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뷰] 집은 쉼터가 아니라, '삶' 자체였다

기수정 문화팀 팀장입력 : 2020-09-08 00:00
오전 9시에 업무를 시작해 오후 6시까지 근무를 이어간다. 하루 세 건 진행되는 회의는 모두 '화상 시스템'으로 이뤄진다. 드디어 퇴근 시간이다. 요가를 한 후 가볍게 저녁 식사를 마친다. 씻고 누웠는데 시간은 아직 8시다. 보고 싶었던 영화 한 편을 보고, 가고 싶었던 여행지에 관한 영상을 시청하니 비로소 잠자리에 들 시간이다. 근무는 물론, 운동과 영화감상, 여행까지 모두 집 안에서 해결하는 하루. 바로 코로나 팬데믹이 만든 2020년 우리의 삶이다.

올해 초부터 불거진 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꺾일 줄 모른다. 확진자 수가 줄어드는가 싶더니 또다시 감염자가 속출했다. 

코로나19는 과거 발생했던 사스(SARS)나 메르스(MERS)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전 세계에 막대한 타격을 입혔다.정부는 코로나19 확산세를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 격상이라는 코로나19 억제책을 단행했다. 대면접촉과 이동을 금지하는 정부의 방침에 우리는 모두 여행과 나들이 등 외부활동을 자제해야만 했다.

과거 우리에게 무척 익숙했던 사회활동이었지만, 이제는 그 익숙함이 '괜찮을까?'를 고민하게 됐고, 친분이나 비즈니스로 얽힌 관계 속에서 이뤄졌던 숱한 약속들도 줄줄이 취소했다. 이불 밖은 정말로 위험해졌다. '사회적 동물'로 표방되던 인간은 그렇게 '고립'됐다.

팬데믹으로 번진 코로나19는 우리의 삶과 의식을 넘어 문화까지 단숨에 바꿔버렸다. 집콕생활은 곧 새로운 문화를 생산해냈다. 감염 확산 우려에 재택근무와 원격수업이 일상화되면서 집은 업무와 수업 등 사회활동 전반을 수행하는 공간으로 변화했다. 회의나 미팅 등 업무 전반에 '화상 시스템'을 활용하는 등 '비대면 디지털화' 가속화도 이뤄졌다. 

강제적인 집콕생활을 하는 우리는, 그 안에서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개척하며 답답하고 지루한 일상을 이겨내기 시작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나 재택근무‧원격수업 등으로 인해 확실히 집에서 예전보다 더 많은 것들을 하게 됐다. 영화관을 가는 대신 OTT(인터넷으로 영화, 드라마 등 각종 영상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더 이용하기에 이르렀다.

실제로 넷플릭스 유료 사용자는 2분기 기준으로 1000만명이나 늘었고, 온라인 쇼핑과 배달은 역대 최고 성장률을 기록했다. 줌(Zoom) 등 화상회의 시스템 운영 업체를 비롯해 홈트(home+training, 홈트레이닝), 보드게임 판매업체도 호황을 누렸다.

최근 온라인으로 진행한 방방콘은 한국과 미국·영국·일본·중국 등 총 107개 지역에서 75만6600여명이 관람했다. 이는 5만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오프라인 스타디움 공연의 약 15회 치에 달하는 기록이었다. 전 세계에서 진행된 유료 온라인 콘서트 중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하며 대중문화 산업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처럼 우리에게 집은 근무지이자 여행지였으며, 때론 전시관이자 공연장이었다. 우리 '삶'의 전부가 된 것이다. 

"미래의 집은 사람들이 원하는 거의 모든 것을 갖출 것이다. 집 이상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 미래학자인 토머스 프레이의 말처럼, 우리는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단순한 거주공간을 넘어, 쉼터이자 일터로 또한 각종 취미생활과 여가를 즐기는 공간으로 빠르게 진화하는 집 안에서 삶의 대부분을 살아내고 있다.

사실 집은 본래 많은 기능을 가졌고, 그 기능들을 지속적으로 수행해왔다. 하지만 집 밖에서 누구보다 치열한 삶을 살아내고 돌아온 우리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집의 기능은 '휴식공간'이었기에, 우리의 삶과 문화를 아우르는 집의 기능과 가치를 외면한 채, 그저 치열하고 고단했던 삶을 덜어낼 '쉼터'쯤으로 치부했을 뿐.

우리는 2020년, 전 세계를 뒤흔든 팬데믹으로 기록될 코로나 시대에 직면하면서 비로소 집의 가치와 집이 가진 다양한 기능들을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주거'라는 기능적인 공간으로 변질됐던 집은 코로나 팬데믹이 안긴 새로운 일상에 하나둘씩 본래 가치를 되찾아가고 있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우리에게 영감과 치유를 선사하는, 삶과 문화 전체를 감싸는 공간으로서의 소중한 가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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