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상 둘러싸고 '유튜브 전쟁', 도를 넘었다. ..."차 몰고 돌진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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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원 인턴기자
입력 2020-08-12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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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의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주변이 유튜버들의 전쟁터가 됐다. 지난 5월 '정의연 사태' 직후 보수성향 유튜버들이 하나·둘 자리를 잡기 시작하자 이에 맞서 진보성향 유튜버들도 소녀상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양쪽 유튜버들이 모여들면서 갈등도 심심찮게 벌어진다. 대부분 '소녀상 지킴이'를 자처하고 있는 대학생 농성단을 향해 보수 유튜버들이 조롱 섞인 도발을 하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수요집회'가 열리는 날이면 더 심해진다. 

12일 낮 12시께 일본대사관 앞에서는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 맞이 세계연대집회 및 1452차 수요집회가 열렸는데, 특히 자유연대 등 보수단체가 개최한 맞불 집회 쪽에만 10명이 넘는 보수 진영 유튜버들이 몰려들었다.

이날 집회에는 '우파삼촌TV', '우길고', '한각희TV' 등 보수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유튜버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들은 삼각대, 짐벌 등 장비를 꽤 그럴 듯하게 갖춰 이동하면서 실시간으로 방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한 손에는 카메라, 다른 한 손에는 종이 대본을 들고 다니며 읽는 유튜버도 있었다.

보수 유튜버들은 이날은 자신들의 집회 과정을 주로 촬영했지만, 집회가 없는 평일에는 보통 연좌 농성을 벌이고 있는 소녀상 지킴이 대학생들을 촬영한다. 대부분 40~50대 남성인 보수 유튜버들이 '다툼과 폭행이 있을 경우 증거를 잡기 위한 감시의 목적'이라며 20대 학생들을 촬영하고 있다.

한 보수 유튜버에 따르면 보수 진영 유튜버들은 친분이 있는 사람들끼리 서로의 영상을 주시하다가 한 유튜버 촬영이 끝나면 다른 유튜버가 이어받아 촬영하는 방식으로 시위를 진행한다. '불법행위를 감시한다'는 것이 이들의 명분이지만 타인의 일거수 일투족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분쟁과 논란의 소지가 다분하다. 

가끔이지만 이들이 올리는 동영상에는 '소녀상 지킴이'들을 위협하거나 조롱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기기도 한다. 처음에는 대처에 소극적이었던 '지킴이'들도 요즘엔 적극적으로 되받아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소동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자칫 물리적인 충돌로 번질 수 있어 소녀상 인근엔 늘 5~6명의 경찰이 배치되어 있다.

한편 51일째 연좌 농성을 벌이며 소녀상을 지키고 있는 '반아베반일 청년학생공동대응' 측 또한 '반일행동TV'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데, 대략 30여명의 소속 회원들이 3~4명씩 교대로 소녀상 곁을 지키며 촬영하고 있다.

이들은 '소녀상 지킴이 LIVE'라는 제목으로 하루 세 번 시청자와 소통하는 방송을 진행하기도 하고, 카메라가 소녀상을 향하도록 고정시켜놓고 연좌 농성 상황을 실시간으로 내보내기도 한다.

실시간 방송을 진행하는 이유에 대해 반일행동 측은 "첫 번째가 안전상의 이유"를 꼽는다. 보수 유튜버들이 갈등을 도발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보수 유튜버들의 소녀상 모욕행위에 대처하기 위한 것도 방송의 목적이다. 

반일행동 관계자는 "얼마 전 한 유튜버는 소녀상 옆 빈 의자에 앉아서 '소녀상을 철거하라'고 외친 적이 있었고, 또 다른 유튜버는 지킴이들을 촬영해 성적 조롱이나 모욕적인 발언을 하면서 그 장면을 실시간으로 유튜브에 송출하기도 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최근에는 물리적 위협까지 있었다"면서 "차를 탄 보수 유튜버가 소녀상 옆에 앉아 연좌시위 중인 지킴이에게 돌진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14일 반일행동 측이 SNS에 올린 해당 동영상에는 실제로 차에 탄 보수 유튜버가 지킴이를 향해 돌진하자 경찰들이 제지하는 모습과 그 모습을 보고 즐거워하는 유튜버의 모습이 담겨 있다.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이렇게 도를 넘어선 유튜버 채널에는 '자율 구독료'니 '후원'이니 하는 이름을 달고 있는 계좌번호가 눈에 잘 띄게 게재돼 있다. 이들의 진짜 목적이 무엇인지 생각해 봐야 할 대목이다.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8차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 맞이 세계연대집회 기자회견 및 1452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수요시위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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