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장남·장녀 연합' 경영권 분쟁 불씨...제2의 한진그룹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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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원 기자
입력 2020-07-30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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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테크놀로지그룹(한국타이어)에 '장남·장녀 연합'을 중심으로 경영권 분쟁 조짐이 불고 있다.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이 차남인 조현범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사장에게 전 지분을 매각한 것에 대해 장녀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반기를 들고 나서면서다. 

30일 타이어업계에 따르면 조 이사장은 이날 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회장의 차남 승계 결정이 자발적으로 이뤄진 것인지 객관적 판단이 필요하다며 서울가정법원에 한정후견 개시 심판을 청구했다. 조 회장은 지난 6월 자신이 보유한 지분 23.59% 전량을 조 사장에게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매각했다. 조 사장의 보유 지분은 기존 19.31%로 조 부회장(19.32%)과 비슷했지만, 차남 승계로 총 42.9%를 보유하면서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조 이사장은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지분을 0.83%밖에 갖고 있지 않아 그룹 내 영향력이 크지 않지만, 조 이사장이 장남인 조 부회장과 차녀인 조희원씨와 손잡게 되면 지분이 30.7%로 뛴다. 한정후견 개시 심판을 청구한 뒤 조 회장이 보유한 23.59%의 지분을 다시 배분할 경우, 충분히 경영권 분쟁의 화력을 키울 수 있는 셈이다.

조 부회장은 현재까지 특별한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지만, 지분율이 낮은 조 이사장의 반격은 장남인 조 부회장과 논의가 없이는 진행되기 어려웠을 것이란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들이 상당 기간 경영권 분쟁에 대비해 왔다면 드러나지 않은 우호지분을 확보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해 조 이사장 측은 "(조 회장이) 갖고 있던 신념이나 생각과 너무나 다른 결정이 갑작스럽게 이뤄지는 모습을 보며 건강한 정신 상태에서 자발적 의사에 의해 결정을 내린 것인지 객관적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이를 통해 가족이나 회사에 생길 수 있는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기업의 승계과정은 투명해야 할 것"이라며 "기업 총수의 노령과 판단능력 부족을 이용해 밀실에서 몰래 이루어지는 관행이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조 회장이 지난달 26일 급작스럽게 조현범 사장에게 지주사인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주식 전부를 2400억원에 매각했는데 그 직전까지 그런 계획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며 "조 회장은 평소 주식을 공익재단 등 사회에 환원하고자 했으며 사후에도 지속 가능한 재단 운영 방안을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성년후견은 노령이나 장애, 질병 등으로 의사결정이 어려운 성인들에게 후견인을 선임해 돕는 제도다. 법정후견과 임의후견으로 구분되며 이 가운데 법정후견은 정신적 제약 정도와 후견 범위에 따라 성년후견·한정후견·특정후견으로 나뉜다. 한정후견은 사무처리 능력이 부족한 경우로 일부분에서 후견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조 회장의 정신적인 실제 건강 상태 등은 법원의 판단을 받게 된다. 성년후견심판 청구가 접수되면 법원은 의사 감정을 통해 당사자의 정신 상태를 확인하고, 직접 진술을 받는 절차를 거쳐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후견인을 지정한다. 

업계에서는 한국타이어테크놀로지의 이 같은 내홍을 두고 우려의 시선을 쏟아낸다. 지난해 불거진 '제2의 한진그룹' 사태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지난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동생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공개적으로 공격하며 "조원태 회장이 선친의 유훈과 달리 그룹을 운영해 왔으며, 가족 간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한다"고 주장했다. 한진그룹이 경영권 분쟁을 겪는 동안 대한항공은 1분기 692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조현범 한국타이어테크놀로지그룹 사장(왼쪽), 조현식 한국타이어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 [사진=한국타이어테크놀로지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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