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로는 美제조업 못 살린다"…미‧중 무역전쟁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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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입력 2020-10-26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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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트럼프, 중국 경제발전 더 도와준 꼴"

  • 무역적자·일자리 고용 회복 '눈속임'...中보복관세에 美기업 피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대중 무역전쟁 전략이 오히려 미국에 총부리를 겨눴다는 분석이 나왔다.  스스로를 '관세맨(Tariff Man)'이라고 부르면서 중국과 역대 최대 수준의 관세 전쟁을 이어갔지만, 오히려 그 타격을 중국 기업이 아니라 미국 기업이 고스란히 받았다는 지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EPA·연합뉴스]

 
'눈속임'에 불과한 美무역적자 개선?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18년부터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산 제품에 최대 연간 3700억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관세를 부과했지만, 이는 자국의 제조업 부흥과 무역수지 적자 축소 등의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진단을 내놨다.

WSJ는 "일시적으로 2018년 미국의 제조업이 살아나고 2019년에는 무역적자가 축소되는 듯 보였지만, 중국의 보복 관세 적용과 중국을 대신해 다른 국가의 수입이 늘면서 미국의 경제지표는 2018년 관세전쟁을 시작할 당시의 시점으로 되돌아왔다"고 평가했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작년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전년 대비 1.7% 감소한 6168억 달러를 기록해 2013년 이후 처음으로 연간 적자 감소를 달성했다. 중국과의 상품수지 적자(3456억 달러) 역시 17.6%나 감소해 2014년 이래 격차를 가장 큰 폭으로 좁혀졌다. 그러나 대신 멕시코와 베트남으로부터의 수입이 늘었다. 

미국의 전체 무역비중의 15%를 차지하며 미국의 최대 교역국 자리를 꿰찬 멕시코와의 상품수지 적자는 1018억 달러를 기록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베트남에 대한 무역적자 규모는 2018년 395억 달러에서 2019년 558억 달러로 늘었다. 반면, 베트남의 대미 수출액(607억 달러) 역시 전년 대비 28% 증가해 미·중 무역전쟁의 최대 수혜국으로 떠올랐다. 

올해 코로나19 사태로 미국 경제와 생산력 회복 속도가 더뎌지면서 수입은 다시 늘어났다. 지난 8월에는 2006년 이후 14년 만에 무역적자 최대치를 기록했다. 상품·서비스를 합한 무역수지 적자는 671억 달러였으며, 상품만 따졌을 경우 829억4000만 달러에 달한다.
 

미국 상품 무역수지 추이.(단위: 10억 달러)[자료=시황페이지]


"관세 아닌 시장개방"...中 보복관세에 美제조업 피해 더 커

트럼프 행정부가 미·중 무역전쟁의 효과로 자랑했던 제조업 일자리 증가세도 실제로는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하향세였다는 지적도 있다.

앞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WSJ에서 2016년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미국 제조업 일자리가 40만개 늘어났다는 통계를 제시했지만, 신문은 같은 자료에 대해 "이 중 75%가 중국에 대한 1차 관세 정책을 적용한 2018년 7월 이전에 창출했으며, 그 이후 2020년 초까지 제조업 일자리 증가세는 정체했다"고 분석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분석한 산업별 관세 영향 보고서에서도 중국에 대한 미국의 관세 부과로 늘어난 미국 제조업 고용은 0.3%였지만, 중국의 보복관세로 미국 공장의 일자리는 0.7%나 줄었다. 중국 수출에 의존하던 미국 공장들이 경영난에 빠진 탓이다.

WSJ는 관세 전략으로 피해를 입은 사례로 미국 미시간주에 소재한 헴록의 사례를 들었다. 컴퓨터 칩과 태양광 전지에 활용할 수 있는 독자적인 폴리실리콘 제조 기술을 보유했던 헴록은 중국의 보복관세 전략에 결국 중국 내 판로가 막혔다. 중국 현지기업들의 수요가 있음에도 관세 탓에 현지 조달 비용이 비싸졌기 때문이다.

그 사이 중국 정부는 내수 시장을 강화하고 자국 기업의 대체 상품 개발을 대대적으로 지원했다. 결국 2010년 미국의 대 중국 폴리실리콘 수출 규모는 10억 달러 규모였지만, 2018년에는 1억700만 달러까지 줄었다.

중국 당국은 제조업 육성 청사진인 '메이드 인 차이나 2025'에 이어 올해 19기 5차 전체회의(5중전회)에서 5개년 경제계획으로 '국내 대순환'이라는 자립 경제 강화 목표를 내놨다. 14억 인구의 거대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미국에 맞서 첨단 기술을 자립하고 산업 자주화를 달성한다는 것이다.

신문은 "미국 행정부는 보복관세를 부르는 관세전쟁 전략이 아니라 자국 기업에 대규모로 지급하는 산업 보조금 축소 등 중국의 시장 개방 방안을 요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크 바셋 헴록 최고경영자(CEO)는 "중국 기업은 당국의 산업 전략에 따라 대대적인 보조금을 지원받고 환경·안전 규제를 적용받지 않아 매우 낮은 생산단가를 유지할 수 있다"면서 "고객이었던 중국 기업을 경쟁자로 맞는 외국 기업들은 폐업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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