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종 칼럼] 美대선과 미디어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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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종 숙명여대 국제관계대학원 교수
입력 2020-08-2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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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종 숙명여대 국제관계대학원 교수 ]


지난 주 열린 미국 민주당의 전당 대회에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대통령으로 지명되었고 이제 공화당도 곧 트럼프 대통령을 지명할 예정이다. 11월 초 대선에서 이 둘 중 한 사람이 승리하면 향후 4년간 미국을 이끌어 가게 된다. 미국인 뿐 아니라 전 세계인이 초강대국 미국의 대선 결과를 예의 주시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번 미국 대선은 수많은 변수들이 복병처럼 자리 잡고 있어 불확실성이 그 어떤 때보다 크다. 누가 이길까 하는 의문도 크지만 과연 팬데믹의 와중에서 선거가 무난하게 치러질까 하는 의구심도 상당하다. 경제 위기 및 인종 갈등으로 미국 사회에 불안감이 최고도에 달한 가운데 각종 언론 매체가 쏟아내는 수많은 진실, 혹은 거짓 정보들로 인해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 있다.

최근의 여론 조사에 따르면 바이던 후보가 약간 앞서는 것으로 나오지만 그 격차가 줄어든다는 조사 결과도 속속 나오고 있다. 4년전 선거에서 힐러리 클린튼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상당히 앞섰지만 결과적으로 트럼프가 당선된 것으로 보면 알 수 없는 일이다. 4년 전처럼 트럼프를 내심 지지하지만 여론 조사에서 속내를 드러내지 않았던 샤이 트럼프가 여전히 많이 존재한다면 여론 조사 결과는 믿을 수 없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향 후 코로나 바이러스의 향방, 그리고 이에 따른 경제 회복 여부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측한다.

또 한 가지 큰 변수는 현재 미국에서 큰 논란이 되고 있는 우편 투표이다.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많은 미국인들이 우편 투표를 계획하고 있는데 조사에 의하면 이들 중 많은 숫자가 민주당의 바이던을 선호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 바이러스의 위험을 과소평가하고 마스크 착용 등 방역 수칙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고 그 지지자들도 비슷한 성향을 보이는 반면 민주당 지지자들은 좀 더 방역 수칙을 준수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우편 투표가 많아지면 바이든 후보가 더 유리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암암리에 우편 투표를 폄하하고 있다. 부정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특히 미국의 우정국의 과중한 업무 부담을 들어 우편 투표의 부작용과 위험성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자신의 측근인 우정국 최고 책임자 역시 우편 투표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거들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논란 속에서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이 어렵다고 판단될 때 선거 과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소송을 하게 되면 대법원이 개입하게 되고 결과는 오랫동안 알 수 없는 미궁에 빠지게 된다. 실제로 2000년 대선에서 조지 부시 대통령은 알 고어 후보보다 미국 전체 유권자 득표에서는 뒤졌지만 논란 많은 대법원의 판단에 따라 당선이 확정된 바 있다.
문제는 대선 관련 이러한 논란과 갈등이 언론 매체를 통해 더욱 증폭된다는 점이다. 현재 미국 언론은 한국처럼 극단적으로 좌우로 분열되어 있는 상황이다. 뉴욕타임즈, 워싱턴포스트, CNN 등 전통적 유력 매체들은 반트럼프 진영에 있고 폭스뉴스, OAN, 내셔널 리뷰, 위클리 스탠다드 등 신생에 가까운 매체들은 트럼프를 지지하는 쪽에 있다. 브라이트바트 등 많은 인터넷 기반 매체들도 공화당을 지지하는 우파 세력이다. 여기에다 트럼프 대통령은 본인이 직접 트위터를 통해 지지자들과 소통하고 있어 힘을 얻고 있다. 7000만명이 넘는 팔로워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보내는 트윗을 실시간으로 접하며 그의 정치적 자산으로 활용되고 있다.

인터넷 기반 매체나 소셜 미디어의 경우는 전통적 매체보다 신뢰성을 담보 할 수 없기 때문에 많은 음모론의 온상이 되는 것이 문제다. 특히 큐아논(Qanon)이라는 극우 음모론 추종집단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정치 관련 많은 음모를 유포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 민주당이 아동 성착취에 관련되었다는 근거없는 소문을 퍼뜨린 바 있다. 우편 투표에 대한 의혹이나 코로나 바이러스 관련 각종 거짓 정보도 이러한 매체들을 통해 유포되고 확산되고 있어 미국 사회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에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대형 소셜 미디어 플랫폼들은 나름대로 대처하려고 하나 역부족이다. 특히 페이스북은 자신의 싸이트에 난무하는 혐오 발언 등을 단속하는데 소극적이어서 비난을 받고 있고 이는 광고주들의 보이코트로 연결되고 있다. 백인 경찰의 가혹행위로 사망한 흑인 조지 플로이드로 인해 야기된 데모 사태 때 트럼프 대통령의 “약탈이 시작되면 총격이 시작된다”는 섬뜩한 발언을 여과없이 내 보내 공격을 받았다. 트위터가 발빠르게 이를 단속한 것과는 비교되어 더욱 수세에 몰렸다. 마크 저커버그 창업자는 표현의 자유를 들어 페이스북 입장을 옹호하고 있으나 비난을 피할 수는 없었다.

미국에서 정치인은 미디어를 잘 활용하는 것이 항상 중요했다.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은 그 당시 신 미디어인 라디오를 효과적으로 이용해 대중의 지지를 얻었고 케네디 대통령은 TV 토론에서 닉슨 후보를 압도해서 선거에 이겼다. 오바마와 트럼프 대통령도 선거에서 소셜 미디어의 덕을 많이 보았다. 이번 미국 선거에서도 미디어는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미디어, 특히 소셜 미디어가 많이 발달한 한국으로서는 관심을 갖고 지켜볼 일이다. 이념적으로 사회와 언론이 극심하게 분열되는 것이 양국이 비슷하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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