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 스페셜 칼럼] 글로벌 리쇼어링 전쟁, 한국의 전략은?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 입력 : 2020-08-18 13:37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
 



영원한 것은 없다. '세계의 공장'이라고 불리던 중국은 더는 그런 수식어가 어울리지 않게 되었다. 영국이 한때 세계를 호령하던 때가 있었고, 일본이 또한 그런 때가 있지 않았는가? 패권은 움직이는 것이다. 달라지는 환경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함정에 빠지는 법이다.

리쇼어링 전쟁과 탈세계화의 진전

2010년대 신보호무역주의가 등장하고, 자국 우선주의를 외치는 열강들은 해외에 나가 있는 기업들을 본국으로 회귀시키려 경쟁해 왔다. 더욱이 코로나19는 글로벌 분업구조를 붕괴시키고, 각국은 앞다퉈 리쇼어링 정책을 내놓고 있다. 글로벌 리쇼어링 전쟁이 시작됐다.

리쇼어링은 탈세계화(De-globalization)를 진전시키고 있다. 세계 해외직접투자가 감소하는 추세다. 해외직접투자 유입액(Foreign Direct Investment Inflow)이 2015년 2조 달러 이상의 고점을 기록한 이후 추세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UNCTAD는 해외직접투자 유입액이 2020년과 2021년 1조 달러 이하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해외직접투자(FDI Inflow) 추이 및 전망
 

 


주요국들의 리쇼어링 정책

프랑스는 의약품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해 30여종 의약품의 국내생산을 검토하고 있고, 첫째 사례로 '파라세타몰' 생산을 리쇼어링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프랑스는 이미 2013년부터 리쇼어링을 촉진하기 위해 진단 프로그램(콜베르 2.0)을 개발했고, ‘MIF(made in France)’라는 국가 브랜드를 활용해 전시회를 기획하고 수백개 기업들이 참여하게 했다. 르노 자동차, 미슐랭 타이어 등 최근 4년간 40여개 기업이 리쇼어링했다.

리쇼어링 정책에선 미국을 빼놓을 수 없다. 2010년 법인세율을 38%에서 28%로 인하했고, 리쇼어링 기업들의 공장 이전 비용의 20%를 보조했다. 트럼프 행정부 들어서 법인세율을 21%대로 추가 인하했고, 전략산업에 대해 시설 지원과 원자재 수입 관세 인하 등의 적극적인 행보를 해왔다. AT 키어니(Kearney)의 리쇼어링 지수는 2011년을 제외하면 마이너스 수준을 줄곧 유지하다가 2019년 98포인트를 기록했다.


미국 리쇼어링 지수 추이
 

 



미국은 중국에 대한 GVC(Global Value Chain) 의존도를 줄이고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해 나갈 전략이다. 이를 위해 미국 본국으로 회귀하는 리쇼어링뿐만 아니라 인접국가로 선회해 생산라인을 분산하는 니어쇼어링(Near-shoring)도 유도하고 있다. 금융 인센티브를 지원하고 250억 달러 규모의 리쇼어링 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미국 상원은 ‘CHIPS for America Act’를 추진, 반도체의 자국 생산을 위해 공장 건설과 연구개발(R&D) 지원 및 세액공제 등 220억 달러 지원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유럽 주요국들과 일본 등 선진국 정부들은 해외 현지법인을 자국으로 유도하고 있다. 세금 감면 등 지원책을 통해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유턴을 유도해 왔다. 2020년 상반기에 중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 87개사가 보조금을 받고 리쇼어링 혹은 니어쇼어링을 추진했다. 약 700억엔에 달하는 보조금이 생산거점을 다양화해서 공급사슬을 안정화하는 데 사용되었다.

한편, 중국은 제조기지를 지키려 노력하고 있다. 2017년 발표한 '중국제조 2025'는 대표적인 대응책이다. 중국제조 2025는 로봇, 통신장비, 반도체, 의료·바이오 등 첨단 제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할 계획을 담았다. 코로나19 이후에는 이 정책의 일환으로 의료장비 생산업체에 대규모 보조금이 투입되었고, 세계는 마스크 수요의 절반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는 등 중국은 시장 지배력을 놓지 않으려 하고 있다. 철저하게 완화된 규제환경을 허용하고, 공장부지를 지원하며, 내수 조달을 압박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 어떠한가? 2020년 하반기부터 가장 중요한 경제 이슈는 ‘리쇼어링 전쟁’이다. 세계 각국은 기업들을 본국으로 회귀시키기 위한 정책에 총력을 다할 것이다. 정책과 정책의 싸움이 될 것이다. 기업들은 지속적으로 해외로 나가고 있다. 한국의 해외 직접투자는 2012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한국의 해외 신규법인 설립 개수는 2012년 2788개에서 2019년 3953개로 증가했고, 투자금액은 2012년 296억 달러에서 2019년 약 619억 달러로 확대되었다.



한국의 해외직접투자 추이
 

 



리쇼어링 전쟁, 한국은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리쇼어링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되었지만, 현실적인 유인책은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U턴기업 지원정책을 통해 세제·자금·인력 등의 보조를 해주고 지원 대상의 문턱을 완화하고 있지만, 기업들에 해외 사업장을 철수할 만큼 매력적이지 못하다. 어떻게 리쇼어링 전쟁에서 이길 수 있을까? 오프쇼어링 기업들이 왜 오프쇼어링했는지를 알아야 한다. 즉, 무엇이 유인이 되어서 오프쇼어링했는지를 정밀히 파악하고, 각각의 구분에 맞게 세분화된 정책을 제공해야 한다.

먼저, 노동력을 이유로 해외에 나간 기업들은 리쇼어링 정책 대상이 아니다. 저렴한 인건비 때문에 나간 노동집약적 산업에는 규제 완화나 세제 지원을 해도 유인책이 안 된다. 10분의1도 안 되는 저렴한 인건비를 한국에서 어떻게 보조할 것인가? 리쇼어링 정책의 대상에서 과감하게 제외할 수 있다. 물론 장기적으로 제조의 스마트화를 이루어 점진적으로 리쇼어링을 이끄는 구상이 필요하겠다.

둘째, 니어쇼어링이 대안일 수 있다. 기업들이 현지법인을 두고 있는 이유가 노동력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바로 시장과 가까이 있어서다. 의료·위생용품과 같이 안보 면에서 중요하거나 주력산업의 원자재 등과 같이 국가 경제적으로 중대한 산업들은 GVC가 붕괴되는 과정에서도 안정적인 수급이 지속될 수 있도록 공급사슬 구조를 안정화해야 한다. 인접국으로 니어쇼어링할 수 있도록 하는 현실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

셋째, 리쇼어링이 가능한 산업을 선별해 지원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완화된 규제환경과 기술교류 등을 이유로 오프쇼어링한 고부가가치 산업이 주요 대상이 될 것이다. 경제자유구역·자유무역지역·규제프리존과 같은 정책수단이 있고, 규제샌드박스나 규제자유특구 등의 장치를 활용해야 한다. 해외 현지법인이나 해외 주요 기업들이 오고자 하는 한국만 할 수 있는 특화된 유인책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5G 선도국가이고 디지털 뉴딜의 핵심 중 하나가 5G 인프라 보급인 만큼 5G 인프라를 활용해 R&D, 시범 운용, 서비스 개발을 시도하는 산업군이 집적될 수 있는 요충지를 마련하는 것은 어떠한가?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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