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뒷걸음질 치는데 원화값만 급등…수출전선 먹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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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웅 기자
입력 2020-09-2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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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개월 연속 역성장…대외요인 인한 '거품'

  • 中企 더 큰 타격…문제는 환율하락 속도

[사진=연합뉴스]


원화 가치가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지만, 이를 반기는 시각은 찾아보기 어렵다. 환율 하락이 국내 경제의 탄탄한 펀더멘털(기초체력)에 기반하기보다 위안·달러 환율 하락(위안화 가치 상승)에 동조화된 영향이 큰 탓이다. 대내 요소보다 대외 요인이 크게 작용하며 원화에 '거품'이 끼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코로나19로 수출길이 막힌 국내 수출업체에 추가적인 악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주식시장에서는 '원화 거품'이 꺼질 경우 외국인 자금이 대거 이탈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급격한 환율 하락이 한국 경제에 '독(毒)'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원화 강세 흐름 당분간 지속··· 수출전선 먹구름
원화 강세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경제 회복세에 힘입어 위안화 강세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중국 정부도 수출 주도 전략에서 내수 진작을 병행하는 '쌍순환' 경제발전 구도를 내놓으며 위안화 절상(고시환율 하락)을 용인하면서다.

위안화와 원화의 차이는 경기가 회복조짐을 보이면서 자국 화폐 가치도 올라간 중국과 달리, 한국의 경우 경제는 뒷걸음질치고 있는데 원화값만 급등했다는 점이다.

지난 8월 중국 수출은 작년 동기 대비 9.5% 증가하며 플러스(+) 전환한 6월 이후 석달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이런 가운데 8월 소매판매는 1년 전보다 0.5% 늘어나며 지난해 12월 이후 처음 플러스 전환했다. 미·중 무역분쟁 속에서도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고, 내수도 바닥을 찍었다는 분석이다.

반면 한국의 8월 수출은 작년 동기 대비 9.9% 감소하며 3월(-1.7%) 이후 6개월 연속 역성장을 나타냈다. 앞서 2월(3.6%) 한차례 반짝 플러스 성장한 것을 제외하면, 2018년 12월 이후 20개월간 감소세다. 이달 들어서도 10일까지 수출이 줄어드는 등 경기불황은 이어지고 있다. 원화에 '거품'이 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런 와중에 환율이 떨어져 수출기업은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황세운 상명대 DNA랩 객원연구위원은 "문제는 환율 하락 속도"라면서 "환율 하락이 수출 기업에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나, 완만하게 떨어지면 기업이 대응할 시간이 있지만 지금처럼 변동폭이 크면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원화 약세 전환 시 외인 자금 이탈 우려
문제는 펀더멘털이 약한 중소기업에 환율 하락의 악영향이 더 크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소득 감소 및 일자리 상실 등의 압박을 받고 있는 중소기업 직원들은 시장에서 더 밀려날 가능성이 커졌다.

실제로 사회진보연대 부설 노동자연구소가 지난달 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3~7월 중소기업일수록 코로나19로 인한 고용 감소가 컸다. 이 기간 300인 이상 대기업은 작년 동월 대비 소폭 늘었지만, 5인 미만 영세 사업장에서는 170만개 일자리가 사라졌다. 특히 보고서는 "공단의 경우 수출 감소로 인해 중소기업이 타격을 입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환율이 큰 폭으로 하락세를 보임에 따라 주식시장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원화 강세 흐름이 당장 외국인 수급에는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겠지만, '거품'이 꺼져 약세로 전환하면 외국인 자금이 한번에 대거 빠져나갈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이미 21일 주식시장에는 원화에 대한 외국인의 이 같은 심리가 반영됐다. 이날 원·달러 환율이 1150원대로 진입하며 원화값이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으나, 외국인들은 오히려 724억원을 순매도하는 등 '팔자' 행진을 보였다. 그 결과 코스피는 0.95% 하락하며 엿새 만에 2400선 아래로 내려갔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표면적으로 원화가치가 상승한 것처럼 보이지만, 경제상황이 개선돼 올랐다기보다 위안화 강세 등 대외 요인의 영향을 많이 받아 진정한 의미의 원화 강세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현 시점에서 원화값이 빠르게 오르는 것은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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