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뱅크리스' 시대…고령층 은행 이용 캄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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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웅 기자
입력 2020-11-18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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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행권 동시 실적악화로 순이익 9% 급감

  • 점포 1곳 유지 월10억…상반기 97곳 줄어

  • 디지털 취약 계층, 금융 이용 불편 우려

[그래픽=아주경제]


은행권의 점포 폐쇄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올해 문을 닫는 영업점이 급격히 늘고 있다. 제로(0) 금리의 저마진 영업환경에 따른 조치라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비용절감을 위해 은행들이 점포 구조조정에 나섰다는 의미다. 문제는 금융 접근성이 떨어지는 취약계층이다. 금융당국이 지난 7월 점포 폐쇄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도 고령층 등이 금융 이용에 불편을 겪을 수 있다는 취지에서였다.
 
은행 점포는 2013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을 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국내 영업점 수(2014년 이전은 옛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합산치)는 2012년 말(5326개)까지 꾸준히 증가했다. 이후 2013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해 지난해 말 4661개로 줄어들었다. 7년 동안 665개, 연평균 95개 영업점이 사라진 셈이다.

특히 올 들어 폐쇄 점포는 급증하는 추세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5대 은행의 영업점 수는 4564개다. 6개월 만에 97개 영업점이 문을 닫은 것이다. 이는 폐쇄 점포와 신설 점포를 합산한 영업점 순감 규모다. 하반기 정리하는 점포까지 더하면 올 한 해 동안 약 200개 영업점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이 올해 유독 영업점 정리에 적극적인 것은 영업 실적이 최악을 기록한 탓이다. 5대 은행이 올 들어 9월 말까지 거둬들인 당기순이익은 7조576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9.0%(6822억원) 급감했다. 모든 은행의 순익이 일제히 줄었는데, 주요 은행 실적이 모두 동시에 악화한 것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같은 기간 지주사의 당기순익이 최대 5% 가까이 늘어난 것과 상반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제로' 수준(연 0.5%)까지 떨어지면서 예대마진으로 돈 벌기가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특례 대출을 확대해 이자이익 부문에서 그나마 선방했지만, 부실에 대비해 쌓는 충당금을 대거 적립해야 했다. 결국 비용 절감으로 실적 방어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은행권의 설명이다. 지난 3분기 말 5대 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은 최저 1.33%까지 떨어진 상태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은행 점포는 내부 시설을 특수하게 설계해야 해 지방의 5층 이하 건물이라면 통째로 사들이는 경우가 많은데, 코로나19로 건물을 유지하기조차 힘들어진 곳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도권의 고층 건물에는 입주해 영업하지만, 임차료까지 더하면 월평균 최소 10억원의 비용이 들어간다"며 "마진율을 1%로 잡아도 영업으로 1000억원을 벌어들여야 손익을 남길 수 있는데, 요즘 같은 시기엔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금융 취약계층의 금융 이용 접근성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단적으로 올해 상반기 60대의 인터넷전문은행 이용률은 1.5%에 불과하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이 발표한 '2019 디지털정보 격차 실태조사'를 보면 국민의 디지털 역량을 100으로 볼 때 60대는 56.9, 70대 이상은 14.6으로 평가된다. 노인들이 상대적으로 디지털에 취약하다는 의미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7월 "은행들이 단기간에 급격히 점포를 감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점포 축소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였다. 윤 원장은 "은행의 점포망 축소는 비대면 거래 확산으로, 추세적으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고령층 등 디지털 취약계층의 금융 서비스 이용에 불편이 초래돼선 안 된다"고 했다.

1월부터 7월까지 매달 영업점을 통폐합한 4대 은행은 윤 원장의 이 발언 이후 8월과 9월 점포 축소에 나서지 않았다. 하지만 10월 들어 36곳을 정리하더니 이달 20개를 폐쇄했거나 할 예정이고, 다음달 47곳을 추가로 없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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