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 서민들 ‘급전 끌어쓰기’…소액대출 1년새 20%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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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원·이봄 기자
입력 2020-10-0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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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 12월, 8분기 만에 9000억원 재돌파

  • 소득증빙 어렵고 한도 꽉 찬 저신용자 증가

[그래픽=아주경제 편집부 ]

#50대 자영업자 A씨는 신용등급 7등급의 저신용자다. 이미 은행권에서 전세자금 대출을 받았고, 최근 몇년간 계속된 경기불황에다 코로나19 악재로 가게를 찾는 손님의 발길이 뚝 끊겨 영세 소상공인 이차보전 대출은 물론 소상공인 2차 대출도 이용 중이다. A씨는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당장 필요한 운영자금을 구하기 위해 시중은행을 찾았지만, 더 이상의 대출은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결국 A씨는 저축은행에 대출을 문의했는데 소액대출만 가능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소액대출은 이자가 연 20%로 매우 높았지만 A씨는 다른 방법이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소액대출을 받기로 했다.

한계 상황에 빠진 영세 자영업자, 저신용·저소득자 등 서민계층의 자금난이 가중되고 있다. 대출 한도를 꽉 채운 서민들은 급기야 ‘규제 사각지대’로 꼽히는 저축은행 소액대출에 기대며 생계를 유지하는 모습이다. 코로나19 악재로 소액대출 신청이 급격히 늘고,  대부분 20% 이상 고금리 상품이기 때문에 서민 가계의 이자 부담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관련 기사 3면>

6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79개 저축은행의 소액대출 잔액은 지난 6월 말 기준 907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6월 말 7506억원보다 20.9% 이상 늘어난 수치다.

저축은행 소액대출은 2016년 3월 1조1448억원으로 최고점을 찍은 뒤 하락세를 이어왔다. 2018년 2월 법정 최고 금리가 24%로 낮아지면서 저신용자들이 저축은행 대출을 이용하기 어려워진 데다, 금융당국도 저축은행에 고금리 대출을 늘리지 말라고 압박한 탓이다. 이 같은 영향으로 저축은행 소액대출은 지난해 3월 7487억원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소액대출은 지난해 6월을 기점으로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같은 해 9월 말 기준 8821억원으로 집계돼 1개 분기 만에 1315억원이 늘었으며,  12월에는 9003억원으로 8개 분기 만에 9000억원대에 재진입했다. 코로나19 확산이 가장 심했던 지난 3월에는 9254억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소액대출이 증가세로 전환한 건 그만큼 저소득·저신용자의 자금 상황이 어려워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 신용대출 심사에서 탈락하거나 소득 증빙이 어려운 차주들이 급기야 금리가 높은 소액대출까지 손을 뻗고 있는 것이다.

소액대출은 저신용자들이 대부업체나 불법사금융을 이용하기 전 마지막으로 찾는 급전 마련 창구로 통한다. 대출한도는 300만원 안팎으로 대출 심사가 빨라 ‘급전대출’이라고도 불린다. 소액대출은 소득 증빙이 필요 없어 영세 자영업자, 저신용자 등 서민들이 높은 금리에도 불구하고 이용한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게다가 소액대출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산정 대상도 아니다. 대출 한도를 꽉 채운 차주들도 비교적 쉽게 이용할 수 있어 대출 절벽에 가로막힌 서민에게는 유일한 자금 융통 창구인 셈이다.

고금리 이자에 저신용 차주가 많아 부실 대출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서민 가계의 부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소액대출은 신용등급 한도가 안 나오거나 대출 한도를 꽉 채워 추가 대출이 어려운 프리랜서, 주부, 자영업자들이 이용한다”며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지만 저신용자에게는 대부업체나 불법사금융으로 가기 전 제도권 금융의 마지막 보루이기 때문에, 소액대출 잔액 증가는 서민층의 부실 징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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