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엿보기] 병상을 지킨 아들의 ‘존재기억‘...‘엄마의 마지막 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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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민 기자
입력 2020-11-12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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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년의 간병 통한 어머니의 사랑과 존엄성에 대한 ‘마음 깊은 기록‘

저자는 어머니가 생전에 좋아하셨던 꽃을 책 표지에 놓았다. [사진=창비 제공]

 
“춥다. 목도리 하고 다니라.”·“오지 마라. 힘들다.”·“여기서 자고 가라.”

우리가 평소에 어머니께 자주 듣는 너무나 평범한 말들이다. 하지만 어머니의 마지막 1년을 함께 한 아들에게는 이 말들 하나하나가 너무나 소중했다.

박희병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쓴 책 ‘엄마의 마지막 말들’(출판사 창비)이 최근 발간됐다.

저자는 책머리를 통해 “나의 어머니는 2018년 10월부터 와병 생활에 들어가 다음해인 2019년 10월 24일 세상을 하직하셨다. 나는 이 기간동안 ‘휴업’을 하고 어머니에게 전념했다”고 말했다.

이어 박 교수는 “어머니는 말기암과 알츠하이머성 인지저하증이라는 이중의 어려움에 직면해 있었지만 그럼에도 끝까지 최소한의 주체성을 놓지 않으셨다. ‘보기’와 ‘말하기’가 그것을 가능하게 했다”고 적었다.

어머니의 보호자이자 관찰자이자 기록자로서 저자는 어머니의 한 두마디 짧은 말들을 오롯이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

남들에게는 인지저하증과 항정신성 약물을 투여 받고 있기 때문에 전후 맥락이 없고 의미 없는 말처럼 보였지만, 아들에겐 달리 보였다.

저자는 “어머니의 이 말들이 모두 의미가 없는 말들은 아니며 단지 의미가 해독되지 못하고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됐다”며 “세상의 모든 어머니와 자식들이 대게 그러하듯 나의 어머니와 나 또한 아주 특별한 ‘존재관련’ 속에서 있었다. 이 특별한 ‘존재관련’ 때문에 나는 어머니의 말들 속으로 들어갈 수 있었고, 오랜 내밀한 기억들을 소환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늦었는데 밥 한 그릇 해가 간단히 묵자.”

병실에서 이 말을 들은 박 교수는 “엄마는 몇십년 전의 시공간 속에 계시면서 이 말을 하셨을 것이다. 엄마가 40대이거나 50대이거나 혹은 60대였을 때 저녁 무렵이면 엄마는 이런 어법으로 말씀하시곤 했었다”며 “엄마가 이 말을 하셨을 때 나는 40대의, 혹은 50대의, 혹은 60대의 엄마와 만나고 있었던 것이다”고 받아들였다.

저자는 마지막 말들을 통해 엄마의 가족에 대한 사랑, 엄마의 인생, 투병 생활의 어려움,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엄마에 대한 안타까움 등을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담담하게 적어 더욱 먹먹하다. 

경험에서 나오는 국내 호스피스 의료에 대한 작가의 생각도 적었다. 죽음 앞에 선 인간의 존엄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어느 호스피스 병동, 어느 의사냐에 따라 어머니의 상태가 달라졌다고 전한 박 교수는 “한국에서 호스피스 의료는 아직 걸음마 단계이며 갈 길이 멀다”며 “호스피스 의료진에 정신과 전공 의사가 포함되는 방향으로 장차 제도 개선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세월의 흘러감은 누구도 피할 수 없다. ‘엄마의 마지막 말들’은 부모님의 죽음 또는 자신의 죽음 그리고 삶의 소중함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게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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