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제품 소비 촉진한다더니…KEITI, '암 유발 가능' 제품에 '친환경' 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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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입력 2020-11-2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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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4일 감사원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정기감사 결과 발표

  • 2017~19년 445개 제품 기준 미달에도 '환경표지' 인증

  • 주방용 세제 '암 유발 가능' 발암물질 사용에도 '친환경'

[사진=한국환경산업기술원 홈페이지 캡처]



기업과 소비자가 환경보전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하는 정부 산하기관이 오히려 친환경 제품의 소비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24일 감사원은 지난 5월 25일부터 6월 12일까지 15일간 한국환경산업기술원(KEITI·이하 기술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관정기감사 결과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지적하고, 기술원장에게 주의를 요구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기술원은 ‘환경기술 및 환경산업 지원법(이하 환경기술산업법)’ 등에 따라 환경표지 인증업무를 환경부로부터 위탁받아 수행하고 있다.

지난 1992년에 도입해 운영 중인 환경표지 제도는 기업과 소비자가 환경친화적인 제품을 생산·소비할 수 있도록 같은 용도의 다른 제품에 비해 환경성을 개선하고 품질이 우수한 제품에 대해 국가가 인증하는 제도다.

환경표지 인증을 받은 제품은 ‘녹색 제품 구매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공기관의 제품 의무구매 등 혜택이 부여된다. 최근 3년(2017~2019년)간 환경표지 인증제품의 수는 각각 1만4647개, 1만 4698개, 1만6376개로 매년 증가했다.

환경부는 환경기술산업법 등에 따라 ‘환경표지대상제품 및 인증 기준’에 제품별로 환경표지 인증기준을 정해 고시하고, 만약 환경표지 인증을 받은 기업이 인증기준에 부적합한 제품을 유통하는 경우에는 기술원이 시정명령을 하거나 그 인증을 취소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기술원은 인증기준에 부적합한 제품이 인증을 받는 경우가 발생하지 않도록 인증기준에 따라 인증심사를 철저히 해야 한다.

그런데 감사원 감사결과, 기술원은 지난 3년간 5개 품목(주방용 세제·액상 세탁용 세제·개인용 컴퓨터·화장지·종량제 쓰레기봉투)의 총 8214개 제품 중 445개 제품이 환경표지 인증 기준에 적합하지 않는데도 환경표지 인증을 부여했다.

공공기관이 환경표지 인증 제품을 의무적으로 구매하는 혜택이 있는 만큼, ‘친환경 제품’ 사용을 권장해야 하는 정부가 환경, 인체 등에 해로운 제품의 구매를 촉진했을 수 있다는 것이 감사원의 지적이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 '환경표지 인증' 홈페이지에 안내된 '주방용 세제' 환경표지 인증기준 중 일부 발췌(2014년 3월 28일 개정본).[사진=한국환경산업기술원 '환경표지 인증' 홈페이지 캡처]


세부적으로 기술원은 2017년 A회사의 주방용 세제 제품원료 관련 제출서류 ‘원료사용내역서’에 코코넛오일 디에탄올아민(Coconut oil diethanolamine condensate)이 포함됐는데도 환경표지 인증을 승인했다.

‘코코넛오일 디에탄올아민’은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인 IARC가 분류한 발암성 물질 ‘Group 2B’에 포함된다. IARC에 따르면 ‘Group 2B’는 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물질이다. ‘Group 1’은 암을 확실히 일으키는 물질, ‘Group 2A’는 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추정되는 물질을 의미한다.

2018년엔 B회사 등 3개 기업의 액상 세탁용 세제 제품원료 관련 서류에 인공사향 ‘AHTN’, ‘HHCB’가 포함됐음에도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환경표지 사용을 인증했다.

환경표지 인증기준에 따르면 인공사향 ‘AHTN’, ‘HHCB’를 원료로 사용한 제품에 대해선 환경표지를 인증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유럽화학물질관리청(ECHA)은 인공사향을 수생태계에 매우 유해한 물질로 파악하고 있다. 최근엔 인체의 내분비계 장애 물질로 의심 유해성을 조사 중이다. 유럽연합(EU)의 ‘에코 라벨(Eco label)’이나 독일의 ‘블루 엔젤(Blue Angel)’ 등 해외 환경표지 제도에서도 인공사향을 세탁용 세제의 사용금지물질로 지정하고 있다.

감사원은 기술원의 부적절한 환경표지 인증검사로 환경표지 인증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가 훼손되고 친환경 제품의 소비가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술원장에게 환경표지 인증심사 업무 담당자의 숙련도를 향상하고, 인증심사 시스템 내에 사용금지 원료에 대한 검증체계 구축 등 환경표지 인증심사의 신뢰도를 높이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통보했다.

또 향후 인증기준에 미달하는 제품에 대한 환경표지 인증을 하는 일이 없도록 인증심사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길 바란다고 주의를 줬다.

한편 기술원은 감사결과를 받아들여 잘못 인증된 제품에 대한 시정명령 및 인증취소 등의 조치를 하고, 인사발령 시 인증심사 숙련도가 높은 업무 담당자를 일정 비율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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