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뷰] 코로나가 소환한 '야간 통금'의 추억

기수정 문화팀 팀장입력 : 2020-12-03 00:00
"어째 90년대로 회귀한 느낌이군. 아니, 오히려 더 심각해졌는걸?"

지인이 말했다. 무슨 얘기인가 하니, 1982년 초까지 이어진 야간통행 금지나 1990년 유흥업소의 영업을 제한했던 당시보다 현재 우리가 직면한 작금(昨今)의 상황이 더 심각하다는 것이었다. 

1945년부터 1982년 초까지 우리나라에는 '야간통행 금지' 제도가 있었다. 이 시기, 자정부터 새벽 4시까지 외부 통행이 금지돼 집 밖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통금(통행 금지)에 걸릴세라 밤 12시 직전까지 귀갓길은 그야말로 '전쟁통'이었단다. 그래도 부처님 오신 날과 크리스마스이브, 연말은 예외였다.

시간이 흘러 전두환 군사정권 초기, '대민정책'의 일환으로 술집과 식당의 심야 영업을 허용하면서 국민은 드디어 시간의 속박에서 벗어났다.

야간통행 금지가 풀린 후 10여년, 자유로워진 국민을 또다시 통제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1990년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노태우 정부가 유흥업소 영업을 자정까지만 허용하고 나선 것이다. 이 당시에는 애주가들이 길거리 포장마차로 몰려들며 삶의 힘듦을 털어내곤 했다.

세월이 많이 흐른 2020년에도 우리는 과거로 돌아간 듯 또 한 번의 '통제'를 경험을 하고 있다.

올해 초부터 확산한 바이러스와 동고동락한 지 벌써 300여일이다. 우리 삶에 깊숙이 파고든 코로나19는 우리의 삶을 통째로 뒤흔들었다.

코로나 팬데믹은 생활 패턴에 큰 변화를 안겼다. 감염에 대한 공포증으로 사람과의 접촉을 꺼리게 됐다. 영화와 독서, 모임 운동, 심지어 여행까지 '랜선'으로 이뤄지면서 우리는 세상과 점점 단절돼 갔다.

코로나19는 계속되는 확산세에 점점 지쳐가는 이들을 위로하듯 '확진자 급감'과 '사회적 거리 두기 완화'를 선물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답답함을 해소하고 사회와 소통하러 조심스레 나서는 이들의 행보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점차 꺼져 가던 감염 확산의 불씨에 또다시 불을 붙였다.

확진자가 속출하자 정부는 눈물을 머금고 사회적 거리 두기를 2단계로 격상했다. 국민의 억눌린 소비심리에 활기를 불어넣을 의도로 재추진했던 '소비할인쿠폰' 사업도 또다시 중단했다. 

이로 인해 단란주점이나 클럽 등 유흥시설 5종 영업을 금지하고, 카페는 포장만 가능하도록 했다. 음식점은 밤 9시까지 영업을 허용했고, 9시부터 다음날 5시까지는 포장·배달만 허용했다. 

배달주점과 호프집·치킨집·분식점·패스트푸드점·빵집에 이르기까지 적용되는 지침은 동일하다. 집단감염이 우려되는 헬스장·골프연습장·당구장·볼링장·수영장·무도장·탁구장 등 실내 체육시설은 영업을 중지토록 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국민의 이동량을 줄이기 위해 일상생활을 제한·금지하고 통제를 강화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쏟아져 나오자, 서울시는 정부 조치와는 별개로 올해 연말까지를 '천만 시민 긴급 멈춤 기간'으로 선포하고 10명 이상 집회를 전면 금지하는 '초강수'를 뒀다.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유흥업소 영업을 제한했던 당시보다 상황은 더 심각하고, 국민을 통제하는 강도도 더 세다. 

코로나19 장기화에 경제적 피해가 이미 막대함에도, 향후 더 큰 피해가 우려됨에도 정부가 '격상'을 단행한 데는 절박함이 담겨 있다. "일상생활에 많은 제약이 수반되지만, 이번에 확산세를 잡지 못하면 K-방역 자체가 무너질 수 있는 만큼 대규모 재유행을 막기 위해선 현재로선 달리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여전히 '밤 9시 영업제한'은 생경하기만 하다. 흥이 오르지도 않았는데, 8시 30분부터 업주는 내부 정리를 시작한다.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이라는 음악 소리가 흘러나오는 곳도 있다. 

식당의 불을 하나둘씩 끄는 자영업자의 한숨 소리는 더욱 깊어만 가고, 떠밀려 나와 집으로 향하는 이들의 얼굴에는 그늘이 짙어만 간다. 

이 또한 지나가겠지만, 더없이 착잡한 마음이다.

이 지친 싸움을 끝내지 않는 코로나19가 지금은 원망스럽기만 하다. "코로나여, 제발 심술(心術)을 멈추고, 우리의 시름을 헤아려다오. "

[사진=기수정 문화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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