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치민일본인학교의 온라인 수업은 교사들이 수기입력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다시보기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
베트남의 호치민일본인학교가 신종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 수업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일본 내 공립학교에서는 거의 도입되지 못했던 온라인 수업을 동남아시아에 있는 재외(在外)일본인학교 중에서도 가장 빨리 도입해, 지금도 보완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여전히 엄중한 코로나 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학교측의 신속한 결단과 민간기업의 적절한 지원이 어울어져 아이들의 소중한 교육기회를 지켜낼 수 있었다.
호치민일본인학교가 코로나 사태에 대한 대응책으로 온라인 수업을 도입, 원만하게 운영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신종 코로나 감염 확산에 따라 휴교조치가 세계적으로 실시된 지난 4월, 일본 내 많은 학교들은 신학년 개학 시기를 연기했으나, 호치민일본인학교는 예년대로 4월 14일에 개학, 약 600명의 학생들을 위한 온라인 수업을 개시했다. 한 학기를 차질없이 마치고, 기간단축 없이 여름방학에 들어갔다.
다만 코로나 사태 이전까지만해도 호치민일본인학교는 학교 운영에 디지털을 도입하는데 오히려 타 학교에 뒤쳐져 있었다. 학생들에게 컴퓨터를 지급하거나 비상연락 수단으로 무료전화 어플리케이션을 도입하는 재외일본인학교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 속에서, 호치민일본인학교의 비상연락 수단은 '전화연락망'이 유일했다.
■ 고조되는 불안
베트남의 휴교조치는 테트(베트남 구정)가 끝난 2월 3일부터 시작됐다. 일본 정부의 휴교요청보다 거의 1개월 빨리 시행됐다. 호치민일본인학교는 당시 전화연락망으로 학생들에게 숙제를 공지했다.
예정된 휴교기간은 2주일. 당시는 모두 수업이 금방 재개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코로나 확산세가 이어지자 휴교는 계속 이어졌다. 교사들은 직접 가정을 방문하는 등 출장수업도 실시했으나, 3월이 되자, "숙제만 내주는 수업으로만으로 괜찮냐"는 학부모들의 불안한 목소리가 학교에 전해지기 시작했다.
■ 일단 해보는 수밖에
호치민일본인학교의 후지오 하루히토(藤尾治仁) 교장선생님은 학부모들의 의견을 청취하면서 동시에 온라인 수업에 대해 스스로 정보수집에 나섰다. 구글이 무료로 제공하는 학교용 학습관리 어플리케이션 '구글 클래스룸'을 각 가정과 연결하기 위해 도입했으며, 3월 중순, 드디어 온라인 수업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학교 내에 DX에 대한 지식이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교사들로부터는 "교실과 같은 수준의 수업을 진행하기는 어렵다", "준비기간이 필요하다"는 등의 의견이 쇄도했다. 그러나 휴교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불투명한 가운데, 후지오 교장은 "일단 해보는 수밖에 없다"며 새학기 시작과 동시에 온라인 수업을 실시한다고 선언했다.

[온라인 수업을 추진한 후지오 교장(왼쪽). 학생들에게 소중한 수업기회를 차질없이 제고할 수 있었던 데에는 "많은 분들이 지원해 준 결과"라고 강조하면서, 진심으로 사의를 표명했다. =호치민일본인학교]
■ 2주만에 도입부터 완성까지
교원들의 운영체제에도 차질이 발생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방지 대책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베트남 당국의 입국규제로 부임예정이던 교원이 베트남에 입국할 수 없게 된 것. 후지오 교장은 교원들의 입국을 위해 베트남 당국과 조율을 이어가면서 동시에 온라인 수업을 실시하기로 방침을 굳혔다.
온라인 수업을 구체화하는 작업은 베트남을 중심으로 온라인 교육사업을 실시하고 있는 마나비(Manabie)에 의뢰했다. 학원사업과 온라인 수업 구축을 담당하는 오가와 슌다이(小河峻大) 매니저가 담당자로 지정돼 학교측과 첫 협의를 시작한 시기가 3월 말. 개학 예정일 2주 전이었다.
준비기간이 너무 짧았지만, 오가와 매니저는 "개학 때까지 구축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온라인 수업에서 중요한 것은 "디지털 지식이 아니라 방향성과 '반드시 실시한다'는 강한 의지"(오가와 매니저)이기 때문이다. 학교측은 방향성과 의지 모두 확고했다.
방향성이란 ◇사전에 녹화한 수업을 구글 클래스로 배포한다. ◇조회와 종례는 화상회의 앱 'Zoom(줌)'을 활용한다는 것. 양방향 온라인 수업에 대한 요구가 컸지만, 형제자매간 수업시간이 중복되면 대응이 어렵고, 인터넷 환경도 불안정하기 때문에 녹화배포가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후지오 교장은 호치민 시내의 다른 외국인학교의 온라인 배포수업도 모두 점검한 결과, 일본인학교의 교원들은 훨씬 수준 높은 온라인 컨텐츠를 제작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오가와 매니저는 동영상 촬영과 편집, 배포 준비, Zoom 사용법 등을 교원들에게 12회에 걸쳐 교육했다. 일본의 부임예정 교원들도 Zoom을 통해 교육에 참가했다. 교육시간 이외에도 LINE을 통해 상시적으로 교사들의 상담을 받았다. 교원들은 "컨텐츠를 만드는데 정말 많은 노력을 했다"(후지오 교장)고 한다.
베트남의 휴교조치는 5월 초 해제돼, 일본인학교도 5월 중순부터 단계적으로 등교를 재개했다. 교원 49명 중 21명이 아직 부임하지 못한 상태라 온라인 수업은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4월에는 전화연락망 대신 비상연락을 위한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도 시범도입했다. 도입한 앱을 통해 비상연락 이외에도 행사공지, 출석관리 등을 할 수 있다.
■ 대면수업도 중요
학생들은 온라인을 통한 수업에도 학습능력은 예년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대면수업의 장점도 부각됐다. 우선 질문에 대한 대응이다. Zoom을 통한 질문에는 회선상황에 따라 신속하게 대응할 수 없었다. 아이들의 반응도 느낄 수 없다. 아울러 미술이나 체육 등 실기과목은 온라인을 통해서는 지도와 평가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들은 온라인 수업만으로는 학습능력을 제고하는데 어려움이 따른다. 그래서 휴교중에는 학부모의 협력 하에 통학버스로 주 1회 숙제배포와 회수를 실시해 부족한 부분을 보충했다.
2학기에는 부임하지 못한 교원들의 베트남 입국이 실현될 전망이지만, 온라인 수업은 중단하지 않을 방침이다. 호치민일본인학교는 학생들에게 태블릿을 배포하는 등 앞으로도 온라인 수업을 병행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코로나 사태의 향방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앞으로도 갑자기 휴교지시가 내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나, 1학기 경험을 통해 갑자기 휴교조치가 내려져도, "학생들의 학습기회는 유지할 수 있다"며 후지오 교장은 자신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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