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신고해도 구제받는 사람 5명 중 1명에 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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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훈 기자
입력 2020-10-02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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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노동자 5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 안 돼

  • 진정사건 절반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서 발생..."인권의 문제"

지난해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후 총 5000여 건의 신고가 접수됐지만, 개선지도나 검찰송치 등 실질적 구제조치는 5명 중 1명도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1년...총 4975건 신고 접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후 올해 7월까지 총 신고 사건은 4975건에 달한다.

업종별로는 제조업(928건, 18.7%)과 시설관리업(728건, 14.6%),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704건, 14.2%)에서 많이 발생했다. 직장 규모별로는 50인 미만 사업장(2,894건,58.2%)이 상당수를 차지했다. 300인 이상의 대기업(852건, 17.1%)에서도 많은 신고가 접수됐다. 직장내 괴롭힘이 발생하는 유형별로는 폭언(2,434건, 48.9%)이 절반을 차지했고, 부당인사(1,227건, 24.7%)와 따돌림·험담(711건, 14.3%) 순으로 나타났다.

현재 처리 중인 374건을 제외한 4600건 중 절반에 가까운 2156건은 취하됐다. 개선지도는 848건(18.2%), 검찰송치는 53건(1.2%)으로 전체의 20%에도 미치지 못했다. 특히 신고 사건 3건 중 1건은 법 시행 이전에 발생했거나, 법 적용 제외대상인 5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해 단순 종결 처리한 것d로 나타났다.

노 의원은 “지난해 7월 더 나은 직장 환경과 근로자의 인권을 존중하기 위해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됐으나, 실질적으로 구제를 받은 사람은 5명 중 1명도 안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법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피해자 입장에서 좀 더 엄격한 적용을 하고, 적용 대상 기업을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발언하는 노웅래 (서울=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5인 미만 사업장' 법률 사각지대 머물러..."고용노동부 감독 대상 돼야"

직장갑질119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1년 변화’를 조사한 결과, 직장내 괴롭힘 금비법 시행 이후 괴롭힘이 줄어들었다는 응답은 53.4%를 기록했다. 줄어들지 않았다는 응답은 46.5%를 차지했다.

직장내 괴롭힘이 줄어들었다는 응답은 직장 내 강자들이 약자들보다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50대의 63.4% 직장내 괴롭힘이 줄었다고 답했지만, 20대는 46.1%에 그쳤다. 상위관리자 75.9%가 직장내 괴롭힘이 줄었다고 답했고, 반면 일반사원은 51.0%가 줄었다고 답했다.

직장내 괴롭힘을 당했을 때 ‘회사를 그만두었다’는 응답은 여자가 남자보다 17.1% 높았다. 갚은 응답에 비해 20대가 50대보다 7.6% 높았고, 비상용직이 상용직보다 13.3% 높게 나타났다. 아울러 민간 5인 미만에선 46.7%가 회사를 그만두었다고 답했고, 공공기관은 16.4%에 그쳤다.
‘회사·노동조합에 신고했다’는 응답은 남자가 여자에 비해 5.4% 높았다. 또 같은 응답에 대해 50대가 20대에 비해 3.8%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을 알고 있다는 응답은 50대가 20대에 비해 16.3% 높았다. 또 정규직이 비정규직에 비해서도 24.3% 높았다. 고임금(월 500만원 이상) 노동자가 저임금 노동자(150만원 이하)에 비해 34.4%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성우 직장갑질119 운영위원(노무법인 노동과인권 대표 노무사)은 지난 7월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1년 평가 및 법·제도 개선방안’ 심포지엄에서 5인 미만 사업장 문제를 언급했다.

박 노무사는 “현행 직장내 괴롭힘 금지제도는 상시 사용 노동자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면서 “직장내 괴롭힘 문제는 ‘근로기준법’상 이 제도의 적용대상 사업장인가의 여부와는 별개로 5인 미만 사업장에서도 기본적인 인권의 문제이자 사업장 내 각종 부당한 행위 문제 중 하나로 당연히 고용노동부의 사업장 지도·감독 대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고용노동부 직장내 괴롭힘 진정사건 현황을 보면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제기된 사건 수가 절반이 넘는 57.2%에 달한다”면서 “상식적으로 전근대적인 조직문화나 불합리한 인사노무관리행태는 소규모사업장일수록 더 클 것으로 넉넉히 추정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사업장 사건인데 양자의 구분이 되어 있지 않아 5인 미만 사업장 사건 수를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상당히 많은 5인 미만 사업장 사건이 전체 종결 사건 수의 3분의 1에 포함되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송옥주 '직장내 괴롭힘 방지 3법' 발의..."모든 근로자 보호해야"

송옥주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3일 ‘직장내 괴롭힘 방지 3법’을 대표 발의했다. 실질적인 근로자 인권을 보호하고 괴롭힘을 금지하기 위해서다.

송 의원은 “사용자 또는 사용자의 친인척인 근로자가 직장내 괴롭힘 가해자인 경우 사용자의 조치 의무를 기대하기 어렵고, 사용자가 조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제재 규정이 없어 직장내 괴롭힘 금지제도의 실효성을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국가인권위원회 등의 지적이 있었다”면서 “조사 대상을 확대하고 신속하고 객관적인 조사를 의무화해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고자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설명했다.

송 의원은 공공기관운영법 개정안에 대해선 “건전한 조직문화는 공공기관의 사회적 책임으로 부각되고 있으나 조직문화의 특성상 경영자의 변화 의자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직장내 괴롭힘, 성희롱 발생 신고 및 조치 현황, 성희롱 예방 교육 등 방지조치 현황을 공공기관 경영공시에 포함하면 건전한 조직문화 선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현행법상 고객을 응대하는 근로자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경비원 등 실제 고객 응대 업무를 담당하는 근로자에 대한 보호장치가 미흡하다”면서 “고객의 폭언 등으로 인해 건강장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현저한 우려가 있는 모든 근로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 의원은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에 대해선 “모든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사업주에게 업무 일시 중단 또는 전환, 휴게시간 연장, 치료 및 상담 지원의 사후 조치를 규정해 안전한 근무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사봉 두드리는 송옥주 환노위원장. 송옥주 국회 환노위원장이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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