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선 불복 시나리오 떠돈다…"우편투표 무효 처리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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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숙 국제경제팀 팀장
입력 2020-08-04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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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선을 치를 만한 능력 없어" 비판…연방우체국 "충분한 역량 있다" 반박

  • 지지율 열세 이어지면서 제도에 '트집'…"대선 결과 불복 위한 밑밥일 수도"

#2020년 11월 3일 대선일 저녁. 민주당과 공화당 후보가 치열한 접전을 벌인다. 2016년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를 거뒀던 경합 주의 결과가 나온다. 직접 투표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근소한 차이로 앞선다. 그러나 우편투표의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수십만명의 유권자들이 우편으로 투표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용지 배달이 늦은 것이다. 또 제시간에 맞춰 온 투표용지 중에서는 수천개가 기술적 결함으로 무효표가 돼버린다. 선거 전체의 결과는 우편투표에 달렸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3일 저녁에 나온 결과만을 토대로 승리를 선언한다. 이어 제때 도착하지 않은 우편투표는 효력이 없는 것으로 간주해버린다. 공화당이 지배하는 주 입법부는 이를 승인한다. 결국 경합 주들에서 공화당이 승리를 거두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성공한다.

최근 미국 언론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선 불복 시나리오가 나돌고 있다. 미국 온라인 매체 슬레이트는 '어떻게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을 훔칠 수 있는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대통령이 우편투표를 무효화시키면서 선거 승리를 주장할 수도 있다는 가상의 상황을 내놓았다.

슬레이트뿐만이 아니다. 최근 시카고트리뷴을 비롯해 여러 언론이 트럼프 대통령이 우편투표를 배제하는 꼼수를 쓸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무엇보다 미국 내 우편 서비스의 질이 낮아지고 지연이 잦아지면서 이런 우려가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슬레이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편투표를 배제해 재선에 성공할 수 있다는 가정은 피해망상적이거나 이상한 것이 아니다"라면서 "냉정하게 생각해도 있을 법한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비용 줄인다고 '배달지연' 잦아진 미국 우편 서비스

연방우체국(USPS)은 전 세계 최대 규모의 차량을 보유하고 있다. 전국 우체통 수만도 2000만 개가 넘는 거대 조직이다. 그러나 최근 온라인의 발달로 광고지를 비롯해 우편물이 크게 줄면서 재정 위기를 겪고 있다. 아마존 등 온라인 상거래 업체를 통한 소포 배송이 늘기는 했지만, 단가가 너무 낮아 수익성을 높이는 데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배송 가격을 4배 정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난 6월부터 임기를 시작한 루이스 드 조이 신임 USPS 국장은 결국 '비용 절감'을 최우선으로 내세웠다. 앞서 워싱턴포스트(WP)는 드 조이 국장이 내부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 내용을 보도했다. 편지에는 ▲오버타임 금지 검토 ▲우편물 배달 차량의 주차 지점 재설정 검토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오버타임이 금지되면 우체국 직원들은 제대로 우편물이 도착했는지 여러 차례 확인하기 힘들다. 우편물이 배송센터에 여러 날 머무는 경우가 늘고, 우편물이 제때 배송되지 못하게 된다. 

그러나 드 조이 국장은 부작용은 감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미국 내에서 우편물 지연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선거 기간 내 우편투표는 기표된 투표용지가 제때 도착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USPS 시스템이 가장 필요한 시기에 오히려 그것을 망쳐놨다고 슬레이트는 비판했다. USPS 수장으로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인사를 배치하면서 정확성보다는 경제성을 택하게 했기 때문이다. 기업인 출신의 드 조이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적극적 지지자이자 후원자이기도 하다.

◆트럼프 "우편투표 관련 행정명령 내릴 권한 있다"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각종 어깃장을 놓자, 2020년 대선에서 불복이 나올 수 있다는 불안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들어 우편투표의 문제점을 반복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우편투표와 부정선거를 연결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 백악관 코로나19 기자회견에서 우편투표 관련 행정명령을 내릴 권한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원 아메리카뉴스'(OAN) 소속의 기자가 우편투표 확대를 막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자 "나에겐 그럴 권한이 있다"면서 "아직 그럴 단계까진 아니지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보자"고 말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USPS가 11월 선거 때 우편투표를 치를 역량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USPS는 이날 성명을 내 11월 대선과 관련해 "선거와 선거공보물(Political Mail)을 감당할 충분한 능력이 있다"고 반박했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열린 선거운동 중 인종차별 근절 공약을 발표하기 위해 마스크를 벗고 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반면,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는 3일 트위터에 "모든 미국인이 11월 대선 때 안전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면서 우편투표와 조기투표를 확대하는 것은 물론 온라인 유권자 등록 도입, 대면투표 용이성·안전성 등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권력을 동원해 선거가 사기라고 주장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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