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대이동 막자" 외쳤는데...여행·쇼핑에 몰리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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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요 기자
입력 2020-09-16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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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조치 기간 제주도 '연돈' 앞 텐트 대기줄 모습. [사진=트위터]


#A씨는 얼마 전 황당한 경험을 했다. 부산이 고향인 A씨는 추석 명절 기차 예매를 금지해야 한다는 회사 동료들의 격한 논쟁에 마음을 졸였다. 부모님을 보러가고 싶은 마음은 컸지만 코로나19 방역에 힘을 보태자는 의견에 쉽게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그런데 동료들이 '주말에 아울렛에 쇼핑하러 갔는데 사람이 너무 많더라', '답답해서 순천에 여행 다녀왔다', '동호회 사람들이랑 펜션에서 놀고 왔다' 등 방역 수칙과는 거리가 먼 행동을 했다고 하는 모습에 큰 실망감을 느꼈다. 

#B씨는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와 맞물리면서 여름휴가를 온전히 집에서 보냈다. 고향인 대구로 내려가 부모님과 시간을 보낸 B씨는 "왜 집에만 있냐 놀러 가라"는 지인들의 연락에 크게 당황했다. 이들은 얼마 전 B씨에게 "추석에 부모님 한 번 안 보면 죽냐"는 기사 댓글들을 보여주며 방역 수칙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B씨는 추석 대이동을 미뤄야 한다는 데 동의해왔지만 정작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는 일부 사람들의 태도에 분통을 터뜨렸다.


15일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09명 늘어난 누적 2만 2285명으로 집계됐다. 최근 사흘 연속 100명대 초반을 기록해 뚜렷한 감소세를 보였지만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이른바 '깜깜이' 환자가 20%를 차지해 방역당국은 긴장감을 놓지 않고 있다.

방역당국의 우려와는 달리 일부 시민들은 여행·쇼핑을 즐기며 스스로 감염 위험에 노출시키고 있다.

온라인상에는 해외여행이 막히면서 국내 여행지 제주도로 몰려든 관광객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과 글들이 공유되고 있다. 이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조치가 이뤄졌던 지난 2주 동안 여행을 다녀왔다는 후기를 올려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제주도 돈가스 맛집으로 유명한 '연돈'에는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기간이었던 이달 7~13일에도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대기줄이 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디 an*******는 지난 7일 제주도 '연돈' 식당 앞 대기줄을 찍은 사진을 공개하고 "제주도 연돈 아직도 이런가 대단하다. 텐트 장사가 승리자네"라는 글을 남겼다. 텐트 대여비만 2인 2만원, 4인 2만5000원을 호가할 정도로 수요가 많다는 사실도 적었다. 

한 블로거는 지난 10일 제주도 한 유명 호텔 조식 뷔페를 즐긴 후기를 올리며 "창가쪽이 뷰가 좋아서 사람이 많았다"고 적었다. 이어 제주도 '연돈'을 찾은 후기에는 "오전 8시께 매장 앞엔 텐트가 빼곡히 들어차 있고, 주차장에는 줄이 끊임없이 이어져 있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블로거도 지난 12일 '연돈'을 방문한 후기를 올리며 "오전 9시 30분께 이미 70여명이 대기 중이었다"며 "대기 1시간 만에 먹을 수 있었다"고 인파가 몰렸던 사실을 공개했다. 
 

[사진=트위터]


같은 기간 SNS에는 대형 쇼핑몰에 방문한 후기를 공유하는 글이 다수 올라오기도 했다. "아울렛에 주차할 공간이 없었다", "아울렛 식당에 사람이 많아서 대기했다", "아울렛에서 옷 득템 했다" 등 인파가 몰리는 곳을 피해 달라는 방역 당국의 당부와 거리가 먼 글들이 올라왔다.

한강과 편의점으로 쏟아져 나온 사람들도 있었다. 서울시는 지난 8일 오후 2시부터 한강 일부 구간 출입을 통제했지만 밤이 되면서 일부 시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술을 마시거나 통제선 안쪽으로 들어가는 황당한 사고도 벌어졌다. 

술집과 음식점 영업이 제한됐던 지난 2주간 편의점 인근 주민들의 소음 공해 호소도 폭증했다. SNS에는 "집 앞 편의점 야외테이블에서 술에 취한 사람들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술집이 안 되니까 편의점 와서 먹는다", "새벽까지 고성방가 괴롭다" 등의 고통을 호소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정부는 전날(14일) 0시를 기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2.5단계에서 2단계로 하향 조정했다. 수도권 음식점·카페·PC방의 영업제한이 해제되면서 일부 시민들을 중심으로 다시금 경각심이 늦춰지는 모습들이 눈에 띄고 있다.  

제주항공은 거리두기 2단계 하향 조치가 이뤄진 전날 오전 10시부터 김포발 제주 항공권을 1만원 선에 판매하는 48시간 타임어택을 진행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벤트 소식을 접한 누리꾼은 "요즘 특가 많아서 신나게 제주도 가고 있다", "제주항공 엄청 싸다 가볼까" 등의 댓글이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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