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수 증권사 대출금리 인하 압박…급증하는 '빚투' 부추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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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훈 기자
입력 2020-09-03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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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융당국 압박에 신용융자 금리 낮춰…업계 "대출 증가 속도 빨라질 것"

[그래픽=아주경제]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증권사 신용융자 금리 인하 압박에 일부 증권사가 금리를 낮추기로 결정한 가운데, 신용융자를 비롯한 예탁증권담보대출 등의 증가 여부에 금융투자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 3월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증시가 급락한 이후 빠른 상승세를 보이면서 신용융자와 예탁증권담보대출 등도 빠르게 늘고 있어 금융당국이 자칫 '빚투'를 더 권유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는 오는 28일부터 다이렉트 계좌에 대한 신용융자와 예탁증권담보대출 금리를 기존 9.0%에서 8.5%로 낮추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지난달 말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과의 간담회에서 기준금리에 비해 증권사 신용융자 금리가 지나치게 높다고 지적하자 이같이 결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한국은행이 올해 기준금리를 0.75% 포인트 인하하는 동안 신용융자 금리를 전혀 변동시키지 않은 증권사들이 있다고 한다"며 "이를 두고 개인투자자들이 불투명성과 비합리성을 지적하며 개선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미래에셋대우뿐만 아니라 다른 증권사들도 신용융자 금리 인하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공매도의 한시적 금지 조치 연장을 비롯해 금리 인하까지 정부가 개인투자자들의 여론을 의식해 주식시장 활성화에 주력하는 모습"이라며 "사실상 증권사에 신용융자 금리를 내리라고 압박한 셈이라 상당수 증권사들이 인하 검토에 나서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금리 인하로 대출 증가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 3월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증시가 급락하자 개인투자자들이 '저가 매수'에 나서면서 대출이 급격하게 늘었는데, 금리를 낮출 경우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가 더 많아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증권사들의 대출 금리가 은행보다 비싸다고 해서 투자자들이 대출을 안 받는 것도 아닌데 내리면 어떻게 되겠나"며 "속도가 빠르진 않겠지만 지금보다 더 늘어나 금융당국이 자칫 빚투를 부추기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현재 신용융자 잔고는 16조2151억원으로 지난해 말 9조2133억원보다 76.0% 증가했다.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예탁증권담보대출의 경우 17조원대로 지난해 말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지난 3~5월 15조원대로 줄었던 점을 감안하면 최근 들어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빚을 내서 투자하려는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면서 대출을 중단하는 증권사도 늘고 있다. 실제 신한금융투자는 지난 1일 홈페이지를 통해 신용융자와 예탁증권담보대출 중단을 공지하고 이날부터 예탁증권담보대출 먼저 중단했다.

이에 앞서 지난 6월과 7월 미래에셋대우와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등도 관련 대출을 일시 중단한 바 있다.

자본시장법에 따라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인 대형 증권사의 경우 신용공여 한도가 자기자본의 200% 이내로 제한되는데, 빚을 내 주식투자에 나서는 투자자들이 급격히 늘면서 신용공여 한도를 소진하는 상황에 처하자 대출을 일시 중단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신용융자 금리는 투자자가 무분별하게 레버리지를 일으키는 것을 어느 정도 막는 자정작용 역할을 하는 측면도 있는데 기준금리나 타 업권의 금리보다 높다는 것에만 이목이 집중돼 있는 것 같다"며 "대출 급증에 따른 위험도 고려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사진=금융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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