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0년이 지나도 긴 울림으로 남는 퇴계 선생의 겸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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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민 기자
입력 2020-11-26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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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는 27~28일 퇴계선생 서세 450주년 추모행사

  • 한국국학진흥원 유튜브 채널 통해 실시간 중계

‘퇴계 이황 선생상‘ [사진=한국국학진흥원 제공]


“내 평소에 틀린 소견으로 제군들과 종일토록 강론하였으니 이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당대 최고의 학자였던 퇴계 이황(1501~1570)이 서세 직전에 제자들에게 남긴 마지막 유언이다. 한없이 자신을 낮춘 겸손한 고백은 45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큰 울림을 준다.

퇴계 이황 서세 450주년을 맞이해 한국국학진흥원(원장 조현재)과 도산서원(원장 김병일)은 퇴계의 삶과 죽음이 우리에게 남긴 의미와 교훈을 조명하기 위해 오는 27일과 28일 양일간 ‘군자유종(君子有終), 세상의 빛이 되다’를 주제로 추모행사를 개최한다.

행사의 주제는 퇴계가 세상을 떠나기 하루 전 마지막으로 스승을 뵙고 물러나온 제자들이 주역점을 쳐서 얻은 겸괘(謙卦)의 괘사에서 따온 것이다. 평생 공경스러움(敬)과 겸손함(謙)으로 자신의 완성을 추구한 한 군자의 죽음과 후대에 끼친 영향을 조명하려는 행사의 취지를 담았다.

김병일 원장은 25일 열린 간담회에서 “2500년 전에 태어난 테스(소크라테스)형보다 450년 전 세상을 떠난 퇴계형한테서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재치 있게 말했다.

역사적 기록에 퇴계 선생의 인간적인 면모가 잘 드러난다. 제자들의 임종 기록인 ‘고종기’(考終記)에는 죽음을 앞둔 퇴계의 의연한 태도와 스승을 보내는 안타까운 마음이 담겨 있다.

12월 8일 퇴계가 서세직전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분매(盆梅)에 물을 주라”는 부탁이었다. 퇴계는 매화를 ‘매형(梅兄)’이라 부르며 교감하고 때로는 자신의 소회를 털어놓고 위로를 받는 벗이자 자신의 분신과도 같이 여겼다. 자연과 합일하고 교감하는 퇴계의 높은 경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마지막 삶을 나눔에 집중했다. 김 원장은 “퇴계 이황 선생은 70세를 앞둔 1569년 3월 도산으로 귀향해 서세 직전까지 약 21개월간 시와 편지, 현판 글씨 등을 통해 사람의 도리를 일러주고 주변을 감화시켰다”며 “높은 경지에 올랐음에도 후학들은 물론 일반인에게도 겸손을 잃지 않았던 퇴계 선생의 모습을 본받아야 한다”고 짚었다.

[사진=한국국학진흥원 제공]


서계 450주년을 맞이해 퇴계 선생의 뜻을 기리기 위한 다양한 행사가 진행된다. 27일 오후 1시 30분에 열리는 개막식에서는 도산서원선비문화수련원 지도위원들과 안동 남성 중창단이 퇴계 선생이 65세에 지은 ‘도산십이곡’을 합창한다.

기조 강연을 맡은 김병일 도산서원장은 ‘퇴계선생의 마지막 시간과 되살아나는 향기’에 관해 이야기한다.

이치억 한국국학진흥원 책임연구원은 ‘생의 끝자락에서 부친 편지’라는 주제로 퇴계의 따듯한 인간애와 세대와 지역을 넘어서는 소통 등에 대해 발표한다. 이어 이정화 동양대 교수가 ‘노경의 삶과 시에 깃든 하늘·자연·사람’을 권진호 박사가 ‘퇴계선생의 뜻과 마음을 담은 글씨, 현판’을 주제로 각각 강연한다.

28일에는 강구율 동양대 교수가 ‘퇴계선생의 고종(考終) 기록을 통해 본 군자유종(君子有終)’, 안병결 안동대 명예교수가 ‘지역을 넘어선 추모의 마음’, 이종범 한국학호남진흥원 원장이 ‘퇴계와 고봉, 남은 향내 더욱 새로워라’를 주제로 발표를 이어간다. 정순우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는 ‘서원에 아로새긴 퇴계의 정신’, 김언종 고려대 명예교수는 ‘꺼지지 않는 존모의 향화’에 대해 이야기를 전한다.

일반인들을 위한 전시도 함께 열린다. 1569년의 마지막 귀향 450주년을 기념해 지난해 개최한 재현행사의 기록 사진전이 27일과 28일 안동시청에서 열린다. 퇴계 16대손 이정환 작가가 퇴계의 말씀과 좌우명을 나무에 새긴 서각작품 40점도 함께 볼 수 있다.

조현재 한국국학진흥원 원장은 “이번 행사는 퇴계의 학문적 성과를 조명하는 학술행사가 아닌 대중강연의 형식으로 열린다“고 소개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오프라인 행사는 축소 돼 진행되지만, 한국국학진흥원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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