대해 육안 점검 등의 매뉴얼은 있지만, 이 부품에 대한 점검 매뉴얼은 별도로 없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러자 방사청은 지난달 30일 '입장자료'를 통해 "부대 정비지침서에 (철책 상단) 감지기 수리 절차, 내부 구성품 등이 상세하게 수록되어 있고, 정비할 수 있는 장비도 보급되었다"면서 "계약업체에 확인한 결과 사단별로 관련한 정비 교육을 했다"고 즉각 반박했다. 

◆'철주 이용해 감지 못해' vs '하중 28㎏, 바람세기 22m/s 이상 감지'

북한 남성이 월책시 철주를 이용해 광망에 일정 수준 하중이 가해지지 않았다는 군 당국의 해명도 '엉터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B업체 대표는 "동부전선 GOP 과학화경계시스템은 SK텔레콤에 계시던 배 모 박사가 고안했다. 최초 하중 28㎏, 바람세기 22m/s 이상만 되면 감지되게 세팅했다. 특히 육군 22사단은 왜소한 북한민 체격을 고려해 보통 30㎏에 맞추던 것을 일부러 28㎏으로 낮춰 세팅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군 설명대로라면 (감지 유발기 내) 나사가 풀린 상황에서 북한 남성이 철주를 통해 넘어왔기 때문에 28㎏ 이상의 하중이 걸렸음에도 (GOP 과학화경계시스템)이 먹통이 됐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군이 북한 남성 월책 이전에 나사가 풀렸다고 한 만큼, 월책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관제센터에 해당 감지 유발기의 오작동 또는 미작동 신호가 반드시 잡혔을 것이다"라며 "그러나 해당 문제로 수리를 요청 받은 업체도 수리를 해준 업체도 없다"고 설명했다.

김성도 육군군참부장은 '내부 나사가 풀려 GOP 과학화경계시스템이 미작동됐다는 것이 특정된 원인이 아닌, 가능성 중 하나로 언급한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말했다. 먹통이 된 22사단 과학화경계시스템 원인이 '나사 풀림'이 아닐 수도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이어 감지 유발기의 작동 신호를 일부러 꺼놓는 '루프' 행위 가능성에 대해 묻자 김성도 군참부장은 "상급자의 지시로 꺼놓는 것을 방관할 병사는 아무도 없다"라며 펄쩍 뛰었다. 그러나 '합참과 육군이 해당 부대의 루프 행위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했다'는 발언은 하지 않았다.  

업체 관계자들은 "군에서 조사를 하면 감지 유발기 신호를 일부러 죽였는지 아닌지 금방 알 수 있다"며 "군부대에서 감지 유발기를 루프시키는 방법으로 주장치라 불리는 곳에 NONC라고 부르는 접점이 있다. 그 곳에 퓨즈를 물리는 방식을 주로 이용한다"고 방법까지 언급하며 GOP 과학화경계시스템을 운용하는 전방 부대에서 오작동 또는 미작동되는 감지 유발기에 대한 '루프' 행위가 암암리에 벌어지고 있음을 밝혔다.   

한편, 원인철 합참의장은 지난달 전비테세검열실을 급파해 사건 현장 조사를 지시한 이후, 20여일 이상 공식적인 조사 결과 발표를 거부하고 있다. 전례를 찾기 드문 일이지만, 야전에서 작전통으로 명성이 높았던 서욱 국방부 장관은 뒷짐만 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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