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초대석]박태준 여신금융연구소 실장 "카드사, 빅테크와 경쟁서 살아남으려면 '초개인화'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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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원 기자
입력 2020-12-0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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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드업 장점은 결제 인프라로 축전된 개인고객 빅데이터

  • 데이터 활용한 특정고객 맞춤형 융합서비스 전환도 가능

  • 빅테크보다 카드사 규제 많다…동일규제체계 적용돼야

국내 금융시장이 14년 만의 법 개정 추진으로 격변기를 맞았다. 금융당국이 네이버페이나 카카오페이, 토스 등 핀테크 기업들의 전자 결제를 규제하는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에 대한 전면 개정에 착수하면서 금융업계에도 지각변동이 불가피해졌다.

빅테크 기업들은 포털이 갖고 있는 '연결'의 힘을 발휘해 금융시장을 공략할 채비를 마쳤다. 검색과 쇼핑, 결제에서 대출까지 이용자 '록인(Lock-in)'효과를 노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업권 간 장벽이 허물어지면서 금융업도 플랫폼 경쟁 시대에 돌입한 셈이다. 

2일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한 박태준 여신금융협회 여신금융연구소 실장은 "전자금융법개정안으로 금융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졌다"며 "카드사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다양한 콘텐츠가 융합된 서비스를 발굴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실장은 "이런 상황에서 카드업은 주 사업영역이 결제서비스에 국한돼 있다"며 "빅테크기업들과 비교할 때 카드결제 시스템은 상대적으로 엄격한 규제를 받고 있다"고 꼬집었다. 
 
△카드업 미래는 개인화...빅테크 기업 반격할 무기는 빅데이터

지난달 27일 발의된 전금법 개정안은 네이버페이나 카카오페이, 토스와 같은 빅테크·핀테크 플랫폼들도 계좌를 발급하고 은행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 14년 만의 법 개정인 만큼, 다양한 변화가 예상된다. 먼저 빅테크 업체들도 애플리케이션(앱) 하나로 은행 계좌에서 결제나 송금이 가능하도록 하는 마이페이먼트(지급지시서비스업) 사업, 은행이 아니어도 결제계좌를 개설할 수 있도록 하는 종합지급결제업 등이 가능해졌다.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에 카드사들도 반격을 준비 중이다. 빅데이터를 통한 개인화를 통해서다. 빅테크 기업들이 '록 인' 효과를 공략한다면, 카드사들은 방대한 '빅데이터'를 활용한 개인화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박 실장은 "카드업은 카드결제 인프라와 이를 통해 생성되고 축적된 빅데이터가 강점"이라며 "카드사들은 이런 강점을 활용해서 특정 고객의 카드결제 데이터를 분석하고 개인화하여 다양한 콘텐츠와 서비스가 융합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존 카드사가 규격화된 카드상품을 불특정 고객들에게 공급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확장했다면, 빅데이터를 활용해 특정 고객에게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한 사업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뜻이다.

데이터3법 시행에 따른 마이데이터 사업도 이 같은 흐름과 같이한다. 특히 카드사들은 그동안 신용등급 산정이 어려웠던 소상공인에게도 합리적인 대출을 해줄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매출·상권·부동산 거래정보에 소상공인이 직접 제공하는 권리금·임대료 등 데이터를 통합하는 방법으로 진행된다. 이를 토대로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던 소상공인 대상 맞춤형 신용평가를 실행하고, 대출 중개 기능을 통해 고객에게 유리한 조건의 금융 서비스를 추천·제공하겠다는 목표다.  

박 실장은 "개인신용평가를 정교화 해서 대출금리를 합리적으로 책정하게 되면 그동안 카드사들이 대출을 내주지 못했던, 자영업자나 중신용자대출 등의 영역도 개척할 수 있게 된다"며 "특히 소상공인, 개인사업자 신용평가는 카드결제 인프라와 이를 기반으로 생성되고 축적되는 빅데이터를 무기로 한 융합서비스의 대표적 예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박 실장은 "빅테크와 경쟁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개별카드사가 아닌 카드사 전체의 협력이 필요한 시기"라며 "카드업도 특히 모바일·디지털 분야에 있어서 원클릭결제솔루션과 같은 통합플랫폼 서비스를 개발하고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고 이를 바탕으로 타 카드사의 서비스를 서로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돼야 한다"고 말했다. 일례로 박 실장은 미국의 마스터카드, 비자, 아멕스 및 디스커버 등 글로벌 카드 브랜드 4개사는 전자상거래 내 카드결제시 브랜드사 구분 없이 공동 이용 가능한 온라인 통합 원클릭결제솔루션을 도입했다고 덧붙였다. 

△"빅테크보다 규제 많은 카드사...부수업무 규제 완화돼야"

다만 박 실장은 카드사들이 다양한 혁신 사업을 추진하기에는 법적인 규제가 많다고 주장했다. 그는 "카드사는 정부가 도입하거나 추진 중인 금융혁신 제도, 즉 금융규제 샌드박스, 마이데이터, 마이페이먼트, 종합지급결제업 등을 적극 활용해야 하는데 혁신에 걸맞은 정책 보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부수업무를 조건 내에서만 허용하고 있는 여신전문금융업법 개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 실장은 "카드사들이 초개인화된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한 장벽이 여전하다"라며 "특히, 여전업 관련성의 엄격적용으로 인해 부수업무 범위의 확대가 어려운데다, 부가서비스 변경의 유연성이 부족하여 카드사의 차별화된 서비스 발굴이 제한되고 있다"고 말했다.  

부수업무는 금융회사가 본업 외에 다른 업무를 영위하도록 하는 것인데, 부수업무를 하기 위해선 사업 개시 7일 전에 금융당국에 신고하면 된다. 금융당국이 본업 경쟁력이 약화된 금융사의 수익 다변화를 지원하기 위해 신고제로 완화한 것이다. 다만, 여전법에 따르면 중소기업적합업종은 제외해야 하고, 사실상 금융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실장은 "다양한 부수업무를 발굴해 빅테크와 경쟁하기 위해서 여전업 관련성에 대한 해석의 완화가 필요하고 부가서비스 변경도 보다 자율적으로 실시돼야 할 것"이라며 "빅테크기업들과 비교할 때 카드결제 시스템은 상대적으로 엄격한 규제를 받고 있다. 이는 지난 40여 년간 카드결제 시스템의 안정성과 소비자 보호를 위한 일련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동일한 기능에 대해서는 동일한 규제체계가 적용돼야 한다"며 "특히 해외 선진국 특히, 금융혁신에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 받는 EU는 기존 금융회사와 핀테크·빅테크 업체를 구분하지 않고 혁신분야의 문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회사와 핀테크·빅테크 회사가 각각 서로 다른 강점을 지니고 있고 이들의 혁신과 경쟁을 통해 지급결제산업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법정 최고금리 급격한 인하보다는 신용평가 모델 세분화 돼야"

또한 박 실장은 최근 금융당국의 금리인하 기조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급격한 금리인하보다는 신용평가 모델 세분화가 앞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최근 가계부채 증가속도가 다시금 빨라지고,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00%를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난 만큼, 이에 대한 관리가 일정 부분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법정 최고금리 인하에 대해서는 정책 효과와 부작용을 면밀하게 검토하면서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그 배경으로 박 실장은 일본의 급격한 최고금리 인하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최고금리 인하가 저신용자의 금융이용을 축소시키고 불법사금융 유입을 증가시킨 것으로 나타났는데, 우리도 예외는 아닐 것"이라며 "일본은 지난 2006년 법정 최고금리가 연 29.2%에서 연 20%로 가파르게 인하됐다"고 설명했다.

법정최고금리 인하 이후 서민 등 취약계층의 대출시장은 오히려 얼어붙었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 후 일본 내 대부업체수가 1만1832개(2007년 3월)에서 2350개(2012년 3월)로, 이 기간 대출잔액은 10조엔에서 3조엔으로 급감했다. 이후 서민들은 불법 사금융을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서민금융 시장이 붕괴된 셈이다. 상황이 이렇자 당시 일본 자민당에서는 서민금융 가뭄 해소와 불법사금융 척결을 위해 국내의 법정 최고금리와 같은 개념의 상한금리를 연 20%에서 연 30%로 다시 상향하는 법이 발의되기도 했다. 
 

박태준 여신금융협회 여신금융연구소 실장 [사진 = 아주경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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