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 마을 덮친 ‘암 공포’···무관심이 피해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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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박종석 기자
입력 2020-09-07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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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민들 ‘18명 암으로 사망’···아스콘 공장 의심

  • 공장 관계자 “연관성 알 수 없다”···토양·대기오염 조사 의뢰

  • 양구군 “민원 없었다”···사실상 수십 년째 방치

 

강원 양구군 남면 관대 두무로에 있는 아스콘 공장[사진=주민 제공]


60여 명이 사는 작은 산골 마을에 20여 명이 암에 걸렸고 그 가운데 18명이 사망했다. 암 공포가 덮친 곳은 강원 양구군에 있는 청산리(남면 관대 두무로)마을이다.

마을 주민들은 지난 1991년 마을 계곡 상류에 들어선 아스콘 공장을 암 발병의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공장이 가동된 이후 지독한 냄새는 물론 오염된 토양과 수질은 마을을 덮었다. 최근에 발견된 폐광물유(폐유)는 오염에 대한 공포를 더 키웠다.
 
충격적인 사실은 주민들이 토양과 수질오염에도 수십 년 동안 지하수를 식수로 사용한 것이다. 4년 전까지 상수도가 연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도 농사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지하수와 계곡물을 사용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28일 한 주민이 아스콘 공장 야외 땅바닥에 고여 있는 폐유를 발견하고 양구군에 신고했다. 양구군은 공장 측에 조사를 위해 현장보존의 필요성을 요청했지만, 공장 관계자에 의해 현장은 훼손됐다.

주민들은 이번 기회에 양구군이 아스콘 공장의 법 위반 사례와 마을 오염 실태 조사 등 역학조사를 통해 대책 마련에 나서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주민들은 “처음에 돌을 채취한다고 공장이 생겼는데 어느 순간 주민들도 모르게 아스콘 공장으로 바뀌었다”며 “산속은 지독한 냄새가 나고 계곡의 돌들은 벌겋게 변하고 도로의 분진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마을 오염이 아스콘 공장이라고 의심하고 있지만, 주민 대부분이 노인들이어서 가진 게 없고 힘도 없어서 나서지도 못하고 있다”며 한숨지었다.

주민들은 양구군과 공장을 원망했다. “군청과 공장 측에 몇 년 전 공장 굴뚝을 산보다 높게 해 줄 것과 분진 차단막 설치를 요구했지만 무시됐다”며 “공장은 주민들의 말을 무시하고 군청은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고 답답해했다.

아스콘 공장 측은 주민들의 의심과는 달리 마을 오염이 공장 가동에 의한 연관성은 단정 짓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공장 관계자는 “폐유를 버린 것이 아니라 폐유통이 넘어지면서 폐유가 쏟아져 이를 치운 것뿐”이라며 “폐유가 왜 쏟아졌는지 모르지만 처음 벌어진 일이며 제조과정에서 아스콘 냄새가 발생할 수 있지만, 마을 오염의 연관성은 확실하지 않다”는 견해를 보였다.

그러면서도 토양 오염과 대기오염을 조사한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주 내로 토양 오염 조사를 위한 준비를 마쳤으며 지난 5, 6월경 양구군에서 구두로 대기오염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따라 환경조사업체에 의뢰를 맡긴 상태”라고 했다.

아스콘 공장이 들어선 지역의 사례를 보면 호흡기 질환을 비롯해 폐암과 식도암, 방광암 등 각종 암 발병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아스콘 제조과정에서 발생하는 벤조피렌은 국제암연구소(IARC)에 의해 1군 발암물질로 지정돼 있다.

하지만 양구군은 주민들이 수십 년 동안 암 공포 속에 살고 있는데도 상황 파악조차 못 한 것으로 드러났다.

양구군 관계자는 폐유와 관련해 “사실확인을 위해 현장을 방문하고 회사관계자에게 조사를 위한 현장보존 필요성을 요청했지만 지키지 않았다”며 “행정명령을 위반하면 고발 등 행정처분의 조치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민들의 암 발병에 대해서는 “그동안 민원이 발생하지 않아 공기, 토양, 수질오염 등 유해성에 대한 역학조사는 없었던 것으로 안다”며 “공장 측에 발암물질 발생에 대한 자가측정을 구두로 권고했으며 지난 4일에 정식으로 공문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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