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출 혁신 절실한 슈퍼예산] "잘못 쓰거나 못쓴다"…슈퍼예산 재정주의 단면 '심각'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최다현 기자
입력 2020-10-28 16:47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5년 간 1200개 사업 22조원 불용… 지방·교육재정 합치면 불용액 50조 넘어

  • 이월·불용은 기재부 기획·수행 역량 부족… "재원 합리적 사용 방해" 지적

정부는 지난 9월 1일 내년도 예산 정부안을 555조8000억원으로 확정했다. 국회는 28일 열린 문재인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시작으로 2021년도 예산안 심의에 들어갔다. [연합뉴스]


#지난 5년 동안 한국연구재단이 지원하는 국책 연구비를 부정 사용해 적발된 건수가 85건에 달한다. 학생 인건비를 공동관리하거나 회의비 등 직접비를 부정적으로 집행하기도 했다. 환수금액도 50억원에 육박한다.

#방위사업청의 '기초비행훈련용헬기' 사업은 수명연한이 도래한 훈련용 헬기를 대체하기 위해 예산이 편성됐다. 하지만 이 사업은 매년 반복적으로 예산 이월과 불용이 발생해 5년 연속 1059억원에 달하는 예산의 절반도 사용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회 국방위원회는 노후기를 조속히 교체하고 사업관리를 철저하게 하라고 주문했다. 

국회는 28일 문재인 대통령의 2021년 정부 예산안 시정연설을 시작으로 555조8000억원에 달하는 내년 예산안에 대한 본격적인 심사에 들어갔다. 내년 예산은 올해 본예산과 비교해 8.5%나 증액됐다. '초슈퍼예산'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정부는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지출 규모를 늘릴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내놓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해마다 쓰지 못한 돈이 남는다는 데 있다. 재정 지출 효과도 크지 않다. 해마다 불어나는 정부 예산안이 적재적소에 투입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는 이유다.

김태흠 국민의힘 의원이 기획재정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예산을 절반도 쓰지 못한 사업은 1237개에 달한다. 해당 사업들은 32조7476억원을 배정받았으나 70% 가까운 22조9163억원을 남겼다. 부처별로는 기재부가 230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불용액 규모 또한 9조3646억원으로 가장 컸다.

중앙재정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재정의 이월·불용 문제도 심각하다.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최근 10년 동안 중앙과 지방정부, 교육재정의 이월 및 불용 금액은 568조원에 달한다. 애써 확보해놓고 제대로 집행되지 못한 예산이 해마다 50조원이 넘는 셈이다.

지난해의 경우, 중앙정부의 이월액은 3조3265억원, 불용액은 8조6261억원 등 10조원이 넘는 예산이 집행되지 않았다. 지방재정과 교육재정까지 범위를 확대하면 이월 및 불용액은 47조6324억원에 달한다.

이월은 당해 연도에 집행할 예산을 다음 회계연도로 넘기는 것이며, 불용은 예산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지출되지 않은 것을 말한다. 예산 불용은 예산이 과다하게 책정되거나, 확정된 이후 상황이 변해 사업 집행이 완전히 불가한 경우에 생긴다.

이 같은 연속적인 이월과 불용에 대해 예산안을 내놓는 정부의 기획과 수행 역량이 부족하다는 비난이 쇄도한다. 재정지출에 따른 효과, 즉 승수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특정사업의 예산이 이월될 경우, 해당 연도의 사업 자체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다음 연도에 진행하는 사업에도 차질을 빚게 된다.

경제전문가들은 한국의 현재 재정상황이 이월·불용을 허락할 만큼 여유롭지 않다는 점을 우려한다.

2021년 총수입은 483조원으로 올해보다 0.3%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보이며, 이 중 국세수입은 9조2000억원이나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그나마도 2020년 0.6%, 2021년 4.8%의 GDP 명목성장률을 기반으로 추정된 것으로, 실제 수입은 더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사실 올해 3분기 들어 일부분 GDP 성장을 이끌어냈지만, 이는 재정 효과보다는 수출, 특히 반도체 분야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민기 제주대 행정학과 교수도 "예산의 이월이나 불용은 예산지출과 성과 연계에 대한 평가와 책임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라며 "승인된 예산을 집행해 성과를 창출하는 것보다 예산확보가 더 중요한 업적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