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남수의 열린경제] 재택근무, 안녕하십니까?

최남수 서정대학교 교수(전 YTN사장)입력 : 2020-09-22 08:22

[최남수 교수] 


[최남수의 열린 경제] 경영자들을 만날 때마다 재택근무(원격근무)가 괜찮은지 묻는다. 그런대로 잘 돌아간다는 답변도 있는가 하면 종전처럼은 업무가 원활하지는 않다는 평가도 있다. 이런 엇갈린 반응은 미국도 마찬가지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IT 기업은 아예 오랜 기간 많은 직원이 집에서 근무하도록 했다. 넷플릭스는 전혀 다른 입장이다. 이 회사의 리드 헤이스팅스 회장은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재택근무는 어떤 긍정적 효과도 없다. 같이 모여 얘기할 수 없다는 것은 정말 부정적”이라고 혹평을 했다. 업종마다, 기업체마다 사정이 다른 것이다. 어쨌든 직장 풍속도가 크게 바뀌었다. 사무실은 일하는 곳, 집은 쉬는 곳이라는 등식이 무너졌다. 일터는 모이기 위험한 곳, 집은 회사 일을 안전하게 보는 곳이라는 인식이 새로운 일상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 시점에서 질문을 던져본다. 재택근무는 모든 기업에 적용되는 일반적 현상인가 아니면 부분적 추세인가? 앞으로 이 같은 근무방식이 지속될까 아니면 코로나19가 주춤해지면 축소될까? 집에서 하는 회사 일은 어떤 효과를 가져왔고 어떤 문제와 숙제를 남겼을까?

먼저 직원들의 반응을 보자. 집이 사무실 역할을 하는 데 대한 만족도가 무척 높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조사 결과(6월)를 보면, 만족 대 불만족은 82.9% 대 17.1%로 나타났다. 얼마나 많은 기업이 재택근무를 도입했을까?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를 시행한 기업은 34.3%로 그 이전의 8%보다 많이 늘어났다. 기업규모별로 보면 대기업 45.8%, 중견기업 30.6%, 중소기업 21.8%이다. 얼마 전 발표된 경영자총협회의 자료를 보면 국내 매출액 상위 91위 민간기업의 이 비율은 88.4%로 상당히 높다. 여기에서 알 수 있는 사실은 대기업이 재택근무에 더 적극적이고 기업규모가 작을수록 소극적인 경향을 보인다는 점이다. 중소기업은 업무의 특성상 함께 모여서 일하는 게 불가피하거나 원격근무를 위한 IT 시스템 등 인프라 구축이 여의치 않을 가능성이 크다. 쉼터가 일터로 바뀌면 가장 걱정되는 문제 중 하나가 생산성이다. 회사 일과 집안 일이 섞이면 효율성이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이다. 결과는 어떨까? 예상외이다. 상의 조사에서는 84%에 가까운 기업이 직원들이 집에서 업무를 보아도 효율성에 문제가 없다고 응답했다. 해외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 영국의 스타트업 네트워크인 ‘창업자 포럼(Founders Forum)’이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는 ‘생산성 이상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생산성이 향상됐다는 기업이 55.3%, 종전과 변화가 없다는 비율이 17.6%로 10개 중 7개 기업이 ‘합격’ 판정을 내렸다. 이렇게 효과가 좋다면 사무실 근무가 앞으로 점점 줄어들 것 같은데 정말 그럴까? 답은 정반대이다. 국내 기업의 70.8%는 재택근무를 지속하거나 새로 도입하는 데 부정적이다. 당장은 방역 차원에서 불가피하게 시행하고 있지만, 장기화하는 것에 대해서는 많은 기업이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얘기다.
 

 


지금까지 표면적으로 나타난 재택근무의 평점은 B 정도는 되는 듯하다. 중요한 점은 설문 조사에 잘 드러나지 않는 구조적 문제도 같이 짚어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균형 잡힌 시각으로 재택근무의 ‘빛과 그늘’을 다 볼 수 있다.

첫째, 창의성 이슈이다. 직원들이 서로 얼굴을 맞대지 않고 떨어져 일해도 아이디어가 번득이는 창의적 성과물이 나올 수 있겠느냐는 문제 제기이다. 넷플릭스의 헤이스팅스 회장이 “재택근무는 아이디어를 놓고 토론하는 것을 어렵게 한다”고 한 말과 맥락이 같다. 필자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에머리빌에 있는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를 방문한 적이 있다. 픽사는 애니메이션 제작 기업이어서 경쟁력의 핵심 요소는 두말할 나위 없이 창의적 아이디어이다. 그래서 그런지 회사 내부가 아주 독특했다. 사무실에 아예 침대를 갖다 놓은 직원도 있었고 사무실은 대부분 자유분방한 실내장식 일색이었다. 특히 복도나 사무실 여기저기에서 직원 몇몇이 모여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눈에 자주 띄었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싹을 틔울 수 있는 현장으로 보였다. 실제가 그렇다. 과학저술가인 스티븐 존슨은 저서 ‘탁월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오는가’에서 이 점을 강조하고 있다. 통상 우리는 과학자가 실험실에서 혼자 현미경을 한참 들여다보다가 중요한 발견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스티븐 존슨은 홀로 위대한 발견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한다. 존슨은 맥길대학교의 케빈 던바 교수가 분자생물학연구소에서 연구원들을 관찰하며 목격한 혁신의 발견 순간을 전해준다. “대부분의 탁월한 아이디어는 10여명의 연구원이 모여 비공식적으로 최근 연구를 발표하고 토론하는 미팅에서 생겨난다.” 혁신의 시작이 현미경이 아니라 회의 탁자였다는 말이다. 재택근무가 가진 단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아무리 화상회의를 한다고 해도 화면을 통한 대화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우연한 마주침이나 이런저런 얘기를 얼굴 보고 나눌 수 있는 회의의 장점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일정 시간은 집에서 근무를 하더라도 정기적으로 사무실에 나와 동료를 만나는 ‘혼합형 근무’가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독일에서 이 방법이 많이 쓰이고 있는데, 절반 정도의 근로자만이 주 5일 근무를 하고 나머지 직원은 회사에 이보다 덜 나오고 있다고 더 이코노미스트는 전하고 있다.

짚어볼 또 하나의 이슈는 재택근무의 양극화 현상. 여기에서 한 가지 중요한 질문을 해본다. 방역을 위해 필요하다면 모든 근로자가 일터를 집으로 옮길 수 있는 환경에 있는가? 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미국 일리노이대학의 연구진이 조사한 결과를 보면 미국 근로자 중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비중은 27~31%에 불과하다. 나머지 근로자는 어쩔 수 없이 현장 근무를 하고 있다. 바로 학력 간 불평등 문제이다. 학력 수준이 높은 순으로 상위 25%에 해당하는 산업에서는 64%의 기업이 원격근무를 도입한 데 비해 학력 수준 하위 25% 산업에서는 이 비율이 36%에 그치고 있다. 예컨대 구글, 페이스북 등 빅테크 기업같이 전문직 고학력자들이 주종인 기업에서는 직원들이 사무실에 나오지 않고도 일을 할 수가 있다. 대조적으로 저학력자들이 주로 일하는 기업에서는 직원들이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회사에 나와 일하거나 아예 일자리를 잃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전체 직원 중 절반 가까이가 재택근무를 하는 미국 금융과 전문 비즈니스 서비스의 경우 지난 2~4월 중 고용 감소 폭은 각각 6.1%와 9.6%에 머물고 있다. 이에 비해 원격근무가 어려운 도소매와 레저업은 일자리가 각각 16.4%, 42.0%나 줄어들었다. 양극화된 노동시장의 모습이 재택근무에서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우리나라도 똑같은 모습이다. 한국은행은 음식 서비스, 매장 판매 등 구조적으로 재택근무가 힘든 일자리(전체 취업자의 35%)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 실업 위험에 노출된다고 분석하고 있다. 결국 이는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 시 정부의 구제조치가 이들 고용취약 계층에 집중돼야 함을 말해주고 있다.

재택근무는 늘 성공적이지는 않다. 실패사례도 적지 않다. 팬데믹 이전의 일이긴 하지만 2013년 재택근무 실험을 했던 야후와 HP는 부정적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나자 이를 중도하차시켰다. 가장 큰 이유는 직원들이 뿔뿔이 흩어지자 기업문화가 흐트러지고 응집력이 취약해졌기 때문이다. 당시 야후의 내부 메모가 외부로 유출돼 주목을 받기도 했다. 내용은 이렇다. “일부 훌륭한 의사결정과 통찰력은 복도와 카페에서 서로 만나고 즉흥적으로 팀 회의를 하는 데서 나온다.” 임직원이 한데 모이지 않는 근무방식이 갖는 중대한 결함을 지적하고 있다.

그렇다면 재택근무를 해야 하는 경우 이를 성공적으로 착근시키는 방법은 무엇일까? 기업들이 많이 고민하는 이슈이다. 컨설팅 기업인 매켄지는 코로나19 발생이 가장 빨랐던 중국에 재택근무 사례가 많은 점에 착안해 ‘원격근무에 대한 청사진:중국의 교훈’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매켄지는 업무의 혼선과 비효율을 줄이기 위한 제언을 하고 있다. 먼저 집에서 일하면 누구와 업무 협의를 해야 하는지 혼선이 생길 수 있다. 이때 필요한 조치는 직원들이 소규모 팀에서 일하도록 하는 것이다. 실제로 핑안보험은 민첩한 경영을 위해 대규모 조직을 소규모 팀으로 나누어 운영했다. 다음은 직원 관리 문제. 리더들이 분명한 업무 지침을 주고 소통의 수위를 높이는 게 중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알리바바가 직원들과 일대일 소통 횟수를 늘리고 다른 한 기업의 CIO가 전 직원에게 문자를 정기적으로 보낸 게 좋은 사례이다. 직원들의 고립감과 스트레스를 덜어주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제도적 측면에서 보면 현행 고용 관련 법규가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수용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현행 법규는 오랜 기간 시행돼온 사무실 출퇴근을 기본 전제로 짜여져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재택근무가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새 술을 담는 새 부대’가 필요하게 됐다. 예컨대 '996'으로 표현되듯 오전 9시부터 밤 9시까지 엿새 동안 일해야 하는 과잉 근로, 재택근무의 성과관리, 인터넷 연결이나 전화 통화, 그리고 냉난방의 비용 처리 등 다양하게 제기되는 이슈들에 대해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야 하는 과제가 정부 앞에 주어져 있다. 피할 수 없다면 지혜롭게 대응해야 한다. 재택근무의 장점은 극대화하되 그 그늘과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치열한 고민이 사회적 공동선을 제고하는 해법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해본다. 





 
 

최남수 서정대학교 교수(전 YTN사장)  nschoi7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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