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산불 재앙 두고 트럼프-바이든 격돌...기후변화 대선 이슈로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윤세미 기자
입력 2020-09-15 14:43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트럼프 "산림관리 부실 탓" vs 바이든 "트럼프는 기후 방화범"

  • 남한 면적 5분의 1 탔다...포틀랜드 대기질 "나흘째 세계 최악"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주, 오리건주, 워싱턴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산불로 최소 36명이 목숨을 잃었고 수십명이 실종됐다. 수만명이 터전을 잃었고 수백만명이 세계 최악의 대기질에 노출되고 있다. 역대급 피해를 낳고 있는 이번 산불은 미국을 횡단해 워싱턴 정가까지 가 닿았다. 

특히 대형 산불의 배경에 기후변화가 있는지를 두고 대선 경쟁자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맞붙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부실한 산림관리를 산불 원인으로 지목했고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기후변화 문제를 방치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기후 방화범"이라고 맹타했다. 기후변화가 경제, 코로나19 팬데믹 대응, 인종차별과 함께 올해 대선판을 흔들 주요 이슈로 부상할 조짐이다.
 
트럼프 "산림관리 부실 탓" vs 바이든 "트럼프는 기후 방화범"
로이터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바이든 후보는 14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에 있는 자연사박물관 앞 연설에 나서 이번 산불은 인류가 만든 기후 재앙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친환경 인프라에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트럼프 정권이 4년 더 간다면 얼마나 더 많은 마을이 산불로 불에 타고 홍수에 잠기고 허리케인에 박살나겠는가?"라고 물으며 "트럼프가 두 번째 임기를 맞이하면 이러한 지옥 같은 사건은 더 흔하고 더 파괴적이며 더 치명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같은 날 캘리포니아주를 방문해 소방관과 당국자들을 만난 트럼프 대통령은 산불 원인을 미흡한 산림관리에서 찾았다. 바싹 말라붙어 쓰러진 나무들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으면서 작은 불꽃에도 큰불을 일으키는 재료가 됐다는 주장이다.

그는 인도, 중국, 러시아가 바뀌지 않는 한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미국의 노력은 쓸모가 없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그는 "기후변화를 얘기해보자. 인도가 바뀌고 있나? 중국이 바뀌고 있나? 러시아가 바뀌고 있나?"라며 "우리는 작은 반점일 뿐이다. 그들이 오염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기후변화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종전의 입장도 유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웨이드 크로풋 캘리포니아주 천연자원부 장관으로부터 브리핑을 받는 도중 끼어들어 "점점 더 시원해지기 시작할 것이다. 두고 보라"고 말했다. 지구 온도가 상승하는 추세가 뒤집힐 것이라는 주장이다. 크로풋 장관이 "과학도 대통령의 생각에 동의하길 바란다"고 받아치자 트럼프 대통령은 "솔직히 과학은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후 크로풋 장관은 자신의 트위터에 캘리포니아 평균 온도가 올라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그래프를 올리고 "사실 더 시원해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대통령 각하"라는 코멘트를 적어 기후변화를 부인하는 트럼프 대통령에 일침을 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구온난화 이론 자체를 불신하는 기후변화 회의론자로 유명하다. 대통령 당선 직후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를 가장 먼저 추진한 이유이기도 하다.
 
남한 면적 5분의 1 탔다...포틀랜드 대기질 "나흘째 세계 최악"
영국 가디언은 산불과 허리케인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미국의 상황은 기후 전문가와 환경 운동가들이 수년 동안 경고해 온 상황과 일치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현재 미국 걸프 연안에서는 올해 두 번째 대형 허리케인 샐리가 루이지애나주와 플로리다주로 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구 온도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자연재해가 빈발하고 그 피해 역시 눈덩이처럼 커질 것이라고 거듭 경고해왔다.

오리건주립대학의 메그 크로추크 교수는 "오리건주 일부 지역은 지난 300~400년 동안 한번도 보지 못한 심각한 화재를 경험하고 있다"면서 "지구온난화는 이들 산불에 영향을 미쳤음을 부인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건조하고 뜨거운 공기가 이 지역을 불에 타기 좋은 환경으로 만들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우리는 가뭄이 더 빈번하고 치명적으로 발생할 것이며 이것이 더 많은 산불로 이어질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 미국 서부에서는 100건 넘는 산불이 발생했다. 기록적인 폭염에 강풍이 겹치면서 불은 삽시간에 번졌다. 로이터는 여전히 수십개 산불이 전례없는 속도로 퍼져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8월부터 산불이 휩쓸고 간 면적은 180만헥타르. 남한 면적의 5분의 1 수준이다. 서부 3개 주에서 6200채 가옥이 잿더미가 됐다.

지난 주말에는 기온이 다소 내려가고 바람도 잦아들어 화재 진압에 다소 성과가 있었지만 소방당국은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이번주 후반 비가 예고돼 있긴 하지만 벼락으로 인해 추가 산불이 발생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미국 대기질 상황 [사진=퍼플에어]


이번 화재로 인한 연기와 그을음으로 현지 대기질 역시 유해 수준으로 나빠졌다. 13일에는 서부 포틀랜드시 대기질이 나흘 연속 세계 최악을 기록했다. 현지 당국은 보건위기를 선언한 상태다. 대기질을 확인할 수 있는 사이트 퍼플에어 사이트에는 접속이 몰리면서 트래픽이 평소보다 10배 넘게 늘어났으며 200~290달러짜리 대기질 측정 기기도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소셜미디어에는 하늘이 어두컴컴한 오렌지색으로 물든 현지 사진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산불 연기가 캐나다까지 건너갔으며 14일 미국 동부 뉴욕과 워싱턴DC에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마이클 수자 기상학자는 "이날 워싱턴DC의 안개는 서부 산불로 인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