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원의 Now&Future] 대한민국의 침로(針路)를 결정짓는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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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원 수석논설위원
입력 2020-11-01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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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원의 Now&Future] 온 하늘이 검은 구름으로 뒤덮여 있을 때도 이따금 구름 틈새로 햇빛이 들어온다. 3분기(7~9월)가 꼭 그런 모습이었다.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세계 경제에 불황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지고 있는 가운데 주요국가·지역의 경제는 3분기에 고개를 들었다. 다시 4분기(10~12월)의 부진이 대세로 전망되고 있지만 3분기의 약진은 코로나 불황에 저항한 희망찬 뉴스다. 이 뉴스는 지난주에 모든 미디어를 통해 세계로 전송됐다. 3분기 한국의 경제성장률 회복, 삼성 등 한국의 주요 기업들이 선방한 것도 같은 흐름이다.

이러한 분위기를 타고 문재인 대통령은 10월 28일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했다. 우선 가장 중요한 내년도 정부 예산안이다. 문 대통령은 내년도 예산을 ‘국난극복’과 ‘선도국가’로 가기 위한 의지를 담아 555조8000억원으로 편성했다고 밝혔다. 본예산 기준으로 8.5% 늘린 확장 예산이다. 정부가 제출한 2021년 예산안은 ‘위기의 시대를 넘어 선도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예산이란 이름을 붙였다. 문 대통령은 위기를 조기에 극복해 민생을 살리고, 빠르고 강한 경제회복을 이루는 데 최우선을 두었다고 설명하면서 추격형 경제에서 선도형 경제로 대전환하기 위해 ‘한국판 뉴딜’을 본격 추진하는 데 역점을 두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래 성장동력 확보와 고용·사회안전망 확충에 투자를 늘려서 혁신과 포용의 기조를 뒷받침하는 한편 국민의 안전한 삶과 튼튼한 국방, 한반도 평화를 위한 의지 또한 적극적으로 반영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국회는 대통령이 보고한 내년도 예산안을 놓고, 최종 예산정리 작업에 들어간다. 예년이라면 11월 한달간 여야가 길항(拮抗)하는 모습이 최대 뉴스거리가 된다. 그러나 올해는 아무리 중요한 나라살림살이(예산)라도 코로나 뉴스를 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문제는 추가경정예산을 비롯해 확장된 본예산에 이르기까지 막대한 재정투입이 계속되고 있어 국가 전략과 정책을 자칫 잘못 세우면 오랜 기간 동안 도저히 만회할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경고를 소홀히 하고 있다는 점이다. 더구나 자기파괴적이고 혼란한 정치가 경제를 압도하고 여론을 왜곡시켜가는 작금의 정국에서 국가 리스크가 커질 수밖에 없는 악순환 함정에 빠질 수 있다.

코로나19 위기를 경제의 신진대사를 촉진시킬 수 있는 기회로 만드는 방안이 없을까. 세계 각국의 공통된 국가과제다. 이 점에서 문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한 지난주의 일본과 중국발 뉴스 2건은 우리에게 사사하는 바가 크다.

우선 10월 26일 일본의 스가 요시히데 총리의 시정연설이다. 7년 8개월에 걸친 아베 신조 장기 정권체제의 바통을 이어받은 스가 새 총리의 시정연설은 여느 나라와 같이 코로나 방역과 경제성장의 양립을 바탕에 깔았다. 이러한 양립 속에서도 스가 정권은 최우선 과제로 정부와 지방자치체의 디지털화로 잡았다. 일본 경제의 생산성이 낮은 것은 아날로그 행정과 그에 이끌려가는 기업 측의 늦은 행보 때문이란 민간으로부터의 지적을 받아들인 것이다. 스가 정권은 디지털개혁의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먼저 과제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지금까지 일본의 디지털 행정 사령탑은 한국의 대통령 비서실에 해당하는 내각관방의 IT종합전략실이 담당해 왔다. 민간인도 등용하긴 했으나 실질적으로는 각 부처를 지원하는 역할에 그쳤다. 스가 총리는 “에스토니아가 20년에 걸쳐 실행한 개혁을 5년에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스가 정권은 이를 위해 내년 초에 디지털청(廳)을 출범시킨다. 디지털청에 민간 출신의 우수한 인재를 대거 기용해 개혁의 선봉에 나서게 한다는 구상이다. ‘민간의 힘을 살려 개혁의 추진 동력을 확보한다’는 스가 정권의 전략이다.

스가 내각은 민간 출신 인재를 수용하기 위해 공무원 정원법의 운영방식을 바꾸거나 기간직 인재를 등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업무 관리 방식도 바꿔 민간에서 사용하고 있는 BPR(비즈니스 프로세스 리엔지니어링) 경영 기법도 도입하기로 했다.

스가 총리는 이와 함께 ‘지구온난화대책추진본부’를 통해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제로로 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는 “일본의 새로운 성장전략이다. 이 도전을 산업구조와 경제사회 발전으로 연결시켜 경제와 환경의 호순환을 이루도록 하겠다”고 강조하며 각 각료들에 전략강화를 지시했다.

중국 공산당은 10월 26일~29일 열린 제19기 중앙위원회 제5회전체회의(5중전회)에서 2021년~2025년의 경제운영목표인 ‘제14차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은 이 계획에서 미·중 대립의 장기화를 겨냥해 성장의 축족(軸足)을 외수 의존에서 내수주도형으로의 이행을 목표로 한 신정책 ‘쌍(双)순환’을 삽입했다.

‘제14차5개년 계획’은 쌍순환을 통해 국내 시장 확대를 꾀하면서 ‘경제구조, 산업구조의 고도화를 도모한다’는 내용을 강조하고 있다. 이 계획은 또한 “과학기술을 자력으로 향상하는 것이 국가전략의 요체(要諦)’라고 강조하며 미국과의 하이테크 패권전쟁을 염두에 둔 디지털 기술 등의 연구 강화 방침을 제시하고 있다. 2035년까지 국가전략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한편 고령화와 환경문제, 빈부격차 등을 해결한다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중국정부는 이 새로운 5개년 계획에서 2035년을 목표로 모든 신차 판매를 환경친화형 자동차로 바꾼다는 방침도 밝히고 있다. 50%를 전기자동차(EV) 주축으로 하는 신에너지차로 하고 나머지 50%는 하이브리드차(HV)로 한다는 것이다. 세계 최대 중국시장의 방향전환은 세계 자동차 업계에 큰 반향을 일으킬 전망이다.

이 같은 일본과 중국의 정책 방향은 문재인 정부의 시정 연설과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성장 동력을 보다 구체화하고,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과 중국은 환경 문제에서도 한국보다 더 구체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일본과 중국은 코로나19 이후의 미래를 우리보다 더 고민한 흔적이 엿보인다.

11월 3일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이 되든, 바이든 전 부통령이 당선이 되든 간에 미국의 주요 정책기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 4년간 트럼프 대통령이 행한 탈세계화와 미국 제일주의, 중국과의 마찰 등이 워낙 깊은 자국을 남겨두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코로나19의 영향을 받고 있는 한국의 경제 환경은 당분간 크게 호전될 것 같지 않다. 정치 공방전을 거듭하고 있는 올해 예산 국회에서 여야가 진정한 한국의 미래를 위한 전략과 방안을 논의해 주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2021년도 예산안 시정연설하는 문재인 대통령 (서울=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0월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2021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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