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생태계 이해부족" 퀴비가 필패했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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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현아 기자
입력 2020-10-24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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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DB]

야심차게 출발한 모바일 동영상 플랫폼(OTT) 퀴비가 결국 서비스를 접는다. 외신들은 퀴비가 넷플릭스와 틱톡 등 경쟁사와 차별화하는데 실패하고 모바일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것을 패인으로 꼽는다.

23일(현지시각) 더버지 등 외신에 따르면 퀴비는 오는 12월1일 서비스를 종료할 계획이다. 다만 퀴비가 확보한 다수의 콘텐츠 등은 어떻게 처리할지는 미정이다. 퀴비 측은 유치한 투자자금을 투자자들에게 되돌려주는 한편 자산 인수자를 찾을 예정이다.

더버지는 퀴비의 가장 큰 실패 요인으로 콘텐츠 경쟁력 부족을 꼽았다. 퀴비는 인재영입과 제작환경에만 약 10억달러(1조1200억원) 이상을 투자했지만, 경쟁 플랫폼의 콘텐츠와의 차별화엔 결국 실패했다. 더버지는 "(유료 플랫폼인데도) 무료 플랫폼인 유튜브의 영상과 별 다른게 없다"고 꼬집었다.

퀴비는 HP와 이베이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맥 휘트먼이 드림웍스 공동 창업자이자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 회장을 지낸 제프리 카젠버그와 손잡고 출시한 플랫폼으로 화제를 모았다. 출범 당시 할리우드에 버금가는 최고의 인재와 스튜디오 등을 갖춘 퀴비가 그만큼 우수한 콘텐츠를 선보일 것이라는 기대감도 컸지만, 막상 콘텐츠 질은 그보다 제작비가 적은 플랫폼과 큰 차이가 없었다. 

투자액이 많다보니 이용료가 높아진 것도 문제였다. 광고를 포함한 경우 월 5달러, 광고가 없는 경우 월 8달러다. 영상은 짧은데 광고가 계속 붙다보니 이용자들의 불편만 늘어났다. 무료인 틱톡만큼 재밌는 영상이 있는 것도 아닌데 이용자가 돈을 주고 광고를 보면서 숏폼을 볼 이유는 없다.

퀴비는 모바일 환경에 완벽히 적응한 것도, 그렇다고 TV와 제대로 호환이 되는 것도 아니었다. 퀴비는 모바일 동영상을 TV에 연결해서 볼 수 있는 애플의 에어플레이(Air Play)와 구글의 크롬캐스트 등과 연동은 가능하다. 하지만 TV에서는 퀴비만의 기능인 턴스타일은 이용할 수 없다.

턴스타일은 같은 장면이라도 가로보기와 세로보기의 내용과 화면이 바뀌는 기능이다. 가로화면은 3인칭 관찰자 시점에서, 세로화면은 주인공 시점에서 촬영한 영상을 볼 수 있다. 심지어 코로나19 사태로 집에 머무르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퀴비 콘텐츠 같은 숏폼보다는 TV 방송처럼 호흡이 긴 영상에 이용자의 관심이 높아진 것도 퀴비에게는 위기로 작용했다.

퀴비는 소셜미디어라는 강력한 모바일 유통채널을 외면했다. 경쟁 플랫폼들과 달리 퀴비는 유튜브나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에 자사 독점 콘텐츠를 알리는 대신 오로지 앱에만 집중하는 전략을 취했다. 이용자가 소셜미디어로 영상 클립을 공유하는 것도 제한적이었다. 그러다보니 콘텐츠가 좋아도 입소문이 느릴 수 밖에 없었다.

이외에 두 대표 간 불화도 또 다른 실패 이유로 꼽힌다. 더버지는 "경쟁이 치열해지는 시장에서의 서비스 출시 자체가 이미 어려운 일인데, 회사의 공동 대표가 같이 일하기 힘든 사이라면 사실상 성공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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