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환의 베트남 ZOOM IN] (24) 꾸오이! 니가 왜 거기서 나와?

안경환 전 조선대교수, 전 한국베트남학회회장 입력 : 2020-11-03 13:54

{안경환 전 조선대교수] 


전설은 역사적인 사건을 소재로 하고 증거물이 남아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전설이란 일정한 민족 또는 지방에서 민간에 의해 전해 내려오는 설화를 말하는데, 신화가 신격(神格) 중심이라면 전설은 인간과 인간의 행위를 주제로 한 것이다. 그러므로 전설의 주제와 내용은 바로 그 민족의 사상과 감정을 대변하고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전설을 통해서 현실의 삶 속에서 좌절하면서도 꿈을 찾아 살아가려는 사람들의 희망과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오늘날 물질문명의 발달로 외래 문명의 모방, 매스컴의 일방적인 정보의 전달 및 오락 문화의 확산으로 전설이 점차 소멸되고 변질되어가고 있음은 안타까운 일이다. 베트남 설화를 통해서 달에 토끼가 올라가 있는 사연을 해석해 볼 수 있다는 게 신기한 일이다.
 


 


계수나무가 달에 올라간 까닭


베트남의 꾸오이 아저씨에 대한 설화는 계수나무가 달에 올라가게 된 사연을 밀해 준다. 윤극영 작사 작곡의 우리의 동요 “반달” 가사 1절에는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엔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로 시작되어 “돛대도 아니 달고 삿대도 없이 가기도 잘도 간다 서쪽 나라로”로 끝이 난다. “계수나무와 토끼 한 마리”가 어떻게 달나라로 올라갔는지에 대한 해답은 우리나라의 설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하지만 베트남의 설화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또한 계수나무 옆에 있는 것이 토끼 한 마리가 아니라 나무꾼 출신 Mr.꾸오이라는 것이다. 베트남 사람들이 같은 달을 쳐다보면서 느끼는 감정과 상상력은 우리와 비슷하다. 다만 계수나무 옆에 있는 것이 토끼가 아니라 나무꾼 꾸오이가 쪼그리고 앉아 인간 세계를 내려다보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아주 먼 옛날에 꾸오이라고 하는 나무꾼이 살고 있었다. 어느 날 꾸오이는 평상시와 같이 도끼를 메고 나무가 꽉 들어차 있는 깊은 산으로 나무를 하러 갔다. 꾸오이가 물이 흐르는 작은 계곡에 이르렀을 때, 호랑이 굴을 발견하고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조심스레 앞뒤를 둘러보니 호랑이 새끼 두 마리가 장난을 치며 놀고 있는 것이었다. 꾸오이는 이 두 마리의 호랑이 새끼를 잡아다가 집에서 기르려고 품에 안았다. 바로 그때, “어흐흥, 어흐흥!” 하는 어미 호랑이의 울음소리가 멀리서부터 들려오는 것이었다. 먹이를 구하러 나갔던 어미 호랑이가 돌아오고 있었던 것이다. 기겁을 한 꾸오이는 새끼 호랑이를 홱 집어 내던지고는 옆에 있는 높은 나무위로 황급히 올라가지 않을 수 없었다. 나무 위에 올라가 밑을 내려다보니 어미 호랑이는 두 마리의 새끼 호랑이 옆에서 어쩔 줄을 모르고 있었다. 호랑이 울음소리에 놀라 꾸오이가 내동이친 새끼 호랑이가 죽어버렸던 것이다.

새끼 호랑이 옆에서 안절부절 못하던 어미 호랑이는 잠시 후 꾸오이가 숨어있는 나무 옆에 있는 나무로 어슬렁거리며 가더니, 나뭇잎을 따서 입에 물고 새끼에게로 돌아와 나뭇잎을 씹어서 새끼들의 주둥이로 억지로 밀어 넣는 것이었다. 채 한 입을 먹이기도 전에 두 마리의 새끼 호랑이가 벌떡 일어나더니 어미를 향해 꼬리를 흔들어대는 것이었다. 꾸오이는 한 번 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호랑이가 새끼들을 데리고 멀리 사라지자 꾸오이는 나무에서 내려와 그 신기한 나무를 뿌리 채 캐서 등에 지고 집으로 돌아 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꾸오이는 풀 위에 한 노인이 죽어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즉시 메고 오던 나무를 내려놓고 주저 없이 나뭇잎을 따서 입으로 씹어 그 노인의 입에 넣어 주었다. 아니! 이게 어찌된 일인가? 입에 넣자마자 노인이 눈을 번쩍 뜨고 일어나 앉는 것이었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었다. 살아난 노인은 어찌된 영문인지를 물었다. 꾸오이는 자초지종을 설명해 주었다. 이 말을 듣고 노인이 하는 말; “저런 신기한 일이 있나! 이것은 바로 죽은 사람을 기사회생시킨다는 신성한 나무요! 하늘이 당신에게 천하의 어려운 사람들을 살리라고 내린 값진 선물이니, 이 나무를 잘 돌보아야 할 것이요. 다만, 물을 주되 깨끗한 물만 주어야 하고 만약에 더러운 물을 주면, 나무가 저 하늘로 날아가 버릴 것이요!” 하는 것이었다. 말을 마치자마자 노인은 지팡이를 집어 들고 어디론지 사라져버렸다. 꾸오이는 ‘참 신기한 일이다!’ 라고 생각하면서 나무를 등에 지고 집으로 돌아 왔다. 그리고는 나무를 마당 한 가운데에 심어 놓았다. 노인이 한 말을 잊지 않고 언제고 깨끗한 샘물만 퍼서 나무에 주었고, 부인에게도 절대로 지저분한 물을 주어서는 안 된다고 신신당부를 하였다.

이 신기한 효험이 있는 나무가 생긴 날로부터 꾸오이는 주변에 있는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살려주었고, 꾸오이네 집에 신비한 나무가 있다는 소문은 방방곳곳으로 퍼져나갔다. 그러던 어느 날 오후, 꾸오이가 나무를 하러 산에 가서 아직 돌아오지 않은 때였다. 꾸오이의 부인은 마당으로 나가서 남편의 신신당부를 까맣게 잊은 채, 나무에 물을 준다는 것이 그만 구정물을 뿌려주는 사건이 벌어지고 말았다. 아뿔싸! 갑자기 땅이 진동을 하고 일진광풍이 불면서 ‘우드득!’ 소리를 내더니 뿌리가 뽑혀지고 나무가 서서히 하늘을 향해 떠오르는 것이었다. 마침 나뭇짐을 지고 집에 돌아오던 꾸오이는 이 놀라운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다. 황급히 나뭇짐을 벗어던지고 집으로 뛰어 들어와 하늘로 날아 올라가는 나무를 잡으려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나무는 이미 사람의 머리 높이만큼 날아 올라갔고, 다급해진 꾸오이는 도끼로 나무 둥지를 찍어 잡아 당겼으나 나무가 내려오기는커녕 계속해서 하늘로 날아올라가는 것이었다. 신비한 나무를 잃어버리고 싶지 않았던 꾸오이는 결국 도끼자루에 매달려 신기한 약효의 나무와 함께 달나라에까지 올라가고 말았다.

그 뒤로부터 꾸오이는 이 신비한 나무와 함께 달나라에 살게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달을 쳐다보면 고목나무 뿌리에 한 사람이 쭈그리고 앉아 있는 것 같은 검은 형상을 볼 수 있는 것이다. 베트남 사람들에게는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가 아니라 “계수나무 한 나무, 불쌍한 꾸오이 아저씨”가 달에 살고 있는 것이다.

 

[호안끼엠 호수에 있는 거북탑]




◼ 호안끼엠 호수
하노이 시내 중심지 하노이인민위원회 청사(시청) 앞에 있는 호안끼엠 호수는 ‘칼을 되돌려 준 호수’ 전설로 유명한 곳이.다 호안끼엠 호수는 베트남어로 “호호안끼엠(湖還劍)”이라 하고, “호그엄(湖劍)”이라고도 한다. 하노이 중심부에 있는 이 호수는 하노이 시민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는 아름다운 호수다. 이 호수를 호안끼엠(還劍) 호수로 부르게 된 전설이 있다. 전에는 사철 내내 초록빛 물이라 하여 룩투이(綠水)라 하였다. 단명했던 호(胡)씨 왕조(1400~407)를 멸망시키고, 베트남을 지배하고 있던 명(明)나라를 물리치기 위하여, 레러이(Lê Lợi) 장군이 1418년 타인호아 성(省) 람선에서 의병을 일으켰다. 레러이는 명나라 군사와 일전을 겨루기에 앞서 천지신명께 외적을 물리치게 해달라고 빌고, 장군들과 함께 배를 타고 호수로 나가 승전의 의지를 다졌다. 이때, 거북이 한 마리가 칼을 입에 물고 나타나 레러이 장군에게 주고 호수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레러이 장군은 거북이가 주고 간 칼을 하늘이 준 보검(寶劍)이라 믿고, 이 보검으로 명(明)나라 군사를 격파하고 레(黎)왕조를 세우고 왕위에 올랐다. 레 태조가 된 레러이 장군이 승전 잔치를 열기위해 룩투이(綠水) 호수에 뱃놀이를 갔는데, 갑자기 거북이가 나타나 보검을 빼앗아 입에 물고 호수 속으로 들어가서 나오지 않았다. 이에, 왕은 사람을 시켜 칼을 찾아보도록 하였지만 보검도 거북이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왕은 호수의 이름을 ‘칼을 되돌려 준 호수’라는 뜻으로 호호안끼엠(湖還劍)이라 부르도록 하였다. 이제 적이 물러갔으니 하늘이 칼을 회수하여 갔다는 것이다. 베트남 사람들은 외적의 침입으로 국가가 위태로운 지경에 처하게 되면 거북이가 보검을 입에 물고 다시 나타나 외적을 쳐부수게 해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호수 중앙에는 거북이 탑이 있고, 호수 북쪽에는 응옥선(玉山) 사당이 있다. 응옥선(玉山) 사당은 쩐(陳) 왕조 시대에 원나라의 침략을 물리친 구국영웅들을 숭모하기 위하여 건립되었다. 사당에는 호수에서 잡혔다는 대형 거북이가 박제되어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1864년에 문호 응우옌반시에우는 사당을 개보수 하면서 붓 모양의 탑을 건립하여 이를 붓 탑이라 하였다. 붓 탑을 지나면 다이응이엔(臺硯)이라 하는 벼루를 올려놓은 장식물이 있다. 호수의 물을 벼루에 갈아 먹물로 삼고, 푸른 하늘을 종이로 삼아 일필휘지로 글을 써내려가는 1천년 문현(文賢)왕국의 자부심을 과시하고 있는 것이다.

◼용이 승천한 하노이, 내려온 할롱만
천년 고도 하노이는 금년에 수도가 된지 1010년이 된다. 리(李)왕조는 리꽁우언(Lý Công Uẩn:李公蘊)에 의하여 세워진 베트남 최초의 장기 집권 왕조로서 9명의 왕이 재위했다. 초대 왕 리꽁우언은 1009년 11월 21일에 즉위하여, 1010년 7월에 딘(Đinh:丁)왕조와 띠엔레(Tiền Lê:前黎)왕조의 수도였던 닌빈성, 호아르(Hoa Lư)에서 다이라(Đại La) 성(城)으로 천도하였다. 그리고 탕롱(Thăng Long:昇龍, 현 하노이)으로 개명을 하였다. 태조 리꽁우언이 새로운 도읍지를 물색하려고 다니다가 다이라 성에 이르자, 꿈에서 용이 하늘로 날아 올라가는 보고 상서로운 일이라 생각하고 이름을 탕롱(Thăng Long:昇龍)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이에 비교되는 지명이 베트남의 절경인 할롱(Hạ Long:下龍)만이다. 할롱만은 1994년에 세계자연유산, 2000년에 세계지질유산으로 각각 공인받았다. 할롱만에는 약 1,553㎢의 면적에 총 1,969개의 크고 작은 섬들이 바다 위에 흩어져 자태를 뽐내고 있다. 그 가운데 약 40개의 섬에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유인도이다. 그리고 989개의 섬에는 이름이 있고, 나머지 980개 섬에는 아직 이름이 없다. 베트남 전설에 의하면, 아주 먼 옛날에 나라를 세웠을 때 외적의 침략을 받았다. 이에, 옥황상제가 용에게 새끼들과 함께 지상으로 내려가 외적을 물리쳐 주고 베트남 사람들을 구하라고 명하였다고 한다. 이에, 외적들이 먼 바다로부터 육지로 접근해오자, 용의 무리가 갑자기 불을 뿜어 침략자들의 배를 모두 불태워 버렸다. 외적을 물리친 용의 무리는 승천하지 않고 지상에 남아 머무른 곳이 현재의 할롱만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용의 비늘 하나하나가 기암괴석의 섬이 되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전설은 오래 전부터 전해져오는 과정에서 내용이 수없이 반복되며 시간의 흐름 속에서 여과되면서 군더더기는 사라지고 핵심 내용만 전해져 내려온 것이다. 베트남의 전설을 보면 용의 자손이라는 일종의 선민의식, 삶속에서 좌절하면서도 꿈을 찾는 의지, 국가와 민족의 존속이 신적인 힘에 의해 도움을 받을 것이라고 하는 희망을 품고 있다. 베트남 사람들에게 전설은 감성을 풍부하게 해주고, 민족의 동질성을 강화해 주는 보약과 같은 존재이다.
 

[할롱만의 상징 닭싸움 바위섬]


안경환 전 조선대교수, 전 한국베트남학회회장   thongnhat@hanmail.net
컴패션_미리메리크리스카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네티즌 의견 0
0 / 300

실시간 급상승

9.9초 더보기

아주 글로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