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도 '가족'도 외면?...여가부 폐지 찬반론 활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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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요 기자
입력 2020-08-26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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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성관계는 재밌다"고 묘사한 성교육 도서를 초등학교에 배포해 논란을 일으킨 여성가족부(여가부)를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재점화되고 있다.

여가부 폐지론은 지난 2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여가부가 배포한 동성애를 조장하고 성관계를 외설적으로 묘사하는 동화책을 전량 수거 및 배포금지해 달라'는 청원이 올라오면서 다시금 불붙었다.

논란의 성교육 도서는 여가부의 '나다움 어린이책' 사업의 일환으로 배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나다움 어린이책 사업은 성별 고정관념과 편견에서 벗어난 성교육을 하는 게 목적이다. 올해는 초등학교 교사들과 아동작가 등 전문가 그룹이 선정한 책 134종이 일부 초등학교에 배포됐다.

청원인이 지목한 '아이는 어떻게 태어날까'라는 책에는 남성과 여성의 성관계가 상세하게 묘사돼 있다. "아빠의 XX를 엄마의 X에 집어넣고 싶어져, 재미있거든"이라고 표현돼 있다.

또 동성애와 관련한 '우리 가족 인권선언' 책에는 "아주 비슷한 사람들이 사랑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남자 둘이나 여자 둘"이라는 묘사가 등장한다.

청원인은 해당 도서가 지나치게 노골적이고 선정적으로 성관계를 묘사하고 있고, 성 가치관이 형성되지 않은 아이들에게 동성애를 미화·조장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해당 청원글은 이날 현재 4만 명에 가까운 동의를 얻었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지나치게 노골적인 표현이 불쾌하다는 의견과 성교육의 양성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충돌하며 잠자고 있던 여가부 폐지 찬반 토론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여가부 '구설(口舌)'의 역사
 

[사진=한국청소년정책연대]


여가부의 설립 목적은 '여성정책의 기획 종합 및 여성의 권익 증진', '청소년의 육성 복지 및 보호', '가족과 다문화 가족정책의 수립 조정 지원', '여성 아동 청소년에 대한 폭력 피해 예방 및 보호' 등이다.

1988년 정무장관실 소속으로 시작한 여가부는 1998년 대통령 직속 여성특별위원회, 2001년 여성부 등을 거쳐 지금의 '여성가족부'가 되기까지 숱한 구설에 휘말리며 폐지론이 일었다. 

여가부는 지난 2006년 "남성들이 성매매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 송년 모임 회식비를 준다"고 발표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청소년 검열 논란과 인권침해 관련 위헌 가능성이 일었던 일명 '셧다운제'도 여가부 주도로 제정됐다. 

지난해에는 아이돌 그룹 출연자들의 외모가 다양하지 못하다며 비슷한 외모의 출연자가 과도한 비율로 출연하지 않도록 하라는 '성평등 방송 프로그램 제작 안내서'를 배포해 논란이 일었다.

가장 최근에는 페미니스트를 자처한 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성추행 고소를 당한 뒤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에서 피해자를 '고소인', '피해 고소인'으로 표현해 '2차 가해를 가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지난달 국회 국민 동의 청원에는 '여가부를 폐지하라'는 내용의 청원글이 게재돼 나흘 만에 10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기도 했다.
 
"여가부 제 역할 했다" 옹호론도
 

[사진=트위터]


여가부는 2008년 아버지의 성과 본을 따라야만 하는 가부장적 제도의 상징이었던 '호주제 폐지'를 이끌어내 호평을 받았다. 여가부는 성폭력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거주지 주변 성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성범죄자 알림e' 웹사이트도 운영하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 대한 지원도 이어가고 있다.

이번에 논란이 된 성교육 도서를 둘러싼 옹호론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일부 누리꾼은 순결을 강요하는 우리나라의 유교적인 성교육 문화가 문제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대표적인 페미니스트 운동가 은하선 작가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담푸스 출판사의 '아기는 어떻게 태어날까?' 한국어판 책을 두고 청와대 국민청원이 진행 중이다. 이 책을 배포한 여가부를 폐지해 달란다. '성인이 보기에도 끔찍할 만큼 성기와 성관계가 여과 없이 표현돼 있고 동성애가 지극히 정상적으로 표현돼 있어서' 문제라고?" 반문하며 논란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일부 누리꾼은 "아이들의 눈을 가리면 야한 동영상을 안 보고 살 것 같나. 순결 교육만 열심히 하는 수준일 뿐"(p********), "지극히 자연스럽고 올바른 사실은 얘기한 좋은 책인데요"(V******),"이 책 원서 본 적 있습니다. 구매해 아이에게 읽혀야겠다"(P****), "엄마, 아빠가 눈을 마주치면 두루미가 아기 바구니를 물어다 준다고 써야 했나 봅니다"(N*****) 등의 의견을 냈다.

한 누리꾼은 "성교육을 야한 동영상(성착취물)으로 배운 사람은 제대로 된 성 가치관을 확립하기 어렵다. 감추는데 급급한 성교육이 N번방 등 왜곡된 성관념을 낳는데 일조했다고 본다. 모든 아이들이 책이 설명한 방법에 따라 세상에 나왔다. 무엇이 문제인가?"라고 했다.

여성운동가 출신인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전날(25일)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논란이 된 여가부의 '나다움 어린이책'들은)기본 내용들에 대해선 사실 평이 좋은 책들"이라며 "서구권 국가에서도 상을 받거나 추천을 많이 받았다"고 밝혔다.

권 의원은 "가족의 다양성, 차별하지 않는 마음을 좀 더 키워보려고 한 요소가 있다"며 "너무 단선적으로 평가할 수는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해당 책이 7권이라 하는데 학생들이 볼 수 있도록 비치돼있는 게 아니라 교사나 사서가 별도 관리하도록 돼있다고 한다"며 "학교와 책의 비치 현황을 상세하고 파악하고 필요한 부분들을 신속히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다"고 중립적인 입장을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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