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멀라 해리스의 모든 것] ②"생선처럼 내장까지 발라버릴 부통령 후보"...첫날부터 트럼프 정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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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입력 2020-08-13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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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번 유리천장 꿰뚫은 유색인종·여성 후보...美 첫 '흑인·아시아계·여성' 부통령?

  • 美 본격 대선모드 돌입...경계심 높인 '팀 트럼프' vs 첫날부터 맹공 '팀 바이든'

"모든 후보들의 공세에 준비됐다고 생각했지만, 해리스의 공세에는 속수무책이었습니다. 해리스에게 배를 세게 얻어 맞은 기분이었다니까요."

최근 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이 지난해 6월 민주당 대통령 후보자들의 첫 TV토론회를 회고하며 했던 말이다.

당시 토론회에서 카멀라 해리스 미국 상원의원은 유력 후보였던 바이든의 약점을 맹공격해 유권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바이든이 1970년대 초 인종차별주의 성향의 공화당 의원들과 함께 '버싱(Busing)' 정책을 반대했던 이유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 것. 버싱 정책이란 인종 간 분리장벽을 철폐하기 위해 스쿨버스로 유색인종 학생들을 백인 학군으로 실어나르던 정책을 말한다.

해리스는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자신을 떠올리며 "그 소녀가 바로 저였다고요!"라며 울먹였고 결국 바이든의 입에서 "인종차별에 반대한다"는 확언을 끄집어냈다. 미국 언론은 일제히 1차 토론회에서 해리스의 판정승을 선언했다. '흑인 유권자의 희망'으로 불리며 유력한 민주당 대선 주자였던 바이든은 이후 의외의 '인종차별' 문제로 긴 곤욕을 치뤘다. 대학 졸업 무도회에서의 '블랙페이스' 사진까지 드러나며 경선 낙마 위기까지 빠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바이든은 지난 11일(현지시간) 해리스가 부통령 자리에 '최적임자'라며 러닝 메이트로 지명하기에 이른다. 여성, 흑인, 아시아계, 진보 표심에 모두 호소할 수 있는 비장의 카드로 해리스만한 카드가 없다는 평가다. 해리스 역시 선뜻 이를 수락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렇게나 무례하게 굴던 사람을 뽑기는 힘든 일"이라며 바이든의 '관대한 결정'을 비꼬며 해리스에 경계감을 드러냈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상원의원의 어린시절 모습.[사진=AP·연합뉴스]

 
"생선처럼 내장까지 발라버릴 후보 원했다"...출생·이력부터 트럼프 맞춤 직격탄

바이든의 해리스 낙점은 해리스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강력한 한 수'가 될 수 있다는 전략적 판단이 담겨있다. 해리스의 이름이 적힌 바이든의 노트는 진작 언론에 공개된 터다. 일찌감치 해리스를 유력 부통령 후보로 지켜보고 있었다는 의미다. 

로이터는 해리스 의원을 두고 "트럼프를 향한 공격에 적합한 파트너"라고 평가했고,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역시 "일반적으로 부통령 후보는 중요하지 않지만, 해리스는 중대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몇 달 동안 트럼프의 자멸을 지켜보기만 했던 바이든이 이제는 새롭고 강력한 공격 카드를 얻었다는 것이다.

실제 민주당 한 인사는 폴리티코에 "바이든은 밝은 조명이 비추는 큰 무대에서 누군가를 생선처럼 내장까지 발라버릴 수 있는 부통령 후보를 원했다"면서 해리스의 '싸움꾼' 면모를 강조하기도 했다. 

많은 언론은 올해 대선 과정에서 해리스가 트럼프를 정면 조준한 '저격수'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해리스의 출생과 이력은 모든 측면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1964년 이민 1세대 인도 출신 의학자인 어머니와 자메이카 출신 경제학자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해리스의 삶은 금수저를 물고 백인 남성으로 태어난 트럼프와 달리 유색인종 여성으로서 유리천장을 부수는 과정의 연속이었다.

이 때문에 해리스가 고령과 백인이라는 바이든의 단점을 보완하며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 기반인 유색인종과 여성층을 다지기에 유리하다는 지적이다. 백인과 남성을 겨냥한 유세 행보를 이어가는 트럼프로서는 부담감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검사 출신으로서 '송곳 질의'와 토론에 능한 해리스 의원은 이미 '트럼프 저격수'로서 충분한 검증을 마쳤다는 평가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도 간접적이나마 호되게 당한 바 있다. 지난 2018년 트럼프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추천해 지명된 극우 성향의 브랫 캐버노 미국 연방대법관 후보자 청문회에서 카멀라는 그의 성폭행 의혹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며 낙마 직전까지 몰아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조차 "끔찍하다"고 평가한 당시 청문회는 초선 상원의원으로 이제 막 1년의 임기를 보낸 카멀라가 일약 전국구 스타 정치인으로 떠오르는 계기가 됐다. 

아울러 법률 전문가라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불리할 경우 법률을 유리하게 이용하기 위해 실력 행사도 서슴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를 가로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11월 선거 국면에서 가능성이 제기되는 우편투표 무효화와 같은 트럼프의 '뒤집기' 전략을 사전에 차단하고 향후 백악관에 입성할 경우 트럼프 정권 정리 과정에서 발견할 수 있는 법적 문제 처리에도 적합하다는 평가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민주당 부통령 후보.[사진=로이터·연합뉴스]

 
경계심 높인 '팀 트럼프' vs 첫날부터 맹공 '팀 바이든'

해리스 부통령 후보의 등자에 '팀 트럼프'는 공세를 강화하며 경계심을 높인 상태다.

11일 트럼프 대통령은 카멀라에 대해 "내가 '가장 선호하는(number one)' 선택지"라면서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지만,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바이든과 카멀라가 집권할 경우 미국은 망할 것"이라는 공포 마케팅을 이어갔다. 

특히 트럼프 선거캠프 측은 '급진 좌파', '사회주의자', '가짜(phony) 카멀라'와 같은 원색적인 정치 프레임을 뒤집어 씌운 홍보 동영상을 공개하며 해리스 의원을 향한 공세를 강화했다. 

'팀 바이든'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12일 미국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한 체육관에 동반 출격한 바이든과 카멀라는 데뷔 자리에서부터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강력한 공세를 퍼부었다. 

마스크를 쓰고 등장한 두 사람은 코로나19 사태를 보여주는 '청중 없는 연설'을 진행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부실 대처와 지도력 부재를 정조준했다.

바이든은 "미국을 재건할 시점"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안팎으로 만들어 놓은 엉망인 상태를 고치겠다"고 강조했다. 전날 해리스 의원을 비난한 트럼프를 향해서는 "징징대는 것은 트럼프가 미국 역사상 어떤 대통령보다 잘하는 것"이라고 조롱했다. 

뒤이어 연단에 선 해리스는 "우리는 인종차별주의와 체계적 불평등에 대한 도덕적 심판을 경험하고 있다"면서 "경제, 건강, 아이들 등 우리가 걱정하는 모든 것이 위태로운 지금 새 리더십이 필요하다"면서 지지를 호소했다.
 
이어 "코로나19가 다른 국가보다 미국을 더 심하게 강타한 데는 트럼프가 처음부터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라면서 "트럼프가 바이러스는 그냥 '기적처럼' 훅 사라져버릴 것이라며 폭스뉴스에서 본 기적의 치료법을 밀어붙인 결과, 다른 나라들이 경제를 재개할 동안 미국은 다시 봉쇄에 들어가야 했다"고 맹공을 펼쳤다.

이날 연설에 대해 AP는 "청중은 없었지만, 역사가 넘쳐났다"고 호평했고 뉴욕타임스는(NYT)는 "이들은 미국의 코로나19와 인종차별 문제 해결의 적임자를 자처하며, 앞으로 트럼프와 싸우기 위한 메시지의 첫 신호를 보냈다"고 풀이했다.
 

12일(현지시간) 미국 델라웨어주에서 합동연설에 나선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와 카멀라 해리스 미국 민주당 부통령 후보.[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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