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시행] 거칠어질 春鬪…'1호 적용' 사업장 피하자 노사 신경전

  • 원청 책임 확대 변수에 산업 현장 노사 갈등 확산

  • 삼성, 성과급 이견에 총파업 위기...반도체 생산 차질

  • 철강·조선 하청 노조도 원청에 협상 촉구 목소리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집회 모습 사진이성진 기자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집회 모습 [사진=이성진 기자]
오는 10일 노란봉투법(노봉법) 시행을 앞두고 산업 현장에도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오는 7월 총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임금·단체협약(임단협) 시즌까지 겹치며 올해 춘투가 예년보다 거칠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기업들은 법 시행 이후 첫 적용 사례가 될 수 있는 이른바 '1호 사업장' 오명을 피하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8일 산업계에 따르면 주요 제조업 사업장에서는 올해 임단협을 앞두고 예년보다 이른 노사 간 신경전이 전개되고 있다. 노봉법 시행으로 파업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 범위와 교섭 구조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변수로 작용하면서다.

삼성전자 노사 갈등은 이미 수면 위로 떠올랐다. 삼성전자 노조는 올해 사측과 성과급 제도 개편 등으로 갈등이 지속되자 오는 5월 유례 없는 총파업을 예고했다. 노사는 지난해 12월부터 총 8차례 본교섭과 6일간 집중 교섭 및 조정 절차를 거쳤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최근에는 반도체 현장에서 하청 노조 파업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반도체 공장 증설 사업을 맡고 있는 삼성물산 하청 노조가 노봉법 시행 이후 쟁의 행위를 검토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법안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원청으로 판단될 수 있는 만큼, 삼성물산 하청 업체도 교섭 요구가 가능해 파업 영향권에 들 수 있다.

철강업계 역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포스코 하청 노동자들은 최근 '포스코 협력사·공급사 노동조합연대'를 출범하고 원청 포스코를 상대로 성실한 대화 이행과 상생 협력을 촉구했다.

현대제철 협력사 비정규직 노조는 지난해 8월 원청인 현대제철을 불법 파견 혐의로 고소하며 직접 교섭을 요구한 바 있다. 최근에는 고용노동부가 현대제철에 사내 하청 노동자 1213명을 직접 고용하라고 시정 지시를 내리며 직고용 리스크까지 더해졌다. 

현대제철이 고용부 지시를 25일 이내 이행하지 않을 경우 노동자 1인당 최대 3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현대제철이 노봉법 1호 사업장이 될 수 있다는 관측까지 제기한다.

조선업계도 최근 호황으로 실적이 크게 개선되며 협력사 노동자 처우 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화오션 사내하청지회인 금속노조 웰리브와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는 지난달 한화오션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하며 사내 점거 농성에 돌입한 상태다. 이외에도 두산의 SK실트론 인수 추진, HMM 본사 이전 문제 등 주요 산업 현안에서도 노봉법 시행 이후 노사 갈등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시행 초기와 유사한 흐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처법 도입 초기에도 기업들은 '1호 처벌' 사례가 되는 걸 피하기 위해 노조 대응 수위를 크게 높인 바 있다. 업계에서는 올해 춘투가 노봉법 시행 이후 노사 관계의 향방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임금과 성과급을 둘러싼 노사 갈등은 기존에도 반복돼 온 상수지만 노봉법 시행으로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까지 확대된 것은 새로운 변수로 노사 갈등의 전선을 한층 확대시키고 있다"며 "하청 노조가 어느 범위까지 교섭에 참여하게 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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