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국경절 풍경]불야성 이룬 먹자골목 "코로나19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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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재호 특파원
입력 2020-10-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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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이징 주요 번화가마다 '인산인해'

  • 대기행렬에 길 지나기 어려울 정도

  • 관광지·영화관 등은 정원 제한 무색

  • "춘제보다 더 떠들썩" 안도감 묻어나

베이징 구이제의 마라룽샤 전문점 후다판관(위)과 인근 철판 요리집 등 대부분의 음식점에 대기 손님들이 줄지어 있다. [사진=이재호 기자]


중국의 건국 기념일인 국경절이자 중추절(仲秋節·추석)이었던 지난 1일 베이징의 대표적인 먹자골목 구이제(簋街).

국경절 연휴(1~8일) 첫날이지만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되지 않은 탓에 다소 한산할 것이란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마라룽샤(麻辣龍蝦·매운 소스로 볶은 민물가재)로 유명한 후다판관(胡大飯館) 본점은 밤 10시가 넘은 시각에도 손님들로 인산인해였다.

가게 밖에도 20여명이 대기 중인 상태. 대기 순번을 부르던 종업원 쑹(松)씨는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은 거의 극복했다"며 "대기 고객 수도 지난해 이맘때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귀띔했다.

이번 국경절 연휴를 통해 중국의 내수 소비 회복세가 확인되고 있다.

도심의 유흥가와 식당은 만석이고 주요 관광지는 인파로 북적이며 극장도 연일 매진 사례다.

코로나19 위기에서 벗어났다는 자신감과 안도감이 곳곳에서 묻어나는 연휴 풍경이다.

◆1.5㎞ 먹자골목 양편 모두 왁자지껄

베이징 둥즈먼(東直門) 인근의 구이제는 1442m 거리 양편에 150여개의 음식점이 몰려 있다.

후다판관은 본점을 비롯해 5호점까지 모두 만석이었다. 본점 옆의 양꼬치 전문점도, 그 옆의 곱창 철판 볶음 요리집도 손님으로 가득 찼다.

식당마다 수십개의 대기 의자를 길가에 내놓은 탓에 보행이 어려울 정도였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의 모습 그대로다.

후다판관에서 한국말로 대화하며 식사하던 중 옆자리 중국인이 말을 걸어 왔다.

스스로를 라오베이징(老北京·베이징 토박이)이라고 소개한 그는 "한국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하다고 들었다"며 "중국은 사실상 위험이 사라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와 동석한 지인들도 "중국이 세계에서 코로나19를 가장 먼저 극복했다"며 맞장구를 쳤다.

실제 중국 방역 당국이 발표하는 통계에 따르면 거의 두 달째 본토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

구이제 인근 융허궁(雍和宮·중국 최대 라마교 사찰) 앞의 후통(胡同·옛 골목) 거리도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길을 걷던 중 군밤 냄새에 이끌려 멋모르고 줄을 섰다가 30분이 지나서야 겨우 한 봉지를 살 수 있었다.

베이징의 또 다른 번화가 싼리툰(三里屯)의 한 극장도 관객 수를 정원의 75%로 제한하는 조치가 무색할 정도로 붐볐다.

직원들은 "현장 예매는 불가능하다"는 구호를 반복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표를 구하지 못해 우는 아이를 달래는 엄마도 보였다.

연휴 초반인 1~3일 영화표 판매 수입은 15억 위안(약 2600억원)으로 집계됐다. 상영관 수만 36만개에 달한다.

기자도 본 애니메이션 '장즈야(姜子牙·강태공)'는 같은 기간 8억 위안의 수입을 올려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개봉 첫날에만 3억5000만 위안을 벌어들여 중국 애니메이션 하루 매출 기록을 갈아치웠다.

업계 관계자들은 올해 국경절 연휴 기간 매출이 지난해(45억 위안)와 비슷할 것으로 예상한다.
 

푸짐한 상차림에 마치 설을 쇠는 기분이라는 글이 올라온 웨이보 계정(왼쪽)과 광저우남역을 가득 메운 인파. [사진=웨이보 캡처]


◆"국경절에 설 쇠는 기분"

코로나19 여파로 해외 여행은 여전히 어렵지만 국내 관광은 상당 부분 회복됐다.

중국 문화여유부에 따르면 국경절 당일인 지난 1일 연인원 9700만명이 국내 관광에 나섰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73.8% 수준이다.

같은 날 차량 5400만대 이상이 고속도로를, 연인원 1000만명이 철도를 이용했다.

베이징 내 관광객 수는 108만7000명으로 집계됐으며, 톈안먼(天安門) 근처 왕푸징(王府井) 쇼핑 거리에만 15만명이 몰렸다.

상하이의 경우 인파가 차량 운행을 방해하자 주요 사거리마다 경찰이 배치돼 교통 통제에 나서기도 했다.

이번 국경절 연휴는 8일로 예년보다 하루 더 긴 데다 코로나19에 지친 중국인들의 관광·귀향 수요가 폭발하다 보니 최대 명절인 춘제(春節·설)보다 더 떠들썩한 분위기다.

많은 중국인들도 웨이보나 위챗 등에 다양한 사진을 올리며 "올해 국경절은 마치 설을 쇠는 기분"이라고 동의했다.

한 누리꾼은 "8일을 쉬며 춘제 때 상영이 연기됐던 영화를 보고 (연휴 시작 전날인) 9월 30일 저녁에 가족과 단란한 모임을 가졌다"며 "이게 설을 쇠는 게 아니고 뭔가"라고 말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웨이보 계정에 "오늘 엄마, 언니 부부, 큰외삼촌 가족이 다 같이 식사를 했다"며 "평소에는 이렇게 모이기가 쉽지 않은데 확실히 예년의 국경절과 다른 느낌"이라는 글을 남겼다.

중국신문망은 이 같은 사연들을 소개하며 "평범하지 않은 봄을 지나 마침내 평범한 가을이 찾아왔다"며 "우리는 고난과 시련을 겪으며 '국가'와 '가족'이 갖는 의미와 무게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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