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재건 순항](르포) HMM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건조현장...‘친환경·고효율’ 챙긴 알짜 선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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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경남)=석유선 기자
입력 2020-08-12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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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HMM 상트페테르부르크’호 막바지 작업 한창

  • 스크러버 3대 설치해 IMO 환경규제 대응...유럽항로 운항비 15% 개선해 효율성↑

태풍 ‘장미’의 영향으로 게릴라성 호우가 내린 11일 오후 경남 거제시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빗속을 뚫고 마주한 배는 세계 최대 2만4000TEU급 컨테이너 12호선 ‘HMM 상트페테르부르크’호. 외관은 카메라 앵글에 한번에 다 담기지 않을 정도로 웅장했다.

선체에 진입하니 후끈한 열기가 가득했다. 일주일 뒤 시운전을 앞둔 터라, 삼성중공업 근로자들은 미로 같은 배 곳곳에서 분주하게 막바지 작업에 매진하고 있었다. 공정률 95%를 넘긴 상황에서 내뿜는 그들의 뜨거운 열정 탓인지 투명보안경이 김서림으로 뿌옇게 변해 시야 확보가 쉽지 않았다.
 
‘축구장 4배’ 크기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친환경 스크러버’ 3대나 갖춰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막바지 건조가 이뤄지고 있는 ‘HMM 상트페테르부르크호’ 선미 모습 [사진=HMM 제공]


‘HMM 상트페테르부르크’호는 HMM이 정부의 해운재건 5개년 계획에 따라 발주한 12척의 2만4000TEU(이하 24K)급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중 마지막 인도를 앞둔 배다. 다음 달 명명식을 거쳐 유럽 항로에 본격 투입될 예정이다.

HMM의 24K 컨테이너선은 말 그대로 ‘세계 최대’ 규모의 선박이다. 선박의 길이는 약 400m, 폭은 61m, 높이는 33.2m에 달한다. 갑판의 넓이는 축구장의 4개 이상이다. 배를 바로 세우면 에펠탑보다 100미터가 더 높은 약 400미터에 달한다. 비옷을 걸친 터라 발걸음이 더뎠지만, 선미((船尾 : 배의 뒷부분) 갑판에서 선수(船首 : 배의 앞부분)와 가까운 거주구(조타실·선실 등이 있는 데크하우스)까지 이동하는 데만 10분 가까이 걸렸다. 거주구의 높이만 아파트 15층으로 좁은 계단을 타고 오르내린 뒤에는 종아리가 뻐근해졌다.
 

‘HMM 상트페테르부르크’호 내부에 설치된 대형 스크러버. 1대당 높이가 20미터(아파트 8층)에 달한다. IMO 환경규제에 필수적인 탈황설비다. 이 배에는 총 3대의 스크러버가 설치돼 있다.[사진=HMM 제공]



덩치만 큰 배인가 싶지만, 친환경성과 고효율성을 갖춘 최첨단 ‘알짜 선박’이 바로 24K 컨테이너선이다. 핵심은 탈황설비인 ‘스크러버’다. 스크러버는 엔진이 연소하면서 발생하는 배기가스 내 황산화물(SOx)을 제거해 배출하는 장치다. 기관실에서 수십미터 철재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마주한 스크러버는 거대한 배관통을 연상케 했다. 총 3개가 설치된 스크러버의 높이는 총 76미터로, 1대당 아파트 8층(20m)에 달했다. 메인 스크러버의 지름만 6.5m로 거대했다.

스크러버는 국제해사기구(IMO)가 올해부터 시행한 SOx 배출 규제 대응에 필수적인 장치다. 앞서 HMM은 지난해 10월 1만TEU급 컨테이너선 중 세계 최초로 ‘HMM 블레싱호’에 스크러버를 장착했다. 이후 노하우를 쌓아 개방형·폐쇄형 모두 가능한 하이브리드형 스크러버가 24K 컨테이너선에 장착됐다. 통상 2대의 스크러버가 설치되지만, 24K 컨테이너선에는 한 대가 더 추가돼 효율성을 높였다. HMM 관계자는 “IMO의 에너지 효율 기준 대비 50% 이상 개선됐고, 향후 LNG 추진선박으로도 교체가 가능한 첨단 기술이 탑재됐다”고 설명했다.

24K 컨테이너선은 한번 운항 시 적재할 수 있는 컨테이너가 압도적으로 많아, 비용 대비 효율성이 좋은 ‘가성비 갑’ 선박이다. 1TEU(가로 6M, 길이 20피트) 컨테이너를 약 2만4000개 실을 수 있다. 이를 한 줄로 나열할 경우 서울에서 대전까지(144Km)의 직선거리에 해당한다. 초코파이를 싣는다면, 1TEU에 약 29만개(낱개 기준), 총 70억개를 실을 수 있다. 이는 전세계 인구가 한 개씩 먹을 수 있는 분량이다. 만약 라면을 적재한다면 총 5억5000만개, 우리나라 전체 국민이 4일동안(11끼) 먹을 수 있다.
 
배 바닥까지 빼곡한 컨테이너 테크...HMM, 7호선까지 잇달아 ‘만선 행진’ 중
 

‘HMM 상트페테르부르크’호 브릿지에서 바라본 컨테이너 테크. 2만4000TEU급에는 20피트(약 6미터) 컨테이너 박스 2만4000개를 한 번에 운반할 수 있다. [사진=HMM 제공]


이날 ‘HMM 상트페테르부르크’호 선수와 선미에 빼곡한 녹색의 컨테이너 테크 아래를 들여다보니 그 규모가 실감이 됐다. 마치 낭떠러지가 연상되는 배 바닥 깊은 곳까지 빼곡하게 컨테이너를 실을 수 있다. 다만 안전 운항과 화물 중량 등을 감안해 통상 최대 1만9300TEU 수준이 적정 적재량이다.

이미 운항에 나선 24K 컨테이너선은 ‘만선 낭보’를 전해오고 있다. 1호선인 알헤시라스호는 지난 5월 8일, 아시아 구간의 마지막 기항지인 옌톈에서 1만9621TEU를 선적하고 유럽으로 출발해 선적량 세계 신기록을 달성했다. 기존 MSC사가 세운 1만9574TEU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이어 2호선 오슬로호도 1만9504TEU를 선적해 만선을 기록했다. 3호선 코펜하겐호(1만9490TEU), 4호선 더블린호(1만9459TEU), 5호선 그단스크호(1만9513TEU), 6호선 로테르담호(1만9567TEU), 7호선 함부르크호(1만9536TEU)까지 연달아 만선을 기록 중이다.

특히 24K 선박은 헤드홀(아시아에서 유럽으로 가는 구간) 뿐만 아니라 백홀(돌아오는 구간)에서도 만선을 기록하고 있다. 통상 백홀의 경우 평균 화물적재율이 50%~60%이지만 알헤시라스호(1만9544TEU), 오슬로호(1만9266TEU), 코펜하겐호(1만9476TEU)가 연이어 만선 행진 중이다.

24K 초대형선으로 운항할 경우, 현재 유럽항로 평균 선형인 1만5000TEU급 선박에 비해 약 15%의 운항 비용이 절감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선박 승무원은 3000~4000TEU급 승무원 수(23명)와 동일해 인건비도 줄일 수 있다.
 
HMM, ‘가성비 갑’ 24K 컨테이너선 덕분에 21분기만에 ‘흑자 전환’
 

HMM의 세계 최대 규모의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1호선 알헤시라스호)이 컨테이너를 가득 채운 만선으로 중국 얀티안에서 유럽으로 출발하는 모습 [사진=HMM 제공]


HMM 관계자는 “24K 초대형선은 우리 기술로 만든 친환경·고효율 선박으로 HMM을 비롯한 국내 해운선사의 경쟁력을 크게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24K 선박 덕분에 HMM은 2015년 1분기 이후 21분기 만에 처음으로 ‘흑자 전환’했다. 12일 공시를 통해 HMM은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1387억원으로 지난해 동기(영업손실 1129억원)와 비교해 흑자 전환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HMM 측은 "코로나19로 컨테이너 적취량이 줄면서 2분기 매출은 소폭 줄었으나, 지난 4월부터 디 얼라이언스 신규 해운 동맹 가입, 세계 최대 24K 컨테이너선 투입으로 흑자를 냈다”고 분석했다.

이어 “항로조정, 화물비용 감소로 전년도 대비 영업이익이 2500억원 가량 늘었다”면서 “오는 9월까지 24K 컨테이너선을 모두 12척 투입, 추가 화물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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