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아이돌이 푹 빠진 그것…'세계관'이 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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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정 기자
입력 2020-09-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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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은 요즘 '세계관'에 푹 빠져 있습니다. 보이 그룹 '엑소'가 세계관이라는 개념을 K팝에 가장 먼저 도입해 선을 보인 이후 세계관을 접목한 아이돌들이 늘고 있죠. 특히 신인 아이돌의 경우 오랜 시간을 들여 서사를 쌓아 올리기 어려운 것이 사실인데요. 이에 그들의 세계관을 활용해 대중이 좀더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돕는 차원에서 세계관을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왼쪽부터) 방탄소년단, 엑소 아이랜드, P1H [사진=각 소속사 제공]
 

◆ 아이돌 세계관, 엑소가 도입하고 BTS가 확장하고

세계관은 주로 게임에서 활용돼 왔습니다. ‘세계관’은 게임의 시나리오를 이루는 시간·공간·사상적 배경을 말합니다. 게임의 세계관은 게임 속 캐릭터부터 전반적인 스토리까지 게임을 구상하는 데 있어서 뼈대의 역할을 하므로 게임 구성의 핵심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이돌 그룹에도 독특한 '세계관'이 유행입니다. 가요계에서는 아이돌 세계에서 통용되는 세계관을 ‘가수나 그룹이 지닌 연속성 있는 스토리나 설정’의 다른 말로 보곤 하죠.

지난 2011년 데뷔한 엑소는 태양계 외행성을 가리키는 '엑소플래닛'에서 왔다는 세계관을 적용했습니다. 엑소 세계관에서 멤버들은 이 행성에서 온 것으로 간주, '결빙' '치유' '공간이동' 등 멤버마다 초능력도 부여했죠. 이어 엑소를 비롯해 샤이니, NCT 127, 웨이션브이 등 SM의 어벤져스로 구성된 그룹 '슈퍼엠'도 일종의 SM 세계관의 연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방탄소년단은 세계관을 현실에 도입한 팀입니다. '학교 3부작' '청춘 2부작' '러브 유어셀프' 시리즈 등 앨범을 낼 때마다 연작 형식으로 스토리텔링을 형성한 후 한 세계관을 만들고 팬들을 끌어들였습니다. 이런 공감대는 세계적인 팬덤 구축으로 이어졌습니다.

방탄소년단 인기의 분명한 발화점이 된 '윙스'는 이들의 '성장 서사' 콘셉트가 절정에 달한 앨범입니다. 독일 작가 헤르만 헤세의 대표작인 '데미안'을 모티프로 삼고 있습니다. 이 세계관은 방탄소년단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내에서 확장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빅히트와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큰손 CJ ENM이 손잡은 레이블 빌리프랩이 론칭한 보이그룹 결성 프로젝트인 엠넷 '아이랜드'는 '데미안' 속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에서 모티프를 삼았다고 합니다. 프로그램의 메인 로고는 알이 큐브 안에 갇혀 있는 모양이죠.

'아이랜드'는 '슈퍼스타K', '프로듀스101', '쇼미더머니' 시리즈 등 엠넷의 기존 서바이벌과는 다른, 독특한 세계관을 지니고 있습니다. 방시혁 빅히트 의장이 총괄 프로듀서로 나서서 아이돌 그룹을 뽑는 프로그램이지만 엠넷은 '아이돌 오디션'을 내세우지 않고 '관찰형 리얼리티'임을 강조, 기존 아이돌 프로그램과는 차별화된 방송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방탄소년단처럼 꾸준히 서사를 쌓아온 팀이 아니면, 그룹이 내세우는 세계관을 이해하거나 공감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FNC엔터테인먼트처럼 K팝의 세계관을 담아내는 영화를 제작하는 사례까지 나왔습니다.

아이돌 세계관, '영화·게임·방송'으로 무한 확장 중

아예 아이의 세계관을 그들의 데뷔와 함께 영화로 제작하는 것으로 확장해 나가기도 합니다. FNC엔터테인먼트는 자사에서 선보일 신인 아이돌 그룹 '피원하모니(P1Harmony)'의 세계관을 담은 영화 '피원에이치: 새로운 세계의 시작'(감독 창, 제작 FNC스토리·창 픽쳐스)'을 오는 10월 개봉할 예정입니다.

10월 공식 데뷔 예정인 보이그룹 P1Harmony(피원하모니)의 세계관을 담은 영화 ‘피원에이치(P1H): 새로운 세계의 시작’은 분노와 폭력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로 폐허가 된 세상을 구하기 위해 다른 차원에 흩어진 소년들이 모여 희망의 별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린 SF 휴먼 드라마입니다. 

국내 최초 K팝 그룹의 세계관을 영화화해 주목받은 이 작품은 기획 단계부터 K팝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한 편의 SF 영화로서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짜임새 있는 스토리 전개와 시각적인 볼거리를 담아 만들었습니다. 여기에 같은 소속사 출신의 정진영, 정용화, 정해인 등 베테랑 배우들이 지원 사격까지 나서 화제가 됐죠.

K팝 아이돌의 세계관을 게임으로 가져오기도 합니다. 

세계적인 인기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에 등장하는 가상 걸그룹 'K/DA'에는 국내 K팝 걸그룹 '(여자)아이들'의 미연과 소연이 포함돼 있습니다.

넷마블몬스터는 방탄소년단 멤버들을 소재로 상호 스토리를 공유하고 캐릭터들의 의상을 입히거나 증강현실 촬영을 할 수 있는 'BTS유니버스스토리'를 곧 선보일 예정입니다.

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세계관 구축은 아이돌에게 다방면으로 효과적입니다. 시각적 이미지의 통일성 확립, 연작 앨범 발매를 통한 팬덤 충성도 제고와 수익 극대화, 콘셉트 차별화 가능 등이죠. 연애의 설렘, 이별 같은 가사만 반복하다 피로감만 안기기 쉬운 대중가요의 딜레마를 세계관으로 극복하려는 시도로도 풀이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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