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수정의 여행 in] 폰 놨다……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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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홍천(강원)=기수정 문화팀 팀장
입력 2020-11-27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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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웰에이징 힐링 리조트 '힐리언스 선마을'서 디지털 디톡스 체험

힐리언스 선마을 '싱잉볼' 명상 프로그램에 참여한 투숙객들.  [사진=기수정 기자]

'휴대폰'을 처음 손에 쥐었던 고등학교 2학년. 그로부터 22년을 휴대폰과 동고동락했다. 짧다면 짧은 세월, 전화와 문자 등의 기본 기능에 한정됐던 휴대폰은 업무처리부터 영화 감상 등의 여가생활까지 모두 가능한 '스마트폰'으로 진화했다. 회의도, 업무 지시도 휴대폰 안에서 이루어지다 보니, 어느새 스마트폰과 나는 하루 24시간, 1년 365일을 붙어다니는 '절친(?)'이 돼 있었다. 

기술의 편리함은 때론 생활의 불편함을 초래했다. 24시간 쉬지 않고 울리는 문자가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이 편리한 물건을 잠시나마 내려놓아야 진정한 휴식이라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내려놓고 쉬고 싶어졌다. 무작정 강원도 홍천에 자리한 힐리언스 선마을 프로그램을 예약했다. 이곳에서는 '디지털 디톡스'가 가능하다고 한다. 국내 최초 웰에이징 힐링 리조트 '힐리언스 선마을'이 10년 넘게 고집해온 운영 방식이다. 

디지털 디톡스란 디지털 중독 현상으로 인한 불안감 등을 예방·치유하기 위해 디지털기기 사용을 멈추고 자신만의 시간을 늘려 몸과 마음에 휴식을 주는 것을 뜻한다. 언뜻 거창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지금 내가 들고 있는 스마트폰만 내려두면 끝이다.

자연의학자 이시형 박사가 헬리콥터를 타고 지나가다가 숲속 한가운데 움푹 파여 한없이 고요한 너른 땅을 보고 이 자리에 선마을을 조성했다. 바로 홍천 종자산길 250m 고지다. 이곳에서는 아예 통신망이 잡히지 않아 내 의지와 상관 없이 스마트폰과 잠시 '안녕'할 수 있다. 

2시간여를 달리니, 힐리언스 선마을 팻말이 눈에 들어왔다. 꼬불꼬불 이어진 길을 달려 도착한 숙소 입구. 여기서부터 휴대폰 사용이 금지됐다. 절친을 주머니에 고이 넣어둔 채 체크인 장소로 향했다. 방을 배정받고 가파른 길을 한참 오르다 포기하고 싶어질 때쯤 객실에 다다랐다. 

여느 리조트 객실을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디지털 디톡스'가 가능한 공간답게 선마을 숙소 거실에는 TV가 없었다. 테라스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지저귀는 새소리를 듣고, 맑은 하늘에 뜬 조각구름을 눈에 담고, 맑은 공기를 한껏 들이마시는 경험은 각박하게 지냈던 삶에 '여유'를 안겼다. 눈부신 햇살, 찬란하게 빛나는 별들은 덤이었다. 

스마트폰을 할 수 없는 이곳에서는 그저 천천히 걷고, 맑은 공기를 마시고, 자연 속에 누워 명상을 하는 것만이 허용됐다. 그렇게 문명의 편리는 잠시 뒤로한 채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보냈다. 

구불구불한 오솔길과 자연 지형을 그대로 살린 언덕길을 걷고, 작은 도서관에서 책을 읽었다. 언덕을 걸으며 아랫배로 쉬는 심호흡은 다리와 심장을 튼튼하게 하고 자율신경 안정에 도움이 되는 약이라 하니, 건강 장수의 비책은 그다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리라 마음을 다잡았다.

선마을 안에는 산책 삼아 걷기에 딱 좋은 길이 이어져 있었다. 딱 좋은 길이라고 했지만, 사실 운동을 따로 할 필요 없이 그저 걷는 것만으로도 운동이 될 만큼 가파른 길의 연속이었다. 편리함 대신 자리한 불편함. 이 의도된 불편함 덕에 온몸의 오감이 열렸고, 발바닥에 닿는 땅의 감촉과 코끝을 스치는 꽃향기에 감동할 수 있었다. 

해가 지기 전, 전문 강사를 따라 부랴부랴 트레킹에 나섰다. 길게 뻗은 나무를 바라보며 누워 명상을 하는 시간이 퍽 좋았다. 날은 꽤 추웠지만, 나의 몸은 쌀쌀한 공기마저도 포근한 이불처럼 느껴졌는지, 사르르 잠이 들어버렸다. 

쉴 새 없이 싱잉볼 명상 체험을 했다. 그간 잠이 오지 않을 때면 싱잉볼 소리를 검색해 머리맡에 켜놓고 잠이 들곤 했던 터라 몹시 기다려졌다.

실제로 듣는 싱잉볼의 긴 파장은 깊은 여운을 안겼다. 소리가 온 몸을 휘감았고, 마음은 편안해졌다. 일상에 여유를 찾은 듯한 느낌에 한참을 빠져들었다.

힐리언스 선마을에서는 먹는 순서도 바꿔보았다. 식사 전 섬유질이 풍부한 간식을 먹고, 식사 시에는 후식(과일)을 먼저 먹어야 한다는 지침에 따른 것이다. 

모든 식탁에는 30분 모래시계가 마련돼 하루에 30가지 식재료로 만든 30회 꼭꼭 씹어 30분 동안 먹는 방식을 따르도록 했다. 평소 맵거나 짠 음식을 즐기는 탓에 조금 걱정을 했지만, 제대로 조리된 건강식은 '맛'까지 보장하고 있었다. 

1박 2일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문명과 기기에 빼앗기던 시간을 온전히 되돌려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었다. 그간의 소모적인 휴식과는 차원이 다른, 꽉 찬 휴식을 했다.

하루가 알찼다. 지루할 틈 없이 보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고, 그곳에서 경험한 내용을 실천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안다. 단 하루의 경험이 내가 살아온 많은 날의 힘듦을 치유했다는 것을. 고민 끝에 선택한 '의도된 불편함', 내려놓으니 삶은 더 풍성해졌다는 것을. 
 

힐리언스 선마을 전경[사진=기수정 기자]

요가 등 프로그램을 하며 외부 전경을 감상할 수 있는 힐리언스 선마을 GX룸[사진=기수정 기자]

누워서 경치를 바라보며 쉴 수 있는 카페 내부. [사진=기수정 기자]

힐리언스 선마을 객실 외부 테라스. [사진=기수정 기자]

힐리언스 선마을에서 진행하는 숲 체험 프로그램.  [사진=기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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