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中 택배업계… '최강자' 가리기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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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예지 기자
입력 2020-10-08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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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퉁택배, 지난달 홍콩증시에 성공 데뷔

  • 중퉁, 점유율 1위지만 순펑에 크게 뒤처져.. 단가경쟁 과열 탓

  • "세계 최대 택배시장 잡아라" IT공룡들도 군침... 경쟁 치열

중국 최대 택배업체인 중퉁택배 [사진=중퉁택배 공식 홈페이지]

중국 택배업계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특히 최대 택배업체인 중퉁택배(中通快遞·ZTO)가 홍콩 증시에 상장하면서 업계 '최강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논쟁이 촉발됐다. 그런데 왕을 가리는 일이 쉽지 않다. 업체들 간 치열한 경쟁이 단가 경쟁으로 이어지면서, 물량·매출 성장과 순익이 엇박자를 내고 있기 때문. 시장 장악을 노리는 IT공룡들의 공세도 거세다.

◇중퉁택배, 택배업계 최초로 홍콩·뉴욕거래소 동시 상장 

지난달 29일 중국 택배업계가 들썩였다. 중퉁택배가 홍콩증권거래소에 2차 상장을 성공적으로 마치면서다. 이로써 중퉁택배는 뉴욕, 홍콩증권거래소에 동시 상장된 최초 택배업체가 됐다.

중퉁택배의 상장 첫날 성적은 우수했다. 마감가는 공모가 대비 11.93% 치솟은 244홍콩달러였으며, 시가총액은 2070억 홍콩달러(약 31조1000억원)까지 늘어났다. 홍콩거래소에 상장된 물류 관련 종목 중 가장 높다. 다만 다음날부터 주가가 소폭 하락하면서 6일 기준 마감가는 224홍콩달러다. 공모가 대비 2.29% 높은 수준이다. 

중퉁택배는 중국 민영 택배업체의 ‘신화’로 불린다. 업계 후발주자지만 빠른 성장을 이뤘기 때문이다.

중국의 민영택배 역사가 시작된 1993년 이후 선퉁(1993년), 윈다(1999년), 위안퉁(2000년)이 차례로 설립됐고, 중퉁은 이보다 비교적 늦은 2002년에야 업계에 발을 내디뎠다. 후발주자지만 꾸준히 성장을 거듭했고, 2016년부터는 업계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인 광군제(光棍節·11월 11일) 때 연간 택배물량이 100억건을 돌파한 세계 최초 택배업체가 됐고, 올해는 이 기록을 더 빠르게 갈아치웠다. 연간 택배물량 100억건을 지난 9월 1일 달성하면서 지난해 기록을 무려 두달 앞당긴 것이다. 라이메이쑹(賴梅松) 중퉁택배 회장은 올해 택배물량이 150억건을 돌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량 수가 많은 만큼 업계 내 점유율도 가장 높다. 중퉁이 제출한 상반기 실적보고서에 따르면 중퉁의 시장점유율은 20.6%로 1위다.

다만 뒤를 쫓는 기업들도 만만찮다. 같은기간 중퉁 경쟁 업체인 윈다(韵達)택배 점유율은 16.61%, 위안퉁(圓通)택배는 14.57%, 선퉁(申通)택배는 10.38%다. 중퉁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인 순펑(順豊)과 바이스(百世)택배의 올해 2분기 점유율은 각각 11%, 10.7%다.

점유율이 20%대인 중퉁을 제외하고 나머지 업체들의 시장 점유율은 모두 비슷한 수준인 셈이다.

◇ "과열 경쟁 때문에···" 택배물량은 늘고 단가는 내리고

아이러니한 점은 중퉁의 뛰어난 성적에도 불구하고 중국 택배업계 진정한 ‘강자’가 누구인지 가리기가 쉽지 않아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점유율과 물량으론 중퉁이 최강자지만, 매출에선 크게 뒤처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중퉁택배 매출은 103억2000만 위안(약 1조7700만원)이다. 반면 순펑택배 매출은 711억3000만 위안에 달한다. 무려 7배 차이다. 순펑뿐 아니라 윈다와 위안퉁의 상반기 매출 역시 중퉁보다 크게 앞선다.

이처럼 물량과 매출의 차이가 큰 이유는 최근 몇 년간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는 업계 경쟁 탓이다.

중국 택배 업계는 최근 몇 년 사이 급속도로 성장했다. 중국 국가우정국 공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택배물량은 600억건에 달했다. 2014년 이후 6년 연속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는 택배물량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우정국은 지난 8월 중국 택배물량이 이미 500억건을 돌파했다며 올해는 750억건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매출이다. 중퉁과 마찬가지로, 중국은 택배물량에선 미국을 앞서고 있지만, 매출에선 미국에 뒤처진다. 빠른 업계 성장세에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각 업체들이 택배단가를 경쟁적으로 낮추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아이루이왕이 업체별 상반기 실적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주요 업체의 택배단가는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하락했다. 구체적으로 순펑이 22.18% 낮춘 것을 비롯해 중퉁이 21.86%, 윈다와 위안퉁, 선퉁이 각각 28.48%, 25.23%, 21.34%씩 택배단가를 내렸다. 

각 업체 순익도 쪼그라들고 있다. 올 상반기 중퉁과 윈다, 선퉁의 순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67%, 52.8%, 95.94%씩 줄었다. 같은 기간 위안퉁, 순펑만 순익이 8.15%,  47.82%씩 올랐다. 

단가경쟁 과열로 택배업종의 서비스 품질도 점점 떨어지고 있다. 우정국 통계에 따르면 올해 7월 택배업계 서비스 품질지수는 전달에 비해 31.5%나 하락했다.

◇알리바바·징둥 공세도 거세... 메이퇀·어러머도 곧 가세할 듯 

더 큰 문제는 앞으로 업계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기존 업체 외에도 중국 IT 공룡들이 택배 시장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알리바바의 공세가 거세다. 지난 2013년 차이냐오(菜鳥)라는 물류회사를 설립해 물류 택배업계에 뛰어든 알리바바는 택배업체들의 지분을 잇달아 사들이고 있다. 이미 중퉁, 위안퉁, 선퉁, 윈다, 바이스후이 등 5대 택배업체의 지분 일부를 보유하고 있다. 순펑을 제외한 나머지 주요 업체들과 손을 잡은 것이다.

알리바바 투자에 힘입어 차이냐오의 기업가치도 1300억 위안으로 치솟았다. 중국 국내 물류·택배 업무의 70%가 차이냐오를 통해 이뤄진다는 통계가 나올 정도다. 

알리바바의 경쟁자인 징둥 역시 자체 택배업체를 통해 업계 장악을 시도하고 있다. 알리바바에 이은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2위인 징둥은 2017년 4월 자회사 징둥물류를 독립적인 택배업체로 분리한 후 2018년 10월부터 본격적인 택배 배달에 나섰다.

목표도 거대하다. 연내 모든 지역에서 24시간 내 배달을 가능케하겠다는 포부다. 특히 징둥물류는 5년 내 징둥 전자상거래 플랫폼 밖에서 이뤄지는 택배 배달 비중을 절반 이상으로 늘리고, 10년 내 80%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외에 메이퇀과 어러머 등 외식 배달 업체도 종합 물류 플랫폼을 표방하며 시장 진출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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