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환의 베트남 ZOOM IN] (18) 베트남 하장성에 천국문이 있다

안경환 전 조선대교수, 전 한국베트남학회회장 입력 : 2020-08-01 08:51

{안경환 전 조선대교수] 



베트남 최북단 하장성은 세계 배낭족들이 가보고 싶어 하는 세계 20대 여행지 가운데 4위에 올라 있다. 하장성은 북쪽으로 중국의 장족 자치주인 윈난(雲南)성, 광시(廣西)성과 274㎞의 국경을 접하고 있는 베트남 최북단 성이다. 베트남 국가 안보에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음에도 교통접근성이 좋지 않아 경제가 낙후되어 있다. 63개 지방 정부 가운데 인구 면에서 48위, 소득이 가장 낮은 6개성에 속해 있음이 열악한 경제 상황을 증명해 주고 있다. 성도인 하장시는 하노이와 320㎞ 떨어져 있고, 아열대 기후에 속해 있으나 고산지대는 온대 기후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겨울철에는 영하 5도까지 기온이 내려가고 눈도 내려 동양의 알프스 산맥이라 할 정도로 산악지방의 위용과 설경을 자랑한다. 산세가 험하여 끝없이 굽이도는 도로를 차를 타고 여행하는 데는 나름대로의 용기가 필요하다. 하장성에는 최고봉 서곤령(2,419m)이 있고, 희귀한 동식물이 많이 서식하고 있어 생태자원의 보고이다. 특히, 하장성은 1천여 종류의 약초 생산지로 유명하다. 20여 종족이 살고 있는 하장성은 인구가 약 93만 명으로 몽족(32.9%), 따이족(23.2%), 자오족(14.9%), 비엣족(12.8%), 눙족(9.7%)... 순으로 분포되어 있다. 성 전체에는 7개의 종교가 있는데, 개신교 신도가 가장 많고, 유교, 불교, 회교, 까오다이교, 호아호아교, 명리교 순으로 신도가 분포되어 있다. 하장 지역은 17세기말 타이족 족장이 중국에 바쳤다가 1728년에 일부 되돌려 받았고, 프랑스 식민지배 기간인 1895년에서야 오늘날과 같은 국경이 형성되었다. 베트남 하장성이 세계 배낭족들이 가보고 싶어 하는 세계 20대 여행지 가운데 4위에 올라 있는 것은 UNESCO에서 2010년 10월 3일 세계지질공원으로 공인한 동반지질공원이 있기 때문이다.
 

[하장성의 여름] 







◼천국문이 있는 하장성

천혜의 절경 동반지질공원은 해발 평균 1000~1600m이며, 최고봉은 매오박 산(1,971m)이다. 히말라야 산맥 동쪽 끝자락의 연장선에 있는 공원은 하장성 북부 매오박, 동반, 옌민, 꽌바 4개현에 걸쳐있다. 동반지질 공원은 동남아에서 두 번째로 공인 받은 베트남 유일의 지질공원으로 캠브리안기인 약 5억5천만 년 전부터 생성된 카르스트 지형이다. 베트남 최북단 지역으로, 장엄한 국기대가 있는 룽꾸(Lũng Cú)는 베트남의 지붕으로 통한다. 이곳에서 5억4천만 년 전의 화석이 발견되어, 국기대를 올라가는 계단 옆, 화석을 발견한 위치에 전시해 놓고 있다. 하장성에 왔다가 천국문과 룽꾸 국기대를 들리지 않으면 하장성을 본 것이 아니라는 말이 있다. 천국문 지역은 지세가 험준하고 일 년 내내 비와 안개로 가려져 있어 사람들은, “눈으로 서로 보고, 만나는데 반나절이 걸린다,”, “세 발걸음 걸어갈 평평한 땅도 없고, 햇빛 쨍쨍한 사흘이 없다.”라는 말이 이 지역의 날씨와 지세를 대변해 준다. 동반 지질공원에는 아시아 흑곰, 동아시아 영양, 다양한 종류의 조류를 포함 독특한 동식물군이 서식하고 있어 생태 자원의 보물창고이다. 또한, 베트남의 54개 민족 가운데 20개 소수민족이 어울려 살고 있는 하장성의 동반 지질공원은 소수민족의 전통 문화와 야생차, 당도 높은 오렌지, 토종 꿀, 1천여 종류의 각종 한약재로 유명하다. 특히, 품질 좋은 계피와 생강은 주요 수출품이며, 야생 녹차인 산뚜옛(山雪)차는 동반 지질공원 일대에서 생산되는 특산물이다. 바위산에 뻥 뚫린 천국문을 다녀오면 천국에 갔다 온 기분이 든다.


 

[하장성의 국기대] 






◼최북단 룽꾸(Lũng Cú) 국기대

베트남의 지붕 룽꾸(Lũng Cú) 국기대는 동반(Đồng Văn)현에 있는 해발 1,470m의 롱(龍)산 정상에 있다. 룽꾸에서 직선거리로 3.3㎞만 북쪽으로 가면 중국이다. 국기대에 올라 내려다 보면 양쪽으로 일 년 내내 마르지 않은 2개의 연못이 있다. 두 연못을 사람들은 용의 눈이라고 한다. 룽꾸(Lũng Cú)국기대는 11세기 리(李)왕조(1009~225) 때부터 세워져 송(宋)나라의 적정을 살피는 감제고지(瞰制高地) 역할을 해왔고, 여러 차례 중수 되었다. 현재의 국기대는 2010년 9월 25일 준공되었다. 국기대 바닥 면적은 베트남의 54개 민족을 의미하는 54㎡으로 높이는 30m이고, 국기대로 올라가는 계단은 모두 839계단이 있다. 룽꾸(Lũng Cú) 국기대는 베트남 국력의 상징이자, 베트남의 주권 회복을 위해 희생한 영웅 전사들의 애국심을 후세에 전하는 자부심이다. 국기대의 원형받침 탑 내부계단을 타고 올라가면, 첩첩산중 넘어 중국과 베트남의 경계에서 동반 지질공원의 장려함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커우바이 러브마켓에 참가하는 소수민족] 




​◼슬픈 전설의 커우바이 러브마켓

하장성에는 1년에 한번 장이 열리는 커우바이(Khâu Vai) 러브마켓이 유명하다. 음력으로 매년 3월 27일이 되면 매오박현, 커우바이면에서 러브마켓이 열린다. “커우바이”라는 말은 소수민족인 따이-눙족의 언어로 “아가씨를 낚는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커우바이 러브마켓은 일종의 풍류(風流)를 즐기는 시장으로 알려져 있다. 1919년부터 시장이 시작되었다 하여 2019년에 하장성에서 100주년 기념행사를 한 바가 있다. 베트남에는 커우바이 지역 외에도 사빠, 목쩌우 러브마켓도 있으나, 모두가 관광객 유치에 주목적을 두어 예전의 전통성은 많이 사라지고 있다. 전설에 의하면, 커우바이에 살고 있는 소수민족인 눙(Nùng)족 청년 바(Ba)는 자이(Giáy)족의 아가씨 웃(Út)을 사랑하였다. 청년은 용모가 준수하고 노래를 잘하고 피리를 잘 불렀으나 집안이 매우 가난하였다. 웃(Út)은 자이족 부족장의 딸로 집안이 부유하고 아주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웃(Út) 아가씨 집에서는 눙족은 자이족과는 종족이 서로 달라 풍속과 습관이 다르고, 청년의 집이 가난하다는 이유로 결혼을 반대하였다. 그래서 두 청춘남녀는 집을 나와 커우바이 산에 있는 동굴로 도망을 가서 함께 살았다. 그러자 아가씨 집안에서는 총과 활을 어깨에 메고 청년의 집으로 찾아가서 딸을 산으로 데리고 간 것에 대해 청년의 부모에게 항의하였다. 이에 질세라, 청년의 집에서도 몽둥이, 총, 칼을 들고 아가씨 집으로 가서 분풀이를 하였다. 두 집안싸움이 종족간의 불화로 발전되어 싸움으로 비화된 것이다. 굴속에서 살고 있던 청년 바(Ba)와 아가씨 웃(Út)은 두 집안, 두 마을, 두 종족간의 싸움이 확산되어 피투성이가 된 광경을 내려다보게 되었다. 그리고 쌍방이 서로 다투는 것은 바로 자신들의 사랑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하여 양 측이 더 이상 싸움으로 피 흘리는 것을 막기 위하여, 바(Ba)와 웃(Út)은 눈물을 머금고 서로 헤어지기로 맹세하고 혈서를 썼다. 조건으로 매년 한 번씩, 헤어지기로 결심한 날에 커우바이에서 서로 만나기로 약속하였다. 그 날이 바로 음력 3월 27일인 것이다. 이후 커우바이는 하장성 연인들의 약속장소가 되었다. 커우바이 러브마켓은 상품을 사고파는 일반 시장이 아니다. 시장에 오는 사람은 옛 사랑이 그리워 옛 연인의 그림자라도 한 번 다시 볼까하는 희망을 가지고 오는 사람들이다. 만약 옛 연인을 만난다면, 그날 밤과 그 다음날까지 밤새도록 못 다한 정을 나누고, 지난 일 년 동안 겪었던 일들과 그리움을 토로하며 시간을 보낸다. 헤어질 시간이 되면, 석별의 아쉬움을 나누며 내년에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한다. 부부가 같이 시장에 나와 부인은 부인대로 옛 연인을 찾고, 남편은 남편대로 옛 정인을 찾아 옛 정을 나누는 사람도 제법 많다. 그럼에도 부부가 서로 시기하거나 질투하지 않고, 서로를 존중해 주는 것이 친구의 정신적인 삶을 위한 신성한 책무이자 본분이라고 생각한다. 커우바이(Khâu Vai)의 러브마켓은 베트남 소수민족의 독특한 문화임에 틀림이 없다. 곳곳에 흩어져 사는 소수민족들이 함께 모여 정을 나누는 축제의 장이다. 연인이 없는 사람들은 마음에 드는 짝을 찾기 위하여 시장에 온다. 시장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시장에 오는 사람들은 한껏 몸치장을 하고 집에서 미리 준비한 음식을 가져와, 한적한 곳을 찾아 자리를 펴 놓고, 음식을 서로 나눠 먹으며, 옛 연인들끼리 만나 사랑의 정을 나눈다. 이곳 사람들은 전설에 나오는 청년을 기리기 위하여 사당 ‘옹묘(翁廟)’와 아가씨를 기리는 ‘파묘(婆廟)’를 세워 두 남녀의 사랑을 기리고 있다.

10월과 11월이 유채 꽃 만큼이나 아름다운 하장성의 메밀꽃이 만개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계단식 논에서 벼가 익어갈 즈음에 하장성을 여행하는 것은, 굽이굽이 도는 산악 도로의 아찔한 절경과 함께 무릉도원과 같은 선경(仙境)에서 관광객의 넋을 앗아갈 것이다. 산악지방에서 소수민족이 운영하는 사우나탕에서 장작불로 데운 물로 여독을 풀면서 창밖으로 고산 준봉을 감상하는 묘미는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추억을 간직하게 해준다. 베트남의 관광산업은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크다. 앞으로 베트남은 세계문화유산을 바탕으로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관광지로 발전해 나갈 것이다. 천혜의 자연 경관, 다양한 음식과 볼거리에 저렴한 여행비가 관광객의 발걸음을 재촉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하장성의 풍광은 여행자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게다가 하장성 사람들의 순박함이 다시 오고 싶은 마음의 씨앗으로 남아 메밀꽃 향기와 함께 오랫동안 깊은 여운을 남기게 될 것이다. 하장성 여행은 천국이 하장성에 있음을 실감케 해 줄 것이다.






 

[하장성 메밀꽃밭] 










 
안경환 전 조선대교수, 전 한국베트남학회회장   thongnha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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