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신의 폭 좁아진 통화정책, 더 커진 재정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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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애신 기자
입력 2020-10-15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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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은 기준금리 연 0.5% 동결...사상 최저 수준 유지

  • 코로나 대응 위해 올해만 네 차례 추경 편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재정 의존도가 높아진 가운데 상대적으로 통화정책은 운신의 폭이 좁혀진 형국이다. 

한국은행은 10월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한은은 지난 14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연 0.5%로 유지했다. 지난 5월 사실상 현실적으로 내릴 수 있는 최저 수준인 0.5%까지 낮춘 터라 변화를 주기 어려웠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전망한다. 한은의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을 봐도 이런 분위기가 감지된다. 금통위는 "국내 경제 회복세가 더딜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수요 측면에서도 물가상승 압력이 낮은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된다"며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할 뜻을 밝혔다.

올해 코로나19가 발생한 후 통화정책은 정책 효과 측면에서 한계 수준에 닿았다. 금리를 올리기도, 내리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기준금리를 낮추자니 가계부채 증가와 해외로의 자금 유출이 우려되고, 금리를 인상하자니 경기 회복이 지연될 수 있어서다.

최서영 삼성선물 연구원은 "금융시장의 정책 모멘텀과 부양과 긴축을 주도한 것은 금리를 주관하는 통화정책이었다"며 "이제는 금리의 추가 하락 여지가 제한적인 데다 금리를 더 내린다 한들 추가적인 경기 부양 효과가 얼마나 나올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감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미국, 일본, 유럽연합 등 전 세계 국가들이 통화정책보다는 확장적 재정 정책에 초점을 맞추는 배경이다.

우리 정부도 올해 들어서만 네 차례에 걸쳐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편성했다. 올해 본예산 총 지출인 512조3000억원과 합하면 총 554조7000억원에 달한다. 재정 대응의 궁극적인 목적은 경제주체의 지급 능력 보전에 있다.

코로나로 사실상 멈춰버린 경제활동이 재개될 때까지 가계와 기업이 극단적인 상황을 겪지 않도록 지원금 지급과 쿠폰 발행 등을 통해 지원하고 있다. 지금까지 재정정책의 효과는 경기 하단을 방어하는 데 집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숀 로치 S&P 아태지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대출 보증을 제외한 한국의 직접 경기부양책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5% 미만으로 다른 국가들에 비해 크지 않았다"면서 "저소득층에 현금을 지급하는 등 도움이 필요한 곳을 대상으로 비교적 시의적절하게 대응했다" 평가했다.

코로나 백신이 개발되기 전까지는 대규모 재정 지출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정부도 코로나19가 단기간에 종식되지 않는다고 보고 내년 예산안을 사상 최대 규모인 555조8000억원으로 편성했다.

내년에는 디지털 분야와 친환경 투자에 집중하는 한국판 뉴딜 정책이 본격화되고, 경기 부양 효과가 큰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도 늘어난다.

이 같은 확장적 재정을 통한 경기 안정화는 긍정적인 면이 크지만, 국가 부채 증가 속도를 높여 미래 세대의 부담을 높이는 결과를 낳는다. 국가부채 비율은 올해 43.9%에서 2024년 58.6%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는 재정 정책이 비상시국에 요구되는 최후의 보루라고 보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재정이 어렵다고 지금과 같은 상황에 재정의 역할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민간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정부가 나랏빚을 마음대로 못 늘리도록 재정준칙을 세웠지만 이에 대한 해석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며 "재정을 통한 경기 부양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정부가 유동성의 함정을 어떻게 해결하는지가 더 중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사진=기획재정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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