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박가사에 애 낳으면 경력단절..."여성, 비혼 이유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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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애신 기자
입력 2020-11-24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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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혼 반드시 해야 한다는 여성 22.4%뿐

  • '경단녀' 일 그만둔 이유...육아·결혼·임신·출산 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괜히 비혼주의자나 딩크족(결혼하고도 아이를 낳지 않는 부부)을 외치는 것은 아니다. 결혼은 혼자 살 때와 다른 커다란 행복을 주지만, 여성에게 더 많은 희생과 노력을 요구하는 것이 현실이다.

24일 통계청의 '2020년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결혼을 해야 한다'고 응답한 비중은 51.2%로 절반을 겨우 넘었다. 결혼을 '적당한 나이가 되면 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많아진 것이다.

여자는 전반적으로 남자보다 결혼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었다. 결혼을 해야 한다고 응답한 미혼 남자 40.8%인 반면 미혼 여자는 22.4%에 그쳤다. 결혼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은 여자가 10.5%로 남자(5%)보다 2배나 높았다.

결혼하면 자녀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68%로 2년 전보다 1.6%포인트 줄었다. 자녀를 가져야 한다고 답한 비중은 남자(72.7%)가 여자(63.4%)보다 높았다.

과거와 달리 '이혼녀'·'이혼남'이라는 꼬리표가 붙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적어졌다. '이혼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비중은 2012년 48.7%에서 올해 30.2%까지 낮아졌다. 재혼에 대한 의지도 남자가 더 강했다. 이혼 후 재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중은 남자가 여자보다 5.1%포인트 더 높게 나타났다.
 
많은 여성은 일과 육아를 동시에 일궈 나가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 결혼 3년 차인 이희연(38) 씨는 "남편이 맞벌이를 원하면서 집안일은 전혀 하지 않아 혼자 살 때보다 피로도가 4배는 높아졌다"며 "이러려고 결혼한 것이 아닌데 회의감이 많이 든다"고 토로했다. 

괜한 넋두리가 아니다. 여자의 독박 가사는 현실이다. '가사는 남편과 아내가 함께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비중은 62.5%로 절반을 넘었지만, 실제 함께 집안일을 하는 남편은 많지 않다. 현재 가사를 여자가 주도한다는 응답이 76%에 달했다.

결혼과 동시에 경력단절여성(경단녀)이 되는 일도 부지기수다. 올해 4월 기준 경력이 단절된 여성은 150만6000명에 달한다. 어디 이뿐인가. 임신·출산을 비롯해  육아도 여성의 몫이다.
 
실제 직장 생활을 하다가 일을 그만둔 사유를 보면 육아가 64만명으로 가장 많았다. 그다음 결혼(41만4000명), 임신·출산(32만1000명), 가족돌봄(6만9000명), 자녀교육(6만2000명) 순이다.

미성년 자녀가 있고, 그 자녀의 나이가 어릴수록 여성의 경력단절 비중은 더 높았다. 남성도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정책 기반이 마련돼 있지만, 실제 이를 이용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12년간 직장생활을 하다가 퇴사한 김미오(35) 씨는 "남자가 많은 직군에서 일하면서 결코 밀리지 않고 승진까지 해냈지만 아이를 낳은 후가 문제였다"며 "애를 돌봐줄 사람이 없는 상황이다 보니 희생은 엄마의 것이라는 시각이 팽배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렇게 한 번 경력이 끊어지면 다시 잇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올해 4월 기준 15~54세 경단녀 중 구직단념자는 1만2000명으로 1년 사이 16.3%나 증가했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정상적인 부부생활을 영위하면서도 아이를 낳지 않거나, 아예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며 미래에 대비하는 여성을 요즘에는 흔히 볼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전통적인 결혼 방식이 깨지고 있어 이를 반영한 중장기적인 인구정책과 저출산 정책을 정립 중"이라며 "육아나 출산의 경우 실제 현장에서 정책이 실효성을 발휘할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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