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 칼럼] 세대간 공감: 라떼는 말이야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김재영 고려대 융합경영학부 교수
입력 2020-10-20 14:48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김재영 고려대 융합경영학부 교수]



언택트가 어느덧 일상이 되어버린 것 같다. 최근 해외 통계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해 생활에 있어 바뀐 부분이 무엇인지 조사했더니, 첫째로 체중, 앉아 있는 시간 등과 더불어 스크린 타임이라는 결과가 있다. 이 중 스크린 타임은 말 그대로 시청시간을 의미하는 것으로, 동영상·TV 프로그램·게임·영화 등을 스마트폰 또는 태블릿·컴퓨터 등의 다른 영상 기반 장치를 통해 소비하는 시간을 의미한다. 모두 공감된다.

이와 같은 조사를 우리나라에서 진행했어도 결과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 한때 ‘확찐자’에 대한 이야기는 변화된 체중이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앉아 있는 시간의 변화 역시 외부 활동이 줄어들면서 나타나게 되는 것이라 자연스럽게 이해가 된다. 다만 우리나라만의 특징으로 하나 추가한다면 개인적으로는 배달 서비스를 꼽고 싶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주변에 가장 많이 늘어난 것은 아마도 배달 오토바이가 아닐까 싶다. 요즘은 자전거·킥보드 등 다양한 형태가 나타나고 있지만, 본래 우리나라만의 배달 문화에다 언택트로 인해 날개를 단 것과 같다는 생각이다.

이처럼 배달이 발달할 수 있었던 것은 스마트폰이 역시 한몫했다는 점에서 부정할 수 없다. 요즘은 하다 못해 학교 내 구내식당에서도 배달을 한다. 기숙사에서 걸어서 5~10분이면 오는 거리를 배달시키는 모습을 보며 시대가 변했다는 생각을 했다. 요즘 광고에서 나오는 Z세대는 찾아보니, 20세기에 태어난 마지막 세대를 뜻하나 세대를 가르는 기준은 명확하지 않다. 예전 X세대를 시작으로 알파벳 순서에 따라 정해진 것만은 아닌가 보다. 다만, 현재를 기준으로 만 25세 이하인 Z세대는 아직 학생이 대부분이거나 이제 갓 직장생활을 시작하는 사회초년생이다. 이들의 특징은 태어나면서부터 디지털기기와 함께인 세대라는 점에서 스마트폰에 의한 행동 변화의 측면에서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예전 모기업의 임원이 ‘90년생이 온다(임홍택 저)’라는 책을 읽어 봤냐고 물어보셨는데, 책을 보지는 않아서 그냥 "그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라고 답했던 기억이 있다. 아직까지도 그 책을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무언가의 시각에서 이야기를 한다면 그것 자체가 편견으로 느껴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실제 어느 세대나 ‘요즘 사람들은’이란 말을 하고 있지 않은가? 오죽했으면 라떼는 말이야(Latte is horse)라는 광고문구가 공중파를 통해 전파되면서 소위 권위적 사고를 가진 꼰대라는 말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뒤에서 몰래 기성세대 어른을 비꼬는 의미에서 벗어나 은어조차 대중화·희화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조금은 사회가 변화한 것 같다.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시대적 변화도 있었지만, 젊고 디지털에 능한 이들을 통해 우리의 배달문화는 더욱 발전했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나는 지금도 음식점 번호를 휴대폰에 저장해 두고 직접 전화하여 배달시킨다. 배달앱 쓰기가 익숙지 않아 했던 일인데, 오히려 이를 착한 소비라고 칭찬한다. 소상공인 돈을 아껴줘 착한 소비란다.

예전부터 배달앱의 높은 수수료는 소상공인에게 큰 부담이란 게 익히 알려져 있었다. 이번 국감에서도 중소기업과 관련된 이슈에서 제시되었던 것이 바로 이 부분이었다. 음식점은 주문 금액의 30%가량이 중개수수료, 결제수수료, 광고료, 배달노동자 배달비 등으로 지불된다. 한번이라도 시켜본 분은 아시겠지만, 배달원 배달비도 만만치 않은 금액이다. 이러한 활성화에 힘을 얻었는지 몇몇 배달앱은 생필품 배달까지 시작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배달앱은 규제의 대상으로 인식되어 가고 있었다. 정부는 부랴부랴 공공배달앱을 만들었지만, 기본적으로 플랫폼이라는 구조는 강자 중심으로 흘러가 결국 모든 것을 다 흡수해 버린다. 강자만이 살아남아 모든 것을 다 차지하는 승자독식현상(winner takes all)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내가 상품을 만들었는데 10명이 있는 시장과 1000명이 있는 시장이 있다면, 어디에 내가 만든 상품을 팔 것인가? 당연히 1000명이 있는 시장이라고 답할 것이다. 물론 정답은 '둘 다 팔아야 한다'이다. 하지만 현실적인 측면에서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어떻게 되면, 10명만 있는 시장에 상품을 파는 사람은 없다.

우리 정부도 규제의 방안이나 정책을 논의할 때, 자신 세대에서의 관점만이 아닌 다양한 의견을 받아들일 수 있었으면 한다. 개인적으로 배달노동자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물론 폐업위기에 처한 소상공인들이 우선 생각되는 것도 인지상정이지만, 늘어난 배달노동자(배달원)의 처우에 대해서도 논의가 없었다는 점은 아쉽다. 조금 다른 이야기이지만, 플랫폼은 매번 새로운 시도를 진행한다. 가장 높은 이윤을 낼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실험을 진행한다. 문제는 이 플랫폼을 통해 고객과의 최종 접촉자는 배달노동자이다. 결과적으로 칭찬을 받는 것도 배달노동자, 욕을 먹는 것도 최종 접촉자인 배달노동자이다.

예전, 배달이 밀렸는지 너무 늦었다고 역정을 내시는 분이 계셨다. 다행히 음식은 붇거나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아 배달은 지연 없이 도착했다 생각되었지만, 사람은 누구나 내 앞에 있는 사람에게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다. 라떼족의 관점에서 과거 배달노동자는 해당 음식점의 사장님이거나 음식점에 속해 있는 종업원이었다. 물론 요즘에도 계시지만, 지금의 전문배달 노동자들은 대부분 개인사업자이거나 회사에 소속되어 있는 분들이다. 이들 역시 엄연한 사업가이다. 하지만, 해당 상품에 대한 책임을 배달노동자가 질 수도 없는 것이며, 이들은 용역계약을 통해 움직인다. 심정은 이해가 되지만, 이러한 책임을 소상공인도 배달노동자도 아닌 배달앱이 지게 할 방법은 없는 것인지 궁금하다.

‘라떼는 말이야’의 시대와는 달리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사회, 틀에 박힌 사고에 머무르지 말고 보다 창의적인 해결방안을 찾았으면 좋겠다. Z세대의 행동의 변화가 우리에게 새로운 단초를 제공해줄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오늘도 열심히 배달해 주시는 배달노동자·택배노동자 분들께 감사드리며, 서로에게 최소한의 존중을 실천할 수 있길 바란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